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해설가, 유아숲 지도사, 숲 치료사, 숲길 등산지도사...숲과 관련된 다양한 전문가들이 소속된 곳이 있다. 바로 포항에 위치한 예비사회적기업인 ‘사회적협동조합 숲과사람(이하 숲과사람)’이다. 4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활동하는 숲과나눔에서는 산림교육은 물론, 숲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물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액자 등으로 만들어 판매도 한다. 낙후된 마을에 작은 정원을 조성해 동네 분위기를 바꾸는 일도 숲과사람이 주로 하는 일들이다. 박희경 대표는 숲과사람을 한 마디로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곳”이라 표현했다.
숲 사랑으로 모인 사람들...안정된 일자리를 고민하다
40여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활동하는 숲과사람을 이끌어 가는 이는 10년 이상 숲 해설가로 활동한 박희경 대표다. 박 대표는 숲 해설가라는 직업이 일반화되기 전부터 이 일을 해온 전문가다. 비영리기관을 거쳐 2017년 창업에 나섰다.
“숲 관련 직종들이 다양해지고 많아졌지만, 안정적으로 일하기가 어려운 환경이에요. 단기 계약직이거나 3개월씩 계약을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좋은 분들과 가치 있는 일을 더 지속가능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회적기업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어요.”
박 대표를 비롯해 공방전문가 등이 결합하며 총 5명이 먼저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숲 해설가, 유아숲 지도사, 숲 치료사, 숲길 등산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들이 결합하면서 지금의 숲과사람을 이뤘다.
40여명 구성원들이 지닌 이력도 각양각색이다. 공무원, 교사, 회사원, 경력단절여성, 공방 운영자, 군인 등으로 이력뿐 아니라 나이대도 다양하다. 숲과사람은 포항에 거점을 두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경주, 영양 등 거주하는 지역들이 다양해서 한번 모이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숲과사람에서는 한 달에 한번 진행하는 직무연수 등의 모임을 중요하게 여긴다.
사업을 진행할 때 의견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서로 의견이 달라도 배워가며 어우러지는 협동조합 정신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월 1회 모임 외에도 상하반기 두 차례 단체 워크샵 등을 통해 새로운 숲 교육 방법도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는 시간을 가진다.
지속가능한 숲 전문기업을 향한 도전
숲과사람의 대표적인 사업은 산림 교육·체험기관이다. 전체 업무의 80% 정도가 교육사업으로 이루어진다. 교육대상도 다양하다. 유아에서부터 성인까지, 개인부터 단체까지 생태교육을 제공한다. 숲과 관련 콘텐츠를 만들거나 숲문화축제, 생태기행 등의 문화행사도 기획한다.
산림교육 및 체험사업이 가지는 보람도 크지만 대부분 위탁사업들이라 더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고민하며 올해부터는 자체사업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숲에서 나오는 자연물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체험상품을 판매하는 일이다. 현재 판매 중인 다육액자는 숲해설가로 활동하며 산에서 직접 벌채해 온 것을 액자에 심어서 다육식물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제품이다. 자연물이 그대로 액자 속에 들어가 있어 액자만 봐도 숲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기성제품으로 다육액자가 많이 출시되어 있어 숲과사람에서는 체험을 가미시켜 차별화를 꾀했다.
“우리는 제품 판매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자연물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자연으로 돌아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등 자연물에 담긴 스토리를 함께 담아요. 완성품도 판매하지만 주로는 체험과 제품을 같이 결합해 판매하고 있어요. 숲 교육을 하며 액자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거나 DIY 키트 형태로요.”
이곳에서 판매하는 다육액자는 크기나 모양 등에 따라 5000원에서 5만원까지 다양하다. 숲과사람에서는 올해 다육액자를 포함해 자연물을 활용한 수공예품을 제작하는 사업을 확대시키고자 공방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격 책정에서부터 온오프라인 판로까지 고민하며 사업가로 완전 변신을 시도 중이다.
낙후된 마을을 자연의 힘을 빌려 재생시키는 활동도 숲과나눔이 지속적으로 해오는 일이다.
“사무실로 활용하고자 빈집을 리모델링하며 담장을 허물어 보니 주변 이웃들과 소통하는 기회가 많아졌어요. 외부로 가있던 시선을 내가 사는 마을로 돌려보니 할 일이 많았어요.”
그렇게 시작된 활동이 빈 화분을 모아서 조형물로 만들어 작은 정원을 조성하는 등의 노력들이었다. 정원사업으로 어두운 골목은 환하게 바뀌기 시작했고, 주민들 간 교류도 더 많아졌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한 일은 결국 사업으로 연결되어 경북 도시재생 행복씨앗마을사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숲 해설에서 숲 여행으로 ‘숲 여행 전문여행사’ 꿈꿔
숲과사람에서 올해 고민하는 또 다른 사업은 숲 여행 분야다. 숲 해설로 시작했지만, 유사 기업이 많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을 고민하며 숲과 여행, 그리고 지역을 접목시키는 ‘숲 전문 여행사’로 확장을 계획 중이다.
“지금 우리가 ‘포항 둘레길 걷기 프로그램’을 하는데 이걸 더 전문적으로 발전시켜서 가족 단위 숲 여행 코스를 고민하거나 숙박까지 가미시킨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해보면 어떨까 고민 중이에요. 여기에 지역의 사회적기업들과 결합하면 더 좋은 프로그램이 나올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덕의 고택이 밀집된 인량마을에서 활동하는 지역사회적기업과 함께 여행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인량마을에는 종가집이 8가구가 있다. 한옥스테이를 숙박으로 활용하고, 지역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이용하며 주변 산림자원을 연계하는 여행프로그램도 고민한다. 그동안 숲 해설가로 활동하며 꾸준히 진행해온 마을 정원 가꾸기, 실내 가드닝 프로젝트 등의 경험들이 지역 여행프로그램 구성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가 잘하는 것에서부터 확장하고 그걸 더 전문화 시켜보려고요. 위탁사업에서 벗어나 진짜 기업으로서 자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전문 경영인으로 발돋음 하는데 큰 힘 되어준 육성사업 컨설팅
숲과사람의 지난해 매출은 5억 원이다. 올해는 7억 원 매출을 목표로 뛰고 있다. 창업 3년 만에 산림청 예비사회적기업과 경북형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모두 받았다. 하지만 기업이 커가는 속도에 비해 내부 조직이 ‘기업’으로서 시스템을 갖추는 속도는 더디다는 것이 박 대표의 고민이다.
“생각보다 빨리 성장하다 보니 기업가로서 어떻게 기업을 운영해갈까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어요. 마냥 숲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전문 경영을 해야 하니 그게 쉽지가 않았어요.”
막막했던 시기, 박 대표에게 힘이 되어 준 것이 바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었다. 박 대표는 전문 경영인으로서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에 “육성사업을 통해 받은 컨설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올해로 사업 3년차에 접어든 박 대표가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숲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 더 오래도록 한솥밥을 먹는 것이다.
“제게 숲은 정말 고마운 공간이에요. 이 일을 시작하며 가족관계도 더 좋아지고, 예전보다 더 넓은 마음으로 주변 이들을, 세상을 보게 되었으니까요. 이런 소중한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제가 느낀 감정들을 더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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