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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 박지훈 갤러리, 방탄소년단 정국의 팬클럽은 2018년 특별한 생일 축하 선물을 준비했다. ㈜허니아트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리컬러링(색칠놀이)엽서에 생일 축하 광고를 실었다.

?허니아트가 제작한 리컬러링 엽서는 보통 엽서가 아니다. 엽서가 팔리면 장애인 시설에 미술 재료가 공급돼 장애인들의 사회적 고립을 개선한다. 이 같은 아름다운 취지에 팬들이 공감해 엽서 한 모퉁이에 생일 축하 광고를 실었고 덕분에 장애인 시설 4곳의 누적인원 220여명에게 미술창작활동을 겸한 심리치료가 진행됐다. 후원과 홍보가 결합된 리컬러링 엽서 덕분에 ㈜ 허니아트의 누적 매출은 3배가 뛰었다.

 

지난해 5월 워너원 박지훈 팬클럽이 박지훈 생일에 맞춰 리컬러링엽서에 실은 생일 축하 광고. 전국 20여개 카페에 2만 여장이 비치됐는데 팬들의 열기로 일찍 소진된 곳이 많았다.

리컬러링 엽서 ... 즐기면서 기부하는 기쁨 제공

㈜ 허니아트는 리컬러링 엽서를 통해 장애인들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해주고 미술교육을 받기 힘든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리컬러링 엽서란 색칠하기 놀이의 하나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홍대와 강남등지의 카페와 미용실 50여 곳에 비치돼 있다. 손님들은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면서 혹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는 긴 시간 동안 색칠놀이를 하며 지루한 시간을 즐거운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

 

손님들은 리컬러링 엽서에 자신만의 색을 입히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더 가치 있게 보낸다.

엽서의 한쪽 면에는 아직 색이 입혀지지 않은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 그림들은 일반 시민과 기성작가들 그리고 장애인 작가들로부터 기부 받은 것들이다. 밑그림은 다양한 방법으로 얻어진다.

먼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해시태그 # 리컬러링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허니아트가 선별해 리컬러링 엽서로 제작한다. 지난날의 감정과 추억을 애틋하게 그려내는 백승기 작가, 무채색 도시에 거리 미술의 색채를 뿌리는 스트릿 아티스트 정크하우스 등 유명작가를 포함한 총 7명의 작가가 리컬러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또한 엽서에는 그림에 소질 있는 장애인 작가인 김경두 작가와 고두호 작가의 작품도 포함돼 있다.

 

리컬러링 엽서로 제작된 일러스트 작가 윰씨의 작품

리컬러링 엽서에는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의 색칠놀이가 누군가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준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인 광명시 사랑의 집. 선생님들은 허니아트가 제작한 리컬러링 엽서로 아트테라피 수업을 진행한다. 이 교육은 발달장애인들의 우뇌발달을 도와 창의성을 높여준다.

 

허니아트는 광명시 사랑의 집에서 아트테라피 수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리컬러링 작품을 후원해오고 있다. 귀엽고 재미있는 그림 색칠하기에 즐겁게 임하는 모습이다.

서준혁 허니아트 대표는 “대부분의 시설에서 진행되는 미술프로그램 자료는 구글링을 통해 다운로드한 작품들이라 정형화돼 있다”면서 “이런 틀에 박힌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미술 창작 활동을 돕는 것이 목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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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와 단절되어있는 시설의 장애인들은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미술활동입니다. 한 번은 새의 몸을 직접 그려 반짝이도 붙이고 꼬리털도 달아보는 수업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한 장애인분이 얼마나 애착이 갔는지 밥도 주면서 키울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가슴 뭉클했습니다.?

 

미술 창작 프로그램 당시 한 장애인이 만든 작품

서 대표는 “장애인들은 성향에 따라 다른 색감을 즐긴다”면서 “복지시설에서는 색칠놀이를 개별화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컬러링 엽서는 목감 종합사회복지관, 광명 라마의 집, 부천 춘의복지관 등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아트테라피 수업의 미술활동자료로 인기다.

