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일을 한다는 ‘자부심’과 각자 분야에서의 ‘전문성’으로 서로의 지혜와 경험을 모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사회적가치’라는 거대 물결을 논의하는 ‘제1회 소셜밸류커넥트(SOVAC) 2019’에서 정부, 민간기업, 비영리단체, 학계 등의 각 섹터의 대표 주자들은 ‘협력’의 중요성을 공유했다. 28일 오전 10시 서울 광장동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는 4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대거 참석해 새로운 흐름의 현황과 과제를 점검했다.
‘SOVAC’의 첫 행사는 오프닝 세션 ‘패러다임 시프트: 사회적가치의 시대가 온다’로 막을 열었다. 사회를 맡은 김종걸 한양대학교 글로벌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하게 떠오른 가치 체계인 ‘소셜밸류’를 다시 한 번 선포하고, 어떤 방법으로 임팩트를 키울 것인가를 치열하게 논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사회적가치를 창출한 주체들이 자신의 경험을 발표했다. 입양과 봉사, 선행 등을 통해 일상 속 나눔을 실천하는 배우 차인표가 ‘삶에서 소셜밸류를 실현하기’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딸 2명을 공개 입양해 우리 사회 입양 문화에 변화를 일으킨 그는 “고아, 난민, 노인, 장애인, 중증 환우 등 우리 사회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의 손을 잡으려 했다”고 말했다.
차인표는 “개인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방향을 정해 나아갈 때, 반드시 ‘동력자’가 있어야 지속가능한 실천으로 이어진다”며 “나의 경우는 아내 신애라가 있었고 이후 입양 관련 기관과 단체가 모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부산 영도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펼치는 기업 삼진어묵의 박용준 대표는 “지역이 살아야 기업도 함께 살 수 있음을 깨닫고 지역경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작은 불씨를 지폈다”며 “사회적가치라는 게 대단한 일을 해야만 가능한 게 아니라, 일단 흐름에 참여하는 것 자체로 큰 불씨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소셜밸류 실현을 위해서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아 문제 해결에 힘쓰는 임형준 UN 세계식량계획 한국 사무소장은 “빈곤처럼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인공지능으로 긴급구호를 하고, 블록체인 기술로 난민에게 식량을 주고, 슈퍼컴퓨터로 지역에 맞는 식량을 재배하는 등 기술을 적용한다”라고 말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청년 등 소외계층에게 빅데이터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벤처 크레파스의 김민정 대표도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담보, 보증이 없고 신용등급이 낮은 청년들이 대출 불가로 꿈으로 가는 문턱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며 “모든 가치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특히 젊은이들의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패널 토크에서는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이종욱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 국장, 이형희 SK SV위원회 위원장, 정성미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국내외 기업들의 사회적가치 창출 성공사례, 정책적 지원 방향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영리기업의 사회적가치 창출 등을 연구해온 김 교수는 “기업에 있어 사회적가치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며 “그동안 기업에서는 기부나 자선을 통해서만 사회공헌을 하려 했는데 시각이 변화해 사회적가치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등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다”는 생각을 밝혔다.
글로벌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정 부사장은 “기업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지 않는다면, 고객들은 그 기업을 신뢰할 수 없다”라며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갖더라도 사회적가치는 반드시 실천해야 하며, 그것이 기업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가치 확산을 위해 필요한 과제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유됐다. 네이버 공동창업자이자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를 운영하는 김 대표는 “기업에서 사회공헌을 할 때 집요하고 치열한 인력은 투입되지 않는다”면서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우수한 인재가 확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가치 창출’을 주요 가치로 내세운 SK그룹에서는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가 지금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두 가치가 함께 발전하기 위해 기술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획기적 발전 없이 소셜밸류는 말잔치로 끝날 수 있으므로 오랜 시간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부에서도 사회적가치를 정책과 제도 속에 녹이려고 노력 중이다. 이 국장은 “공공의 이익 창출이나 공동체 발전을 위한 협력은 국가가 생긴 목적 중 하나”라며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을 비롯한 제도적 기반 구축과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 강화, 사회적경제 조직 생태계 조성, 국민의 인식 제고 등 혁신 전략을 바탕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SOVAC’은 지난해 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안하고, 80여 개 기관 및 단체가 파트너로 나서 호응하면서 시작된 행사다. SK 측은 “첫 해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SOVAC이 앞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모두의 축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적가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관심이 한층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자금’ ‘비영리’ ‘유통?마케팅’ ‘인재’ ‘협력’ ‘혁신’ 등 다양한 키워드를 주제로 한 세션이 진행된다. SOVAC 사무국은 사전등록 마감 등으로 행사장을 찾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oksusu)’를 통해 행사 실황을 생중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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