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flicker.com
9월초, 캐나다의 한 온라인잡지가 9만여 명의 독자들에게 이메일 광고를 보냈습니다. 월가의 상징인 황소 동상 위엔 양팔을 벌린 여자가, 그 뒤엔 방독면을 쓴 사람들이 서 있습니다.
그들 위에 얹혀진 4개의 문장.

“우리의 한 가지 요구는 무엇인가. 월가를 점령하라. 9월 17일. 텐트를 가지고 오라."


9월17일, 150여명이 리버티 플라자공원에 텐트를 쳤습니다. 골드만삭스 등 초대형 금융기관이 밀집한 월가 한 가운데에 있는 공원입니다. ‘점령’의 물결은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10월 15일, 서울을 비롯해 82개국 1500개 도시에서 동시 시위가 열렸습니다. 언어는 달랐지만 메시지는 같았습니다.

“우리는 99%다. 상위 1%의 탐욕에 저항하는 99%다.”


월가 점령을 제안한 캐나다 매체는 '애드버스터스(Adbusters)'입니다. 사회운동가들이 모여 발행하는 이 온라인 잡지는 이집트 혁명을 격발한 타흐리르 광장 시위대로부터 영감을 얻어 시위를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매체의 후원자가 독특합니다.는 로버트 핼퍼 전 뉴욕상업거래소 부회장이에 지난 20년간 최소 5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지난 6월에는 이 잡지의 칼 라슨 편집장을 만나 2만 달러 수표를 써줬다고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헤지펀드의 대부'가 월가 점령 시위의 배후라는 설도 나왔습니다. 미국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조지 소로스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진보단체 재정후원기구인 ‘타이즈드센터’에 350만 달러를 지원했는데, 이 센터는에 18만5000달러의 기부금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소로스펀드 회장인 조지 소로스는 '헤지펀드의 대부'로 유명합니다. 로버트 핼퍼는 시위대가 지탄하는 월가 출신 금융인입니다. 둘 다 시위대가 탐욕스런 ‘1%’로 지목하는 상위 소득계층입니다. 이들이 '99%'의 시위에 동조하는 건 현재의 정치, 경제 체제가 99%에겐 고통을, 1%에겐 이익을 주고 있다는 데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소로스는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8%에서 28%로 증가해 영세 사업자들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금융권은 부실자산 처리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고액의 보너스를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리버티 공원에서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많은 실업자를 만들고 사람들을 집 밖으로 내모는 것은 옳지 않다"며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개인화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건 자본주의도 시장경제도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wearethe99percent.tumblr.com
이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99%다' 시위가 월가를 넘어 한국, 일본, 호주, 이탈리아, 독일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건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개인화'하는 체제가 지구화되었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분노를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99%가 눈을 뜨고 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경제체제를 원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것이 무엇인지,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지 않아 소란스럽습니다. 전 세계를 흔드는 이 소란이 인류의 지혜를 깨울 수 있을까요? "잎새들이 바람에 온몸이 뒤집힐 듯 흔들리는 건 신의 뜨거운 숨결이 거기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을 되뇝니다.

99%를 자청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적고 사진을 찍어 올림으로 시민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 We are the 99 Percent




?"이 글은 <작은것이 아름답다> 11월호
'다른경제'코너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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