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 어떻게 전국최초 작업복 공동세탁소를 만들었나?
경남은 어떻게 전국최초 작업복 공동세탁소를 만들었나?
  • 이로운넷 경남(창원)=최범준 인턴 기자
  • 승인 2019.06.10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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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지방선거 당시 광주시 정책의제로 첫 논의
경남도, 올 신설한 사회혁신추진단 통해 지역 단체들 ‘연결’
시범사업후 경남도내 확대 계획, 타 지역 산업단지로도 확산 가능
윤난실 사회혁신추진단장은 "혁신을 잘 살펴보면 그 안에 '연결'이 있다"며 공동세탁소 문제도 "지역 사회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문제를 함께 풀수 있을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일을 마치고 기름투성이가 된 작업복 세탁이 큰 스트레스였다. 더러운 옷을 집에 들고 가지 않고 쉽게 세탁할 수 있어 기대 된다.” A씨(김해 산업단지에서 근무)

경남 김해시에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가 설치된다. 전국최초다. 공동세탁소는 오는 7월 중 문을 열 예정이다. 대기업은 회사 직영 세탁소를 운영하거나 위탁 운영을 통해 노동자 작업복을 세탁한다. 그렇지 못한 대부분 중소 사업장 노동자들은 가정으로 작업복을 가져가 직접 세탁한다. 지역에 있는 세탁소들이 작업복에 묻어난 공업물질 등으로 세탁을 꺼리기 때문이다. 각 가정에서 작업복을 세탁하면 다른 옷들로 교차오염이 발생할 수 있고, 옷을 따로 세탁하더라도 세탁기에 공업물질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노동자 작업복 세탁은 그간 기업규모에 따른 ‘복지혜택’으로 쯤으로 여겨져 왔다.

공동세탁소 설치가 의제로 처음 부상한 곳은 경상남도가 아닌 광주광역시였다. 작년 제 7회 지방선거 당시 광주 노동계에서 공동세탁소 건립을 요구했고, 당시 시장후보자 전원이 ‘공동세탁소 건립에 찬성하며 적극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세탁소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편성한 추경예산이 광주시의회에서 삭감되는 등 설치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벤치마킹 통한 공동세탁소 설치, 배경에는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

최초 논의가 시작된 광주광역시보다 경남도가 먼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이 있다. 경남도 조직개편을 통해 올해부터 운영 중인 사회혁신추진단은 광주에서 시의원, 공익활동지원센터장 등을 역임했던 윤난실 전 광주시의원이 단장을 맡고 있다.

작년 지방선거 당시 공동세탁소 논의를 가까이서 지켜본 윤 단장은 “공동세탁소 논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했지만 추진방식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세탁복지 해준다’는 관점으로 세탁소 설치 문제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쿠폰이나 바우처를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이는 행정이 편한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역사회 각 구성원이 노동자 세탁문제에 먼저 공감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지난 4월 30일 경남도청에서 있었던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 시범설치’ 업무협약에는 김경수 경상남도 도지사, 허성곤 김해 시장, 강태룡 경남경영자총협회장, 박명진 김해상공회의소 회장,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장, 정진용 한국노동조합총연맹경남본부 의장이 참석했다. 노, 사, 정이 모두 모여 맺은 협약식에서 윤 단장이 말한 ‘지역사회 문제를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하고, 해결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윤 단장은 “여러 주체가 힘을 합쳐 함께 만들어야 가치있고, 성공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4월 30일, 경남도청에서 노, 사, 정 관계자들이 모여 공동세탁소 설치 업무협약을 맺었다. / 사진 : 경상남도

 

이해관계자 소통을 통한 사업 정착, 사회적기업으로 전환 목표

작업복 공동세탁소 설치 업무협약체결 후 기존 세탁업 종사자들이 공동세탁소 사업영업확장 등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차승환 경남도 노동정책과 노동정책담당은 “종사자 분들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공동세탁소 설치과정에서 세탁업 종사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세탁업 경남지회와 간담회를 열어 사업개요를 설명하고 공동세탁소 사업범위를 '유해·분진 등이 발생하는 작업복 세탁에 한정하겠다’는 확약 공문을 발송하는 등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지역 이해관계자들과 함께하며 사업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윤 단장은 “지역 내 여러 단체가 협력한 덕분에 공동세탁소 운영비용을 10억 대에서 더 아래로 낮출 수 있었다”며 “다양한 주체들이 보유한 자원을 가지고 함께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남도가 작성한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설치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총 소요예산은 6억 6천 3백만 원 선이며 이 중 경남도는 장비구입비용과 시설비용 등 1억 1천만 원을 김해시와 절반씩 부담했다.

운영에 필요한 세탁수거차량은 노동계가 사회연대기금을 통해 제공하기로 했다. 경영자총협회와 상공회의소는 지역 사업장이 공동세탁소를 이용하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세탁은 벌 당 500원으로 가능하다. 한 사업장에서 노동자 20명의 작업복을 1주일에 한번, 한 달 4번 세탁한다고 가정하면, 한 달 4만원으로 작업복 세탁이 가능한 금액이다.

공동세탁소 운영은 지역 자활센터가 맡을 예정이다. 국비로 인건비를 지급받는 자활센터가 운영을 맡으면서 공동세탁소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를 낮출 수 있었다. 자활센터 참여는 비용 절감뿐 아니라 공동세탁소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고민한 결과다. 경남도는 향후 공동세탁소를 사회적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경남도는 공동세탁소를 “취약계층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가치를 구현하고 확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의 세탁 실험, 전국으로 퍼질 수 있을까?

경남도는 올해 김해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창원, 진주, 함안 등 도내 다른 지역으로 공동세탁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17년 기준으로 경남지역 1만 8천여 중소사업장에서 근로하는 노동자 수는 35만 4천여 명이다. 이 중 제조업 분야 근로자는 12만 1천여 명이다. 경남도에만 공동세탁소가 자리 잡아도 제조업 종사자 12만 명 이상이 작업복 세탁 걱정을 덜 수 있다. 먼저 논의를 시작했던 광주광역시 역시 지역실태조사 및 사업타당성을 검토할 예정이고, 성남시, 안산시도 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지자체 뿐 아니라 지역자활센터 차원에서도 공동작업복 세탁을 위한 자체 실험을 준비 중이다. 창원지역자활센터는 최근 공공상생연대기금 공모사업을 통해 노동자 작업복 세탁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김정세 창원지역자활센터 센터장은 “공동세탁소는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며 “공동세탁소 설치를 복지혜택이 아니라 생활SOC 확충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도의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가 사업모델로 자리를 잡는다면, 전국 산업단지에 접목할 수 있을 여지는 충분하다”고 공동세탁소 설치 의미를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전국산업단지 현황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산업단지는 총 1,207개가 있다. 전국 산업단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수는 2백 15만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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