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했지만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창업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을 소개합니다.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사회적기업가의 자질과 창업 의지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2018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우수팀들입니다.

문화예술인들의 열악한 실정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예술인 개인이 예술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연 수입은 평균 1,281만원이고, 예술활동 수입이 연 1200만원으로 월 100만원을 밑도는 예술인이 전체 72.2%에 달했다. 예술활동 수입이 전무한 예술인도 28.8%다. 방송연예 분야는 사진, 문학, 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이 분야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 특히 공연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7개 특별·광역시 중 최하위에 머문다. 

류선희 희망정거장 대표는 지역의 방송공연 분야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희망정거정'을 설립했다. 

류선희 대표는 이러한 지역의 방송공연 분야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희망정거장’의 문을 열었다. 희망정거장은 방송, 공연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지역 뮤지션과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류 대표는 “‘희망정거장’은 예술 하는 사람들의 집결소라는 의미에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여러 장르 예술인들이 머물며 성장해서 가는 곳으로 정거장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음악공장’으로 지역뮤지션들에 공연 기회 제공...대구 MBC로 방송도 

대구 중구 지하에 위치한 라이브홀 ‘락왕’. 이곳은 락·클럽문화가 활발했던 대구에서도 ‘밴드들의 성지’라 불리는 곳이다. 하지만 클럽 운영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문 닫을 위기에 놓였고, 류 대표가 지난해 5월 이곳을 인수했다. 희망정거장도 이 무렵 설립했다. 

대구의 라이브홀 '락왕'.

류 대표는 “미술교육을 20여년간 해오면서 ‘아이들은 발전하는데 왜 교육은 정체되어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방송공연쪽에 아이들의 관심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안정된 교육 공간을 고민하다 락왕을 인수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고민의 시작은 교육에서 출발했지만, 지역음악계의 현실을 막상 들여다보니 어려움이 컸다.  

“뮤지션들의 수준은 높은데 비해 제대로 된 무대도 없고, 대우도 좋지 않아 생계조차 어려운 이들이 많았어요.” 

지역 뮤지션들과 관련 종사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으면서도, 더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희망정거장은 자체 브랜드 공연인 ‘음악공장’을 개발했다. 음악공장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에 공연을 한다. 지역에서 독자적인 음악을 만들어 가는 지역 뮤지션은 물론 서울의 유명한 뮤지션을 초대해 공연을 하기도 한다. 매드킨, 호우밴드, 모노플로 등 30여개가 넘는 팀들이 음악공장의 무대에 섰다. 

락왕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류 대표는 더 좋은 공연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에서만 벌써 3번째 내려와 공연을 한 밴드그룹 ‘몽니’는 올 때마다 공연장이 좋아진다고 얘기해줘요.  락왕은 스탠딩 공연장인데 지역에서는 이런 곳이 별로 없어서 더 소중하죠. 사실 공연장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 공연장에서 주류 판매를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진짜 음악을 즐기고 싶은 분들을 위해 공연장으로서 기능에 충실하려고 해요.” 

또한 뮤지션들의 공연은 영상으로 촬영·제작해 유튜브 등에도 꾸준히 홍보해왔다. 

이러한 노력이 통한 걸까? 음악공장은 올해 대구 MBC와 방송을 시작했다. 첫 방송에서 1%대 시청률을 보이면서 과거 대구 MBC에서 방송했던 '텔레콘서트 자유'를 잇는 음악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희망정거장은 대구 MBC와 '음악공장' 자체브랜드로 방송을 시작했다./사진제공=희망정거장   

방송이 시작되면서 주목 받고 있지만 류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지역 뮤지션들의 무대를 70%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꼭 지키려 해요. 저작권도 뮤지션들과 같이 공유하고요,” 

 

방송·공연·교육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진로교육으로 차별화  

음악공장이 희망정거장을 대내외에 알리는 효자손 노릇을 했지만, 희망정거장이 처음 창업을 하고 공연장이라는 인프라를 갖춘 데는 방송, 공연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 및 청년들을 돕기 위한 목적이 컸다. 

“기존에 진행되는 진로교육이 너무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교육도 흥이 나야 하고 싶잖아요. 책상머리에서 배우는 진로교육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 가서 배우는 교육을 해주고 싶었어요. 방송을 어떻게 교실에 앉아서 배우나요?”

실제 지난 5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진행한 '청소년활동 참여 실태조사 연구' 결과조사를 보면, 청소년들은 '진로탐색 및 직업체험활동'(27.9%)과 ‘문화예술활동’(16.7%)에 선호도가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공연과 관련된 진로 체험을 더 현장감 있게 진행한다는게 희망정거장 진로체험의 차별성이다./사진제공=희망정거장  

희망정거장의 진로교육은 2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학교밖 청소년들을 위한 거의 무료 수준의 진로교육과 자유학년제에 맞춰 일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료교육으로 나눠진다. 락왕 공연장을 진로교육의 장으로도 적극 활용한다.

최근에는 영덕 예주문화예술원과 함께 공연과 체험프로젝트를 결합하고 유튜브로 생중계 하는 색다른 교육을 선보였다. 류 대표는 희망정거장의 진로교육의 차별성을 “방송, 공연, 교육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이 가능하기에, 인력, 장비, 공간 등 측면에서 다른 진로교육기관에 비해 집중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희망정가장은 공연장을 기반으로 방송, 공연, 교육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한다./사진제공=희망정거장

올해 진로체험교육 뉴딜프로젝트로 희망정거장에서 3개월 인턴으로 활동하는 곽지수 씨(19세)는 “짧게나마 일하면서 공연이 이런 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희망정거장은 진로교육 외에도 공연장 대관, 방송예술 기획, 브랜딩 교육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후로는 주중에 비어있는 공연장을 활용해 심리치료교실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찾아가는 진로체험도 진행한다. 사진은 영덕 예주문화예술원과 함께 학교로 직접 찾아가 공연과 체험프로젝트를 결합하고 유튜브로 생중계 하는 색다른 교육을 선보였다./사진제공=희망정거장 

“지역의 가능성 보고여주파”...청년 일자리 창출, 지역 공연문화 조성   

현재 희망정거장에서 일하는 정직원은 4명이지만, 협력하는 외부 관계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 류 대표는 희망정거장이 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방송공연 콘텐츠 제작으로 지역의 청년일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그 일자리가 단순히 많이 만드는 걸로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오고 싶고 오래 일하고 싶은 매력적인 회사가 되는 게 앞으로 우리의 과제입니다.”

이런 꿈을 가진 희망정거장에게 지난해 함께한 육성사업은 큰 힘이 되었다. 

희망정거장은 수도권 중심의 공연문화의 틀을 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원금만 가지고 회사를 운영 하기란 어렵잖아요.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멘토링 등 진짜 사업을 하도록 경영 지원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기업으로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걸 지난해 많이 공부했어요. 더욱이 우수 창업팀으로 선정되면서 제가 하는 사업에 자신감이 생겨서 더 감사한 것 같아요.” 

류 대표는 희망정거장을 통해 더 많은 뮤지션들이 대구를 찾았으면 한다. 수도권 중심의 공연문화의 틀을 깨고 지역에서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상상을 해요. 전 세계인들이 희망정거장의 관객이 되는 그런 꿈이요.” 

 

사진. 장영은(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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