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부조를 최고조로 발전시킨 동물 종이야말로, 수적으로 우세하며 가장 번성하고 앞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을 가진다.”
19세기 러시아에서 활동한 시민운동가 피터 크로포트킨은 저서 ‘만물은 서로 돕는다’에서 ‘상호부조론’을 주장한다. 동물들이 자연의 힘 앞에 혹독한 ‘생존경쟁’을 치르는 한편, 생명 유지와 종 보존을 위해 어김없이 ‘상호부조’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작은 곤충에서 덩치가 큰 동물, 원시인, 중세를 지나 근대인까지 서로를 도우며 집단을 유지한다.
공동이익을 추구하고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경제 영역 안에서 상호부조는 가장 자연스러우면서 필수적인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는 지난 21일 서울혁신파크에서 ‘한국 사회적경제 상호부조 사업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과제’를 주제로 열린학습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습회에는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 겸 사회적경제연대회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연사로 나섰다. 문 이사는 고대 로마시대 하층민 3명 이상으로 구성된 상조회 ‘콜레기아’, 중세 유럽의 경제공동체 ‘길드’ 등을 소개하며 상호부조의 역사를 되짚었다. 한국의 ‘두레’ ‘품앗이’ ‘길쌈’ ‘계’ 등 사회집단 안에서 구성원끼리 돕는 상호부조의 방식도 소개했다.
문 이사는 “상호부조는 생산, 분배, 소비 등 영역에서 공유지를 함께 경작하거나 초과 잉여를 약자에게 나누거나 개인의 위기를 상호 간 호혜로 해결하는 식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경제 영역 안에서 상호부조의 유형은 크게 개인과 기업으로 나뉜다. 개인은 생활비나 주거비, 병원비 등에 필요한 자금이 필요할 때, 기업은 보증금이나 손해배상이 필요할 때 상호부조를 떠올릴 수 있다.
현재 ‘사회혁신기금’ ‘사회적기업연대공제기금’ 등이 속한 기업공제기금 60억원, 전국주민협동연합회가 소속된 자활공제기금 40억원 등 총 100억원 이상의 상호부조 기금이 운용 중이다. 사회적경제 분야에 속한 개인이나 기업은 각 조건에 맞는 기금에 가입해 출자금을 내고, 필요한 자금을 빌려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사회혁신금융의 ‘사회혁신기금’은 제도권 금융에서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사회혁신 기업이 모여 자금을 조성한 자조기금에서 출발했다. 일정 금액 이상을 출자한 회원사를 대상으로 무담보, 무보증 융자를 진행한다. (예비)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소셜벤처, 비영리기관 등 총 138개 회원사가 총 5억3000만 원을 모아 필요한 때 기금을 이용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내 상호부조 기금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문 이사는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발표한 정부에서 여러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금융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현장에서는 여러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우리가 필요할 때 우리가 쓸 돈을 미리 모아 금융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의존성을 극복하고, 자본 연대의 중요성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경제연대회의 금융위원회에서는 ‘공제연대’ 분과를 두고 서울시협동조합협의회, 사회적기업공제사업단, 자활공제연합회, 공익협동조합 동행 등과 힘을 모으고 있다. 보유 상품을 공유하고, 공동 공제 상품을 개발하고, 공동대출을 통한 기금 협력 등을 해나갈 예정이다.
문 이사는 “적은 돈이라도 모으고, 기존 조직과 상품을 연계하고, 함께 모여 상상해 나간다면 사회적경제 내에 상호부조가 활성화할 것”이라며 “자본 그 자체를 위한 연대가 아닌 사람을 위한 연대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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