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종로소셜컨퍼런스’ 2일차 행사에서는 ‘지역복지X사회적경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복지와 사회적경제는 ‘사회 가치 확대’라는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지만, 주어진 환경이나 문제 해결 방법 등이 달라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종로소셜컨퍼런스는 지역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복지와 사회적경제가 협업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아 양 집단 간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30일 종로노인종합복지관 4층 종로마루홀에서 열린 ‘2019 종로소셜컨퍼런스’ 2일차 행사에서는 ‘지역복지X사회적경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정관 스님(종로노인종합복지관장)은 “복지와 사회적경제가 분리되기보다 서로 이해하며 함께 가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복지 분야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지역복지 확대 위한 플랫폼 돼야”

한동우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날 기조발제를 한 한동우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경제와 복지의 접점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복지’에 대한 이해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복지란 지역을 복지의 주체로 이해하고, 지역의 역량과 자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개념으로, 문제가 있는 곳에 해결할 힘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한 교수에 따르면 지역복지 안에서 사회적경제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 집단의 소통이 필요하다. 한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복지가 언어를 주도하고 있어 대화를 위해서는 사회적경제가 복지의 언어를 번역해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회적경제와 복지가 소통하기 위해서는 언어에 앞서 '변화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가 연대하면 새로운 복지가 만들어진다”

사회적경제조직의 연대활동을 통해 새로운 복지가 형성된 사례도 소개됐다. 광진구에 소재한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는 2005년 저소득층 여성 6명이 시작한 단체다. 생애주기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던 중 사회적경제가 연대할 수 있는 방안에 착안해 새로운 형태의 지역복지를 만들어 냈다. 송인옥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사무국장은 “돌봄 수혜자들은 돌봄 외에도 가사, 손님 접대 등 다양한 욕구가 있지만, 모든 욕구를 돌봄 종사자들이 충족시킬 수는 없다”며 “우리는 욕구가 있는 수혜자들에게 '사회적경제조직이 개발한 상품을 판매해보자'는 상상을 했고,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송인옥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사무국장.

도우누리는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형 서비스와 거점을 만들어 직접 찾아오게 하는 공간형 등 양방향 채널로 사회적경제기업과 연대해 △연하도움식(저작 및 삼킴장애 도움식) △1시간 재가방문 △국악 및 놀이활동 △주방·욕실·냉장고 위생청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도우누리는 사회적경제조직 중심의 시민자산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지상 4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공유공간을 만들었다. 1층에는 광진생협·공유밥상 등이 입점했고, 2층에는 광진구 마을주치의 역할을 하고있는 ‘더불어 내과’, 3층에는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4층에는 광진주민연대와 광진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가 위치해 있다. 송 사무국장은 “한 건물에 여러 사회적경제조직이 입주해 있다 보니 실제로 서로 상생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기업, 지역복지 확대 위한 플랫폼 역할 ‘시작’

사회적경제기업이 지역복지 확대를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부키’는 홀몸 노인 맞춤형 매입임대주택을 짓고, ‘동구밭’은 발달장애인들이 비누를 만들어 판매하며, ‘(주)동부케어’는 생애별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부키가 지은 ‘보린주택’은 기초생활수급자 노인들에게 위생적인 주거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건물 내에 거주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홀몸노인의 가장 큰 문제였던 생활환경 개선과 외로움을 해소한다.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는 “홀몸노인 주거공간 마련 외에도 보린주택 거주자들은 주차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민들에게 주차공간을 제공한다”면서 “또 건물 유지보수 관리 등을 담당하는 관리인을 고용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노순호 동구밭 대표.

발달장애인들이 천연비누를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진 동구밭은 현재 20명의 발달장애인을 채용해 지속가능한 발달장애인 일자리 확대에 힘쓰고 있다. 2016년 9월 처음 발달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한 이후 현재까지 퇴사자가 없다. 노순호 동구밭 대표는 발달장애인 근로자가 장기근속할 수 있는 이유로 ‘최저임금에 준하는 급여를 지급하고, 직급이 아닌 이름을 부르는 존중문화’를 꼽았다. 노 대표는 “비장애인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발달장애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보니 오랫동안 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부케어는 전생애에 걸친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는 △마을돌봄 공동체 △주·야간보호 △통합형 주간보호 △노인일자리 창출 등에 힘쓰고 있다. 진락천 동부케어 대표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복지와 사회적경제가 만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다”면서 “고령친화 산업을 통한 수익구조를 지역사회에 적용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최범준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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