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챌린저] 16. 농가와 소비자 모두 행복한 가격·품질...‘엘그라운드에 맡기세요’
[소셜챌린저] 16. 농가와 소비자 모두 행복한 가격·품질...‘엘그라운드에 맡기세요’
  • 이로운넷=박유진 기자
  • 승인 2019.07.09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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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엘그라운드’ 이민규 대표, 빠르게 변하는 시장...뒤처지는 농부 지원
농가-소비자 연결 채널 ‘밥상의 품격’ 운영...촬영·디자인·브랜딩 모두 무료
육성사업 대상 수상...“매출의 80~90%가 농가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했지만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창업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은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을 소개합니다.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사회적기업가의 자질과 창업 의지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2018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우수팀들입니다.

한국에서 병당(약 500ml) 1만 원 정도에 살 수 있는 코코넛 오일. 인도나 필리핀에서는 1/3 가격에 살 수 있다. 왜 가격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 ‘엘그라운드’ 이민규 대표는 무역학과 졸업 직후 제조사에 직접 전화를 해봤다.

“1병당 1달러가 조금 넘었어요. 직접 인도에 있는 제조사 한 곳을 찾아 배로 수입한 후 식품 검사를 받고 6000원에 팔았죠.”

엘그라운드는 농수산물 사진 촬영, 홍보 등 브랜딩 전반을 돕는다.

2018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대상’ 수상에 빛나는 엘그라운드의 시작점이었다. 엘그라운드는 ‘시장변화에 적응하는데 힘들어하는 농어촌 생산자들의 시장 진입을 지원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미션을 가진 기업이다. 온라인 시장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농어촌 생산자의 농수산물 촬영·디자인·브랜딩을 해주고, 판매 채널을 제공해 전자상거래를 돕는다. 히브리어로 ‘신’인 ‘El’과, 영어로 ‘땅’을 뜻하는 ‘Ground’를 합해 신선한 농수산물을 판매한다는 의미의 이름을 지었다.

“불필요한 유통 과정 없애자”...신선 식품을 합리적 가격에

이 대표는 친구와 코코넛 오일 판매 사업을 하면서 소비자 가격과 산지 가격을 줄이는 방안을 찾았다. 해외와 우리나라의 코코넛 오일 가격 차이뿐 아니라, 국내에서 생기는 농수산물 가격 차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인터넷 이용을 어려워하는 농부들에게 온라인 판매를 돕는다며 돈을 요구하는 등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본격 사업에 뛰어들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운영 중이 '밥상의 품격'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운영 중인 '밥상의 품격.'

엘그라운드는 2016년 말부터 산지 직속 온라인 푸드마켓 ‘밥상의 품격’을 운영한다. 농수산물 판매를 위해 초기에는 이 대표가 직접 온라인 카페 등 커뮤니티에서 연락처를 찾아 농부들에게 연락했다. 엘그라운드가 직접 농수산물을 촬영하고, 판매 페이지를 제작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자료를 생산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 서비스에 만족한 농부들이 주변 농부들에게 엘그라운드를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현재 밥상의 품격을 통해 상품을 파는 농가는 약 60가구다. 이 대표는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업체보다 우리가 수수료도 적게 받고, 농부분들이 먼저 제안하는 가격을 대부분 받아들이기 때문에 신뢰가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독점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엘그라운드의 장점이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농가와 독점계약을 체결해 그 농가가 다른업체에는 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만든다. 농가가 일일이 판매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좋지만, 업체측에서 기본 단가 자체를 낮춰버리면 많이 팔더라도 농가에 이익이 별로 남지 않는다. 결국, 농산물 시장의 생태계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월매출 100만원→5000만원으로 성장...육성사업 ‘대상’ 수상

이 대표는 처음에는 혼자 일하다가 2017년 하반기부터 팀원을 모았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를 공부하다가 공유 오피스에서 만난 컴퓨터공학 전공자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현재 직원은 디자이너 등을 포함해 5명이다. 

“대기업에서 인턴을 했는데, 딱딱한 조직 문화는 별로더라고요. 부모님도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는 입장이셨고요. 안 될 거라는 생각도 없었지만, 잘 될 거라는 확신도 없었어요. 그런데 대상이라니, 정말 놀랐죠.”

엘그라운드는 2018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대상을 수상했다.

엘그라운드는 생산자당 월평균 약 120만 원의 수익 증대 효과를 창출한 바 있다. 작년 11월에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12월에는 고용노동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2016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한 달 매출이 1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월 5000만 원에 육박한다. 이 대표는 “육성사업에 들어가면서 매출이 2배, 3배로 뛰었다”며 “경험이 많은 창업 새내기라 멘토들을 많이 믿고 따랐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업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세무회계, 노무관리 등을 배웠고, ‘사회적기업가 정신’ 수업을 통해 회사의 미션과 철학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소비자의 마음은 어떻게 공략했을까? 이 대표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 사업은 과연 전문가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알 수 없는 시장”이라며 “고객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했기 때문에, 농부분들을 설득해서 사소한 고객 문의 하나에도 다 대응하고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말로만 맛있다고 하면 모르니까...남다른 마케팅 방법

밥상의 품격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생산자는 현재 약 60가구다.

엘그라운드는 택배비만 받고 공짜로 샘플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생산자가 아무리 맛있다고 홍보해도 직접 먹어보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다. 고객들에게 조금씩 샘플을 보내고 추가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포장지 QR코드를 통해 바로 구매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원하는 생산자만 샘플을 한꺼번에 엘그라운드로 보내면,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고객들에게 전달한다. 이 대표는 “속포장 비용 처리 우리가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계산해보니 3명 중 1명만 추가 구매를 진행해도 생산자에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측량(Photogrammetry) 기법을 이용한 3D 모델링. 핸드폰 화면에 보이는 건 주변 물체와의 상품 크기를 비교하기 위한 가상의 오이다.

휴대폰에서 3D 형태로도 미리 제품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사진측량(Photogrammetry) 기법을 이용한 3D 모델링과 앱을 통해 증강현실로 구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만 봐서는 정확히 상품이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나 큰지 감을 잡기 어렵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바로 앞에 상품이 있는 것처럼 주변 물건과 비교해볼 수 있다.

“저희는 사업모델도 단순하고, 매출도 고용도 1등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엘그라운드를 통한 수혜자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매출의 80~90%는 농가로 돌아가거든요. 사회적기업의 취지에 맞았던 것 아닐까요?”

사진제공. 엘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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