 

전시회가 꿈인 장애인작가와의 운명적인 만남

리컬러링 엽서의 시작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전시회를 열 수 없었던 한 발달장애인 작가와의 만남에서 출발한다.

그림을 좋아했던 서 대표는 허니아트를 창업하기 전 아트페어에 갔다가 우연히 발달 장애인 작가인 김경두씨를 만났다. 그의 소원은 자신의 작품을 내건 전시회를 열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부족한 점이 많았다. 스케치는 잘했지만 채색에는 어려움을 겪었고 경제적인 사정 또한 그의 발목을 잡았다.

김 작가의 이야기를 듣던 서 대표의 마음에 무언가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대기업을 퇴사한 이후 그는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리라 마음먹은 터였다.

“장애인 예술가들이 처한 어려움들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으리란 예감이 들었어요. 리컬러링 엽서는 스케치하는 능력은 매우 뛰어났지만 채색은 잘 하지 못하는 김경두 작가를 돕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해낸 것이에요.”

허니아트는 리컬러링 엽서에서 출발했지만 기성작가들과의 협업으로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2017.5월 김경두 작가는 기성작가(오미작가, 고은작가 등)들과 콜라보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이로써 그의 오랜 꿈이 실현됐다.

기성작가와 협업.. 배움과 성장의 기회 늘리고 홍보도 하고

발달장애인 제빵사 고두호씨는 미인도를 잘 그린다. 그의 그림은 4명의 일러스트 작가들과 만나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4개의 새로운 ‘미인도’로 재탄생했다. 이 같은 협업모델은 장애인들에겐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고 기성 작가들에겐 홍보의 기회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시계방향으로 ‘기모노를 입고 미인의 머리를 단장해주는 새로운 미인도’(이수정), ‘화사한 꽃 패턴과 결합한 미인도’(각색), ‘현대적인 재해석을 담은 미인도’(1027) ‘꽃배경과 만난 운치 있는 미인도’(이지선). 네 작품은 발달 장애인 고두호 작가와 기성작가의 협업으로 탄생한 콜라보 작품이다.

리컬러링 엽서로부터 영역 확장 ... 장애인 각각의 개성 담은 상품 출시

허니아트는 리컬러링 서비스의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강아지를 좋아하고 강아지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발달 장애인 A씨. 그의 그림은 ‘가이드독’이라는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제작됐다.

?커피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캐릭터를 잘 그리는 발달 장애인 제빵사 B씨의 그림은 커피를 아름답게 꾸미는 슈가파우더틀로 재탄생했다.

“ 허니아트는 장애인 각각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가치들을 상품화하려고 합니다. 시각 예술로 개성을 표현하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지적 장애인들에게 지속적인 미술활동을 지원함으로서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진출의 기회를 마련해주려고 합니다.”

 

현재 출시 과정에 있는 카카오톡 이모티콘과 슈가파우더틀(왼쪽)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서 대표가 리컬러링 엽서를 카페와 헤어숍에 비치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 평균 카페 50여곳을 돌아다니며 5개월 동안 무려 명함 1000장을 뿌렸다. 그는 업주들에게 리컬러링 엽서를 보여주면서 누군가의 색칠놀이가 저소득층 아동들과 장애인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설득했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때도 많았지만 결국 50여 곳의 카페와 헤어숍이 그의 손을 맞잡아줬다. 리컬러링 엽서는 현재 월 1만장 이상 이용되는 색칠놀이 자료이자 기부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리컬러링 엽서를 만나볼 수 있는 협약카페 리스트

“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여가 활동을 즐기며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그가 시설에조차 올 수 없는 환경의 장애인들을 위해 유튜브로 미술활동 강의를 제공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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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쩌면 당연하게 여기는 여가시간이 누군가에겐 꿈꾸지 못하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리컬러링 엽서는 그들에게 여가시간을 제공하고 삶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주죠. 카페에서 리컬러링을 하며 소외계층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생각해본다면 ‘누구나 삶을 즐길 수 있는 세상’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제공: 허니아트 인스타그램 (@recoloring_hone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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