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안심상가 4층 사무실. 세련된 단색 스니커즈와 런닝화가 늘어서 있다. 청바지나 캐쥬얼 슬랙스에 신으면 딱인 디자인. 크라우드펀딩 7000%를 달성한 주인공, 주식회사 ‘LAR’ 제품들이다.
세상에 예쁜 신발은 참 많은데, LAR의 차별성은 뭘까. 계효석 LAR 대표는 “친환경 컨셉트를 가진 신발 자체가 많지 않아 매력 포인트가 됐을 것 같다”고 답한다. LAR는 환경부 지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친환경 소재로 만든 친환경 신발 브랜드 ‘라슈즈’를 판매 중이다. 라슈즈는 201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총 7차례 편딩을 진행해 1억 8000만 원을 달성했다.
계 대표는 부모님의 회사를 물려받아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사회적 의미를 담은 자기만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다.
“회사 이름 LAR는 ‘Look ARound(주위를 둘러보자)’의 줄임말이에요. 우리가 사는 지구와 환경을 둘러봤기 때문에 친환경 신발을 만들었고, ‘주위의 힘든 사람을 둘러보자’는 의미로 수익금의 일부를 보육원에 교육비로 기부하죠.”
사람과 환경 모두에 이로운 소재로
모든 라슈즈의 안감은 흰색이며 민감한 피부라도 부드럽게 신을 수 있다. 3년간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농지에서 재배한 유기농 면화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신발에 사용되는 가죽은 네덜란드에서 GRS(Global Recycle Standard) 인증을 받았다. GRS 인증은 완제품의 재활용 원료 함량뿐 아니라 제작 과정별 재생 섬유의 함량 추적이 가능한 제품만 받을 수 있다. 라슈즈 가죽은 가방이나 피혁 업체에서 사용되고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100% 소가죽을 환경부에서 인가한 업체에서만 수거하여 친환경적으로 재생했다.
특히 발이 직접 닿는 인솔(깔창)은 나무로 만들어졌다. 나무를 베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천연 코르크 나무 껍질과 천연 고무나무 원액이 93% 함유된 천연 라텍스를 접목해 친환경적이다. 계 대표는 “LAR만의 친환경 인솔은 자체 향균성과 푹신하지만 탄력 있는 쿠션감, 우수한 복원력을 자랑하며 은은한 나무향으로 냄새를 잡아준다”고 자랑했다. 포장 과정에도 환경을 고려했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포장지와 돌 미네랄로 만든 종이로 포장해 땅에 묻으면 3개월 이내에 생분해된다. 6월 ‘라솔’이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선보인다.
신발 종류는 모두 4가지다. 각각 영어 이름이 붙어있는데, 모두 다른 의미를 담았다.
“‘Salmon’은 연어를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고 지은 이름이예요. 연어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여행을 하고 죽잖아요. 여행하는 삶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Whale‘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물고기예요. 크고 느리게 움직여서 편안해 보이더라고요. ’Griffith‘는 제가 살던 로스 앤젤레스의 대표적인 산인데요, 외롭고 힘들 때 가서 위로받았던 공간이예요. ’Earth‘는 지구를 위한 신발이라는 의미입니다.”
“주위를 둘러보자”...수익금 일부는 보육원에 기부
“해외 선교 활동 시절,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알바니아’로 선교 활동을 갔는데, 소 키우는 마구간에서 여자 아이 3명과 남자 아이 1명이 사는 모습을 봤어요. 남자 아이는 자폐증까지 앓고 있더라고요. 그때 받은 충격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요.”
계 대표가 보육원에 정기적으로 기부하기 시작한 계기다. ‘나만 안정을 추구하며 편하게 사는 게 옳은 일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사업 모델을 정할 때부터 가족의 사랑을 어릴 때부터 받지 못한 아이들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판매한 신발 한 켤레 당 5000원 씩 적립해 구매자들의 이름으로 은평구 ‘선덕원’에 보냈다. 기부금은 교육비나 심리 치료 비용 등으로 쓰인다.
아이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할 때도 있다. 계 대표는 백화점이나 행사에서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인력이 필요한 일이 생길 때 보육원 원장에게 연락했다. 계 대표는 “원장님을 통해 보육원 아이들을 만나보지도 않고 고용했는데, 판매를 너무 잘해서 계속 같이 일한다”고 말했다.
2018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최우수상’에 빛나다
LAR는 올해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사회적기업가 페스티벌에서 작년 창업팀 중 최우수상을 받았다. 계 대표는 “작년에는 페스티벌에 부스로만 참여했는데, 올해는 창업팀 800개 중 10위 안에 들어 시상대에 올랐다”며 “2년 동안 이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계 대표는 “LAR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전과 후로 나뉜다”며 “사업모델이 제조업이라 홍보가 많이 필요한데, 육성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육성사업 동기들과 친해져 협력할 기회들도 많았다. 육성사업 동기인 발달장애인 공동체 활동 기관 ‘아트기버 사회적협동조합’이 공연할 때 LAR가 이들을 위한 신발을 만들어 제공한 예가 있다. 동기들기리 친환경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했다.
중간지원기관인 사단법인 피피엘과도 좋은 관계를 만들어 지금도 이어나가고 있다. 계 대표는 “담당 팀장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식사를 함께 하는데,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멘토링해주고 사업 연계를 도와줘서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계 대표의 꿈은 LAR를 한국 대표 사회적 브랜드로 키우는 일이다.
“몇 년 전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누리다가 2년 만에 사라진 신발 브랜드가 있어요. 그 브랜드 대표는 돈을 많이 벌어 비싼 스포츠카를 몰고 성공신화 롤모델로 떠올랐지만 과한 마케팅 비용, 품질논란 등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사업을 접었죠. 작년에는 고액 세금 체납자 리스트에 오르기까지 했어요. 과연 사업을 통해 부를 누리는 게 성공일까요? 저는 LAR을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적 패션 기업으로 키워서 성공의 기준을 바꾸고 싶어요.”
사진. 백상훈 사진작가, 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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