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29일 개막한 제14회 제주포럼이 2박 3일 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제14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9일부터 31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2박 3일 간의 일정으로 열린 포럼은 사전 온라인 등록 약 6400명과 현장등록 1700명 등 역대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제주 포럼은 국내외 전 현직 정상과 외교관, 기업인, 언론인, 전문가 등 세계 석학들이 모여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 경제, 문화 분야의 통합적 의제를 논의하는 종합 포럼이다. 올해는 평화(Peace), 번영(Prosper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다양성(Diversity), 글로벌 제주(Global Jeju)라는 키워드로 총71개의 세션에 70개국 41개 기관이 참여했다. 본지는 포럼 둘째 날인 30일 오후에 진행된 ‘스마트시티와 스타트업’ 세션을 중점 보도한다.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이 주관한 이 세션은 기술 혁신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다양한 의미를 모색해보는 토론의 장으로 마련됐다. 독일 베를린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 업의 성공 전략과 서울 세운상가 프로젝트를 둘러싼 도시재생사업의 명암 등 국내외 분야별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제언이 이어졌다.

◇ 스마트시티, '하향식 개발'이 아닌 '상향식 참여'가 성패의 관건

발트라우트 리터 대표

혁신?지식 및 지적 자본과 관련된 연구와 자문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홍콩 컨설팅 기업 Knowledge Dialogues의 창립자이자 홍콩?마카오의 유럽 상공 회의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발트라우트 리터(RITTER Waltraut) 대표는 스마트시티에 대한 하향식(Top-Down) 개발이 아닌, ‘상향식’ 접근(botton-up)'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발트라우트 리터 대표는 “스마트시티를 논의할 때 흔히 대기업이 주도하는 기술의 혁신을 떠올리지만, 도시는 시민의 모습이며,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아닌, 시민들이 도시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모두가 도시 사업가가 돼야 한다"며 "서울이 좋은 예”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서울시는 시장 집무실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교통·재난?물가 등 서울의 주요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지털 시민시장실’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했다. 아울러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인 ‘민주주의 서울’을 통해 시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등 스마트 행정의 혁신을 견인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시민과 정부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으로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스마트시티 조성의 기본 전략임을 강조하면서 보완해야 할 과제도 제시했다.

트라우트 리터 대표는 “도시 혁신의 키워드는 데이터다. 공공 오픈 데이터의 접근?분석 및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효율을 위한 정부 규제 정책과 정보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독일 베를린의 스타트업 성공사례에서 얻은 교훈

마크 보벤슐테 박사

베를린 혁신기술연구소(iit) 대표 마크 보벤슐테(BOVENSCHULTE Marc) 박사. 그의 핵심 분야는 혁신 역량, 가치창조와 고용창출을 위한 트랜드 예측, 지역과 가치창출 구조 간의 상호 효과다. 마크 보벤슐테 박사는 인구의 도시 집중 현상이 가져올 도시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스마트시티의 청사진을 그렸다.

마크 보벤슐테 박사는 “현재 국제 인구 중 55%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이 숫자는 머지않아 70%를 넘어 80, 90%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며 “생활 쓰레기, 대기?수질 오염 등 환경 문제 해결의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도시의 규모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술을 통해 더 청정한 표용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바로 스마트시티 구축”이라고 정의했다.

마크 보벤슐테 박사는 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사업이 아닌, 지역혁신인재로 스타트업계의 선두주자가 된 독일의 사례를 들었다. 통일 이후 베를린은 동서양의 관문 역할을 수행하면서 많은 국제적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디지털 보헤미안들이 스타트 업에 뛰어들었고, 베를린이 다양한 비즈니스 활용 공간으로 거듭났다. 그는 "그런 일이 벌어질 때까지 정부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며 "아무 것도 확실한 것이 없었고, 그래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7년 기준 베를린은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에서 7위를 차지한 바 있다.

스타트업의 발전 과제에 대해 마크 보벤슐테 박사는 “독일은 중소기업의 비율이 98%"라며 "스타트업의 새로운 아이디어에 중소기업의 노하우를 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큘레이터(실리콘밸리의 신생 기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incubator와 단기 집중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accelerator의 합성어)와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 벤처기업에 주식투자 형태로 투자하는 기업이나 혹은 그러한 자본) 등과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마크 보벤슐테 박사는 “독일과 일본, 한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복잡한 특성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전제한 뒤 "한국은 기술적인 잠재력이 충분한 국가이니 기업의 노하우와 지식?기술을 결합한다면 경제의 복잡성이라는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 스타트업의 발전 가능성을 예고했다.

◇ 사람과 가치의 연결… ‘세운상가 도시재생’은 여전히 진행 중

황지은 서울 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황지은 서울 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제조업의 중심지에 자리 잡은 세운캠퍼스 교장과 세운협업지원센터 공동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트윈 기반 도시재생 활성화 플랫폼 개발, 참여형 모바일 증강현실 콘텐츠 제작, 도시 공공 공간 변화 모니터링을 위한 시공간 타임라인 시스템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했다.

'세운상가 재생활성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황지은 교수는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스마트시티 정책의 명암을 조명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세운 상가는 1967년 박정희 정권 하에서 국내 최초 주상복합타운으로 역사에 등장했다. 이후 1970년대 강남 개발, 1987년 용산 상가 개발의 이슈에 밀려 상업 기능이 점차 쇠퇴되었고, 재개발 이슈로 복잡하게 얽히는 등 역사의 수난을 겪어왔다. 오늘날 세운상가는 제조업 혁신으로 불리는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공장)'의 성공사례로 탈바꿈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서울시가 추진한 세운상가군 재생사업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운상가는 2017년 본격 개장하면서 첨단산업기지로 재탄생했다"며 "30년 이상 된 장인들의 기술과 로봇,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드론 등 청년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만나, 제조업 기반의 4차 산업혁명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운상가의 기술 장인과 청년 메어커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세운메이드’ 제품은 크라우드 소셜펀딩을 통해 시민의 투자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3층에 '메이드 인세운' 제품의 쇼룸 '청계상회'를 만들었으며, 향후 지역재생과 연결, 실제 구매 연결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다. 상가 내 위치한 '세운캠퍼스'에서는 서울시립대학교 재학생의 교육·창업 프로그램을 운영, 세운상가는 새로운 교육실험공간으로 기능을 확장 중이다.

'스마트시티와 스타트업' 섹션에 참여한 패널들. 왼쪽부터 마크 보벤슐테 박사, 발트라우트 리터 대표, 황지은 서울 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성과의 이면에는 극복해야 할 위기도 있다. 2014년 수립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으로 세운 상가 주변에 대규모 주상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서울시의 재개발 정책이 추진되자 청계천 일대 제조업체들이 내몰리기 시작했다. 올초 박원순 서울시장은 연말까지 재개발을 중단한다고 선언했지만,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성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황지은 교수는 “우리나라는 스마트시티를 첨단 기술을 집약시킨 신도시 개발의 결과물로 이해한다. 실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스마트아일랜드 등 스마트 시리즈의 핵심은 ‘사람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의 가치를 보존·해석하고, 도심 산업과 창의 산업의 사회적 자본을 연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세운 상가의 경우 자원 발굴이 다 되어 있는 상황인데, 재개발 이슈로 오히려 도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사진 제공=제주도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