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발걸음이지만 3개 협동조합이 매주 만나며 무엇이든 조금씩이라도 함께 밀고 나갔고, 수많은 공론장을 열며 사람이 많든 적든 함께 나누고 결정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박영민 해빗투게더협동조합 이사-

지난 5월 15일 마포구 서교동 창비카페에서는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이 주최한 ‘우리동네 지역자산화 프로젝트 해빗투게더 2019 출자제안 설명회’가 진행됐다.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이하 나무그늘), 삼십육쩜육도씨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삼십육쩜육도씨),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이하 홍우주) 3개 협동조합이 ‘우리동네 지역자산화 TF(이하 TF)를 결성한 지 정확히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난 15일 열린 ‘우리동네 지역자산화 프로젝트 해빗투게더 2019 출자제안 설명회./사진제공=해빗투게더협동조합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하면 가능"...2년 전 그날, 3개 협동조합 의기투합하다

나무그늘, 삼십육쩜육도씨, 홍우주 3개 협동조합은 모두 마포구 소재의 기업들이다. 마포구는 최근 몇 년 동안 임대료 상승세가 가장 빠른 지역 중 하나다.

나무그늘협동조합은 카페를 중심으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주요 역할을 했다./사진=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

염리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마을공동체를 일궈온 나무그늘은 2017년 초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감당이 어려워지면서 5년 넘게 사용했던 공간을 떠나야 했다. 임시방편으로 인근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다. 안정적인 공간 확보가 절실했다. 삼십육쩜육도씨도 홍대에서 연남동으로, 이후에는 대흥동으로 이주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홍대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만든 협동조합인 홍우주도 홍대의 개성을 없애고 오히려 임대료 상승을 가중시키는 관광특구 추진 과정에 고민이 많았다.

지역자산화를 위해 해빗투게더협동조합에 참여하는 3개 조합 구성원들. 왼쪽부터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정문식 대표,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 박영민 상무이사, 삼십육쩜육도씨의료생활협동조합 정혜진 의사./사진제공=해빗투게더협동조합

?3개 협동조합은 그해 5월 15일, TF를 결성하고 의기투합했다. 직접 우리 손으로, 시민들의 힘으로 자산화를 시도해보자는 고민이었다.

시민자산화는? 시민자산화는 지역 자산을 다수가 공동 소유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이익이 지역 사회 전반에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 등 지역활성화를 위한 정책사업의 증가와 함께 지역사회 차원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다양한 사업의 자생력을 확보하고 지속가능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전략으로 등장했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시민자산화의 형태는 시민, 사회적 조직, 공동체 구성원 등의 주체들이 개별적으로 자산화를 하는 경우에서 복합적으로 구성되는 방식까지 다양하게 표현된다. 시민자산화의 주요 사례들은 토지은행(Land Bank), 개발신탁(Development Trust), 공동체토지신탁(Community Land Trust: CLT), 부동산투자협동조합(Real Estate Investment Cooperative: REIC), 지역공동체 재단(Community Foundations), 마을 공동체 주식(Community Shares)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다. 대표적인 시민자산화의 유형으로 공동체투자신탁(CLT)은 지역기반의 비영리·사회적경제 조직이 토지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공동체 형성을 촉진한다.

TF의 첫 시도는 해외 자산화 사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었다. 2017년 9월 방문한 영국의 ‘아이비하우스 펍(Ivy House Pub)’은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이 지향하는 지역자산화의 모델과 부합했기 때문이다. ‘아이비 하우스 펍’도 3개 협동조합처럼 2012년 시작된 지역재생 사업으로 내몰림을 당할 위기에 처했었다. 펍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이 힘을 모아 지역공동체를 조직하고 영국 최초로 주민 공동체 주식과 협동조합으로 직접 펍(Pub)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지역 자산을 주민의 힘으로 되살려 지역공동체가 공유 활동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 최초의 주민공동체 주식, 협동조합을 통해 직접 펍을 인수한 ‘아이비 하우스 펍’./사진출처=아이비하우스펍

해빗투게더협동조합 설립...지역이 공동 소유하는 새로운 시민자산화 계획

해외 탐방 후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2018년 10월 3개 협동조합은 시민자산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을 결성했다. 8명이 초기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해빗투게더협동조합

TF를 구성한 이래 1년 6개월 간 매주 논의를 이어갔다.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은 지배회사가 되어 지분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주식회사 '더커먼즈'도 설립했다. 더 많은 지역의 투자자를 모아 더커먼즈를 통해 자산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산 공간은 공동 사무실, 코워킹스페이스, 복합 문화공간 등 지역의 거점 공간으로 활용되는 동시에 수익구조를 마련해 자산의 운영·유지, 대출 상환, 공동체에 이익 분배가 가능하도록 설계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시민들이 직접 모아내는 5억 출자금 확보’다. 올해 내 1인당 평균 100만원을 출자하고 공간 매입 시까지 500명을 모아 5억 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 이사는 “시민자산화에 대해서 사람들과 접점을 만들고 참여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자산화에 대해 충분히 알리고 이해가 높아지면 함께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 참여로 매입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도 주식회사의 주주가 돼 지역이 공동 소유하는 새로운 지역자산화 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의 향후 계획

현재 5개 지역단체와 67명의 개인이 뜻을 함께해 5천여만 원이 모인 상태다. 오는 9월부터는 크라우드펀딩과 기관투자 등으로 부족한 기금을 충당해 올해 내 건물 매입을 하는 게 목표다.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은 향후 3개 협동조합 이외에 파트너기관으로 참여할 지역단체 및 지역 사회적경제기업들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5일 열린 설명회에서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은 참여자 모집을 위한 출자제안서와 두 번째 홍보영상을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시민자산화 논의가 본격화된 게 얼마 되지 않아 이를 뒷받침할 제도나 중간지원기관 등이 부재해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대출 받는 것부터가 그렇다. 몇 십억씩 만들어낸다는 것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제발 하나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고 그만큼 우리는 절박하다. 그래도 좋은 동료들이 있어 절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관련 조직들이 계속 연대하며 정책 제언 등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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