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했지만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창업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은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을 소개합니다.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사회적기업가의 자질과 창업 의지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2018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우수팀들입니다.

열자마자 아세톤 냄새가 나는 매니큐어와 네일 리무버. 독한 향을 뿜는 아세톤 성분은 호흡기에까지 들어가 자극을 준다. ‘오셰르(O’sher)’ 김은실 대표는 냄새와 자극 없이 바를 수 있고, 스티커처럼 뗄 수 있는 매니큐어를 만들었다. 오셰르의 수성 네일 스티커는 냄새가 나지 않고, 벗길 때 아세톤도 필요 없다.

오셰르의 수성 네일 스티커.

“남편이 화장품 색조연구원으로 오랫동안 일해서 집에 화장품 샘플이 많아요. 아이가 어느 날부터 그걸 바르더라고요. 이왕 사용할 거면 몸에 좋은 걸 쓰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아이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주기 시작했어요. 비즈니스 모델로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사업을 발전하게 됐죠.”

색조화장품, 색깔만 보지 마세요

오셰르 네일 스티커는 아세톤이 아닌 손으로 벗겨낼 수 있다.

일반 매니큐어는 유성 베이스로 발화될 위험 때문에 화재 위험물로 분류된다. 손톱도 숨을 쉬는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인데, 성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오셰르의 네일 스티커는 수성 베이스라 어린이나 임산부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다. 그는 “요즘 나오는 어린이용 매니큐어 중에 수성 베이스가 많은데, 일회용이라 일상생활에서 잘 벗겨진다”며 “오셰르 매니큐어의 목표 고객층은 1차로 성인이기 때문에 2주에서 한 달까지도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도중 김 대표는 손톱에 바른 매니큐어를 직접 손쉽게 떼 냈다. 혹시라도 매니큐어를 칠한 지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잘 떼어지지 않으면 아세톤이 아니라 알코올로 지우면 된다.

오셰르는 매니큐어뿐 아니라 입술 색조화장품도 취급한다. 틴트류는 전 제품 EWG 1등급을 받았다. EWG 등급이란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에서 화장품 원료 연구를 통한 유해성 결과를 분석해 10단계에 걸쳐 안정성 수준을 나눈 것이다. 숫자가 작을수록 안전하다. 립 오일 틴트는 단순한 발색만을 위한 화장품에서 벗어나, 기초화장품인 세럼을 99%, 색소를 1% 넣어 만들었으며, 물광 수분크림 틴트는 색소 1%에 수분크림을 99% 함유했다.

오셰르의 틴트, 파운데이션, 블러셔.

“소비자들은 스킨, 로션 등 기초 화장품을 찾을 때는 성분을 1순위로 여기지만 색조화장품을 살 때는 그렇지 않은 경향이 있어요. 색깔을 먼저 보고 고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쓰는 분들이 많은데, 나중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사회적경제 영역 내 색조화장품 시장 개척 목표

시중 어린이 화장품을 전문가 시각으로 분석해보니 순하지 않은 제품도 많았다는 게 오셰르의 설명이다. 오셰르는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취미로 들었던 온라인 창업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창업의 원동력이 됐다.

“강의 마지막 시간에 결과 발표 형식으로 사업계획서 대회를 열어 사업 PT를 했는데, 거기서 2등을 하고 상금도 받았어요.”

아카데미에서 같이 수업을 들었던 동료 중 육성사업에 선정된 동료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추천했다. 창업을 한다면 사회적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더해져 육성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사회적경제 행사에 항상 나타나는 까닭에 김은실 대표의 별명은 '홍길동'이다.

창업을 준비하며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을 생소하게 여겼던 남편과 마찰이 생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가장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동업자다. 김 대표는 “육성사업을 통해 우리의 제품이 시장성이 있는지 검증하고, 팀원들이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장품 판매는 일반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지만, 판로 지원이나 멘토링 등을 통해 순탄한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육성사업에 선정돼 활동하면서 다양한 기획전에도 참여했다. 김 대표는 “주변 사람들이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나타나는 홍길동이냐’는 질문을 할 정도로 사회적경제 관련한 행사에 항상 나타났다”며 “그렇게 열심이었던 덕분에 우수상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선배 기업들과 함께 한 토크콘서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팀을 이뤄 선배 창업가의 강연을 들었는데, 회사 운영 ‘꿀팁’도 듣고 Q&A 시간에는 개인적으로 질문도 할 수 있어서 김 대표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겪는 문제들은 대부분 비슷한데, 이 문제들을 본인들이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려줘서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셰르는 최근 중국 상해에서 열린 뷰티 박람회에 참가해 테스트 제품을 모두 파는 성과를 보였다.

오셰르는 지난해 말 인천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고 미추홀구 ‘청년창업 희망스타트 지원사업’ 5호점에 선정돼 제운사거리 청년 창업 공간에 입주했다. 최근에는 중국 상해에서 뷰티 박람회에 참가했다. 과거 화장품 회사 해외 영업부에서 일하며 쌓은 중국어 실력이 박람회에서 빛을 발했다. 판매가 아닌 전시 목적으로 들고 간 테스트 제품이 모두 팔렸다. 사업에 대해 크게 동기 부여가 된 경험이었다. 최근 제조한 입욕제, 파운데이션, 블러셔 등이 모두 KC 피부임상연구센터에서 무자극 인증을 받았으며,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는 과정 중에 있다. 곧 유행에 맞춰 셀프 젤 네일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한, 10대와 20대의 취향에 맞췄던 틴트 외에 30~40대를 위한 립스틱도 내놓을 예정이다.

“‘오셰르’는 히브리어로 ‘행복’이라는 뜻이죠. 나와 가족이 행복해지려고 만든 브랜드입니다. 사회적기업을 조직 형태로 택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왜 힘든 거 하냐’는 반응도 보였는데요, 지금은 우리 제품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답니다.”

사진. 이우기 사진작가, 오셰르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