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한 현 시점, 5조 달러(약 6000조 원) 규모의 거대 시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40억 명이 넘는 ‘BOP(Bottom Of the Pyramid)’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다. BOP는 직역하면 ‘피라미드의 밑바닥’으로 소득계층의 최하단 저소득층?빈곤층을 말한다. 최근 여러 기업에서 BOP를 대상으로 한 교육?보건?일자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BOP가 원조의 수혜자인 동시에 거래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국제사회는 지속가능한 방식의 발전을 고민하고 있다. 국내에서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이끌어온 주요 현황과 사례, 제3세계 진출과 지원을 고민하는 당사자를 위한 과제 등을 정리해봤다.
2015년 9월 UN 총회에서 채택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17가지./자료제공=ODA KOREA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빈곤층이 새로운 소비자로 주목받으면서 이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비즈니스를 펼치려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를 대상으로 소셜 미션과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펼치려는 기업들에는 어떤 요건이 필요할까.

공공이든 민간이든 각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세부 지원 자격은 다르지만 공통으로 ‘사회적가치’ 창출에 대한 목표가 기본 사항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들은 “UN에서 제시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17개 가운데 2개 이상에 해당하는 소셜 미션과 사업 모델을 정립할수록 지원 프로그램 선정은 물론 지속가능한 사업 유지에도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SDGs’에는 세계 사회가 빈곤 종식을 위해 2016~2030년까지 노력해야 할 주요 계획이 담겼다. △빈곤퇴치 △기아종식 △건강과 웰빙 △양질의 교육 △성 평등 △깨끗한 물과 위생 △모두를 위한 깨끗한 에너지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산업, 혁신, 사회기반시설 △불평등 감소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기후변화 대응 △해양 생태계 보존 △육상 생태계 보호 △정의, 평화, 효과적인 제도 △글로벌 파트너십 등 17개 이슈다.

소셜벤처 포이엔은 KOICA CTS 프로그램을 통해 미얀마에서 땅콩껍데기로 만든 고형연료를 선보였다./사진제공=포이엔

예를 들어 KOICA의 CTS 프로그램 선정 기업 중 소셜벤처 ‘포이엔’은 땅콩껍데기를 고형연료로 개발해 미얀마 주민들에게 제공해 땔감으로 쓰던 나무의 무분별한 벌목을 막고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SDGs’ 중 건강과 웰빙, 모두를 위한 깨끗한 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등 다수 부문을 충족했다.

이남순 KOICA 혁신사업실 실장은 “기업이 가진 아이디어와 기술을 통해 개도국의 발전을 이끈다는 목적의식이 분명해야 한다”며 “소셜미션은 물론 비즈니스 마인드가 분명한 사회혁신가들이 참여해 빈곤국 저소득층 주민들이 실제 혜택을 보는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함께일하는재단 STP 프로그램 역시 지역에 기반, 지역 리더십 육성, 사회?문화?환경을 해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 아동 빈곤 문제 해결 등 핵심 원칙이 ‘SDGs’ 목표에 부합한다. 케냐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커피 전문가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일자리를 연계하는 ‘커넥트커피’ 사례를 보면 ‘SDGs’ 가운데 빈곤퇴치, 양질의 교육, 일자리와 경제성장이라는 다수의 목표를 따른다.

황동민 커넥트커피 대표는 아프리카의 주요 원두 생산국이지만, 커피 소비 기반이 부족한 케냐의 시장 잠재력을 확인하고 지난 2016년 나이로비에 카페를 열었다. 현지 청년들에게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하고 취업을 연계해 소득을 높여 빈곤의 고리를 끊는다. ‘SDGs’ 기반의 소셜 미션과 현지 시장을 분석한 비즈니스 모델이 잘 결합한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KOICA가 제시한 10대 분야별 비전과 미션은 UN의 SDGs 목표와 부합되는 점이 많다. IBS, CTS 프로그램 사업자 선정시 해당 분야를 주요하게 평가한다./자료=KOICA

한편에서는 개도국을 지원하는 주체들의 근본적 시각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존 ‘인풋(Input)’ 위주의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임팩트(Impact)’ 중심의 지속가능한 지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각 기관이나 기업에서 행하는 개별적 지원을 넘어서 서로 가진 자원을 한데 모아 협력해가는 일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SDGs 중 16개는 세계사회가 직면한 문제이고, 마지막 17번째가 ‘글로벌 파트너십(Partnership for the goals)’인 만큼, UN에서 협력을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며 “정부, 기관, 비영리단체, 기업 등 여러 주체가 파트너십을 통해 지원 방식의 질을 높이면 해결하기 힘든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근본적 요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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