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했지만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창업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은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을 소개합니다.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사회적기업가의 자질과 창업 의지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2018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우수팀들입니다.

“예체능계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라고도 하죠. 무용학과 졸업생이 한 해 1600명 정도 되는데, 영리 무용단에 입단해 4대 보험을 보장받는 외국 무용 전공자는 20명도 채 안 돼요.”

댄스플래너 김동욱 대표가 말하는 무용계 현실이다. 한국무용연구학회에 의하면 기존의 안정적인 관 주도 무용단은 정족수가 차서 새 단원을 뽑기 힘들어졌으며, 뽑더라도 2~3명 내외이기 때문에 취업 문이 바늘구멍이다.

공연하고 싶어 오히려 돈을 내는 예술인도 있다. 문제는 무대에 서고 싶은 순수한 마음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김 대표는 “가끔 일시적인 공연을 위해 프로젝트 그룹이 만들어지는데, 무용수들은 대부분 연습 수당 없이 공연에 대한 급여만 받는다”고 설명했다. 

‘댄스플래너’는 무용수들이 겪는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문을 연 기업이다. 국내 무용수와 해외 무용단을 연결해 무용 전공자들이 전공을 살린 커리어를 이어가게 돕는다.
 

열정페이는 그만! 국내 취업 어렵다면 해외로

김동욱 대표는 "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체코에서 무용수로 계속 살았을 것"이라며 "더 큰 일을 하고 싶어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의 열악한 무용 사회를 벗어나 해외 취업에 성공한 무용수다. 체코 플젠의 DJKT 무용단(Plisen DJKT Ballet Company)에 있었다. 1902년 창단한 유서 깊은 무용단으로, 김 대표에 의하면 체코 내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춘 곳 중 하나다.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3년 동안 체코에서 발레리노로 활동하면서 2016년부터 국내 무용수 지인들의 해외 진출을 도왔다. 잠깐 즐기다 오는 해외여행을 가기 전에도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 해외 취업을 위해서라면 훨씬 더 꼼꼼한 사전 조사가 필요할 터. 지역 정보, 오디션 방법, 계약 방식 등 미리 챙겨야 할 내용이 많다.

김 대표는 이 과정을 모두 직접 겪어봤기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훌륭한 무용수인데도 취업이라는 문턱 앞에서 무용을 그만두는 후배나 지인들이 안타까웠다”라며 “그들이 해외로 나가서 자기 꿈을 찾고 전공을 살린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한두 명씩 돕기 시작한 게 사업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댄스플래너의 탄생 배경이다. 댄스플래너의 소셜 미션은 무용수가 비행기에서 내려서 아무 걱정 없이 오디션에 전념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이다.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발레 역사가 깊어서 도시마다 극장이 있어요. 영화관처럼요. 특히 한국에서는 일반 관객보다 학원이나 무용수의 부모님, 지인 대상으로 표를 파는 비중이 더 높은데, 유럽은 90% 넘게 일반 관객일 정도로 대중화돼 있어요.”

국내에서는 2005년부터 무용강사풀제를 운영해 학교 무용교육에 무용 전문가들을 파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무용전공 교직 이수자나 무용학과 졸업생 등이 전공을 살린 일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늘어났지만, 김 대표는 “대다수 무용수의 꿈은 강사가 아니라 직접 무대에 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국내에서 자리를 잡기 어렵다면, 국경을 넘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게 댄스플래너의 목적이다.
 

해외무용단 오디션, 국내에서 가능하도록 설계

지난해 처음 진행된 아시아 댄스 오디션은 올해 7월에도 열릴 예정이다. 

댄스플래너는 국내 무용수의 해외 연수·인턴·취업을 돕기 위해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팀원들이 쌓아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재 13개 국가 21개 무용단과 MOU를 맺은 상태다. 방학·휴학 기간 혹은 졸업 후 여유 기간을 활용해 무용단 생활을 경험하는 3주 단기연수 프로그램, 댄스플래너와 업무 협약을 맺은 무용단에 급여를 받는 인턴무용단원으로 들어갈 기회, 취업을 위한 이력서 준비부터 계약 과정까지 돕는 오디션 컨설팅 서비스가 마련돼 있다. 하반기에는 유학사업도 시작해볼 계획이다.

댄스플래너가 진행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아시아 댄스 오디션(ADA, Asia Dance Audition)’이다. 해외무용단에 입단하기 위해 각 나라로 찾아갈 필요 없이, 한국에서 한꺼번에 오디션을 볼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작년에는 7개 외국 발레단에 15명의 참가자가 합격했다. 올해도 7개의 발레단과 함께 7월 12일부터 13일까지 오디션을 진행했다. 작년과는 모두 다른 발레단을 모집했다. 합격자에게는 최대 800만 원의 ‘해외취업정착지원금’도 제공한다.
 

육성사업으로 확고해진 사업 기반

댄스플래너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뛰어든 건 주변 사람들의 추천을 통해서다. 그는 “육성사업에 선정되지 않았으면 아직 체코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주변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일이 딱 사회적기업에 알맞은 모델이라고 했어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돼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어요.”

웨딩플래너가 결혼의 모든 과정과 행정 업무를 맡듯, 댄스플래너는 무용단 취업에 관련된 모든 절차를 처리해준다.

김 대표는 지난해 육성사업을 진행하면서 멘토링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멘토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보를 얻고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는 “중간지원조직이었던 열매나눔재단 관계자들이 회사의 색깔에 맞는 각종 지원사업과 연결해줬다”고도 말했다. 또한, 창업 공간이 생겨 정말 회사 분위기를 만들고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그는 무용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장을 개척해 사회 가치 성과를 낸 일이 우수상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더 잘 하라는 의미로 주신 상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어떤 일이 잘 되면 저 자신을 칭찬했는데, 이번 수상은 스타트업으로서 받은 거라 팀원들과 조력자들에게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팀원 4명 모두에게 상을 하나씩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웃음)”

사진제공. 댄스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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