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안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가치나눔청년기자단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눈으로 바라본 생생한 사회적 경제 현장 속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공정무역 제품 얼마나 아세요? 커피,코코아,차? 흔히 식료품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공정무역의 세계는 넓고 다양합니다. 의류, 수공예품, 침구류, 화훼류, 목재, 인형 등 다양한 품목이 교역됩니다.

더 페어 스토리는 공정무역하면 식품이라는 단순 공식을 깨고 수공예품으로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나미비아, 캄보디아 등 저개발 국가 여성 생산자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만든 제품을 수입, 유통합니다. 이를 통해 저개발국가 여성들의 척박한 삶을 보다 윤택하게 바꿔가고 있습니다. 성수동 소셜벤처밸리에 입주한 더 페어 스토리 매장에서 임주환 대표를 만났습니다.

 

임주환 더 페어 스토리 대표

Q. 수공예품을 사업아이템으로 선정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경쟁력 있는 제3세계를 꿈꾸며 과거의 농업과 수공업을 되돌아봤습니다. 농업은 남성의 노동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수공업은 여성들을 자립시킬 수 있는 힘이 내재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항상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프리카·아시아 여성들의 삶과 그들의 인권에 대해 고민했었는데 수공예품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으리란 믿음이 생겼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그들이 생산해낸 수공예품을 소개하고, 이와 함께 그들의 이야기도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더 페어 스토리’죠.

 

성수동 소셜벤처밸리에 위치한 더페어스토리 오프라인 매장

Q. 입점 브랜드를 소개해주세요. 새 브랜드 추가 계획은 없나요?

더 페어 스토리는 온라인 상점과 오프라인 매장 둘 모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수동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온라인 상점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을  직접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입점 브랜드에는 펜두카, 스마테리아, 오하림, 드라가나제브토빅이 있으며, 주요 브랜드는 펜두카와 스마테리아입니다. 

펜두카는 현지어로 Wake up (깨어나다)를 뜻하며, 나미비아 여성 생산자의 손자수 제품 브랜드입니다. 스마테리아는 캄보디아에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된 브랜드로, 이탈리아 디자이너와 캄보디아 생산자가 협업하는 업사이클 패션 브랜드입니다.

저희가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은 한정되어 있으며, 개별 브랜드에 투자할 여력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브랜드 하나를 입점하더라도 제대로 수익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 브랜드 추가 계획은 없습니다.

 

더페어스토리의 대표 브랜드 펜두카는 나미비아 여성 생산자의 손자수 제품 브랜드다.

Q. '더 페어스토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더 페어 스토리’는 ‘도움이 아닌 거래(Trade, not Aid)'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이것이 바로 일방적이고 일회성으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기부 활동과의 차별점입니다. 생산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현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주고,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지 생산 공장을 방문한 임주환 대표. 매년 1~2회 디자이너와 함께 방문한다.

Q. 현지 생산 공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 인가요? 또 어떻게 관리하나요?

펜두카만 하더라도 300명이 넘는 현지 여성들이 제품 생산에 참여하며, 약 5000명의 현지 여성들이 직·간접적인 혜택을 받을 정도로 생산 공장은 현지에서 매우 큰 역할을 수행합니다. 생산 공정은 분업화돼 있어 공장 내에 바틱 팀, 유리 구슬 팀, 바느질 팀 등 다양한 팀들이 존재합니다. 필요한 부분은 각 공장 관리자를 통해 소통하지만, 매년 1~2회 제가 직접 디자이너와 함께 생산지를 방문한답니다.

 

Q. ‘더 페어 스토리’를 통해 생산지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나요?

‘더 페어 스토리’는 전체 매출의 2.5%를 생산지의 공동체 발전기금으로 적립합니다. 그 적립금으로 해마다 생산자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합니다. 2012년 사업 첫해의 수익은 차양막 설치·의자 구입 등 나미비아 생산자들의 작업장 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됐고, 2016년에는 해피빈 공감 펀딩을 통해 캄보디아 여성 생산자를 위한 도서관 지원 사업을 시행했습니다.

또한 펜두카는 지역 보건소와 연계한 병원 19개소를 운영하며 식사를 제공하고 투약 지도를 통해 결핵 환자 수천 명의 치료를 지원했습니다. 

 

작업장 전(왼쪽)/후(오른쪽) 모습. 나미비아 생산자들은 차양막과 의자 덕분에 태양열과 지열의 뜨거움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게됐다. 

Q. 인기 캐릭터 ‘스티키몬스터랩’과 협업했는데, 콜라보레이션이 큰 도움이 되나요?

공정무역 상품은 시장에서 상업적인 상품과 경쟁해야 합니다. 공정무역 상품이라는 점 외에 다른 제품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죠. 더 페어 스토리’의 경쟁력은 품질과 제품 디자인입니다. 그런데 생산자들의 생산성과 고객들의 기대 사이에 갭이 존재합니다. 우린 그 격차를 디자인으로 메우죠.

2년 전, 인기 캐릭터 '스티키몬스터랩'과 협업한 '아프리카 자수 아트콜라보레이션'은 저희로서는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긴 소통의 시간이 요구됐지만 협업을 통해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죠. 올해에도 이나피스퀘어라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함께 협업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기 캐릭터 '스티키몬스터랩'. 협업은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다가서게 하는 비결이다. 

Q. 공정무역 기업이라 더 유리한 점이 있었나요?

공정무역 기업으로서 5% 정도의 소셜 어드밴티지는 갖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딱 5% 정도예요. 소비자들은 착한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지만, 그것이 가격과 같은 다른 구매 결정 요소보다 앞서진 않기 때문이죠.

반대로 대표가 완전히 상업적이지 않다는 것, 그게 공정무역 기업으로서의 태생적인 단점입니다. 제가 경제적인 수익 뿐 아니라 사회적인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몰랑몰랑’한 대표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수익이 뒤쳐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항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언젠가는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규모와 가치를 함께 이끌어낼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국내 공정무역 시장은 성장 속도가 더디다고 합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한국 소비자들에게 공정무역 자체가 공감하기 어려운 단어가 아닐까 합니다. 공정무역의 장은 유럽입니다. 공정무역이 과거 식민 지배를 자행했던 유럽 국가들이 아프리카·아시아의 빈곤에 책임감을 느끼며 시작됐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국내 공정무역 시장은 활동가 수 자체가 부족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고 결국 확장성에서 한계를 느끼는 거라 생각합니다.

 

Q.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해주신다면?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불공정, 부정의에 대해서 격렬하게 반응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이런 대항이 한국 사회에만 머물러 있어요. 불공정, 불의의 이슈들을 세계로 확대해 바라보는 관점이 부족한 거죠. 아프리카·아시아의 빈곤한 생산자들, 과연 그들만의 이야기일까요? 한국의 크고 작은 불공정 이슈들이 크게 보면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 역시 결국 나의 이야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이 같은 관점을 갖출 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착한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의 마음은 분명히 존재하고, 나머지는 온전히 사업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수동 더페어스토리 오프라인 매장에 가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제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Q. 수공예품을 다루는 분 입장에서 패스트패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요?

최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패스트패션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무조건 옳다/그르다를 판단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사회적 기업가 역시 딸아이 옷을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 구입하기도 하니까요.

분명한 건 ‘더 페어 스토리’와는 맡고 있는 영역이 아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페어 스토리’가 패스트패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며, 구조적으로 각자한테 맞는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해결과제는 낮은 수익성입니다. 아무리 좋은 뜻도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소용없으니까요. 아직은 수익구조가 뚜렷하지 않아 지속가능하다고 확신할 수 없어요. 우리가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수익성을 높여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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