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품법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품법”)은,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 할 경우 행정안전부장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등록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제4조 제1항). 법률 문언만 보면 등록 대상이 단순 명료해서 왜 이 법을 위반하여 처벌받은 사례까지 나오는지 의아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모집등록의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어떤 비영리법인이 1년에 유사한 목적의 사업을 3~4개 계획하고 각각 500만 원씩 기부금을 모집하였다면, 이는 등록 대상에 해당될까, 그렇지 않을까?
각각의 사업을 나누어 보면 등록 대상에 해당되지 않지만, 각 사업이 사실상 하나의 사업이라 판단된다면 등록 대상에 해당된다. 그런데 현행 기부금품법은 이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기부금품법에 사업목적을 구별하는 구체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등록청 또는 사법당국이 하나의 사업이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만일 어떤 비영리단체가 당초 1천만원 이하의 기부금이 모집될 것이라 예상하여 등록 없이 모집하였는데, 실제 모집된 금액이 1천 만원을 초과하였다면 어떻게 될까?
모집자로서는 대단히 기쁜 일이겠지만,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기부금품법은 여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대법원 판결도 발견하기 어렵다. 기부금품법의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모집자는 모금액이 당초 목표액에 도달하는 즉시 모집을 중단하고, 실 모집액이 1천만 원 이상이 된 경우 초과분을 즉시 기부자에게 반납해야 한다” 고 모호하게 해석할 뿐이다.
그러니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계획된 모집금액이 1천만원을 넘든지, 넘지 않든지 간에 사전에 등록을 하는 게 안전하다. 특히 사회적으로 예민한 이슈를 제기하는 사회단체는 이 법을 더욱 엄격히 해석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분야의 모집자가 모집 등록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기부금품법은 자선사업, 재난 구휼사업, 국제적 구제사업 등 특정 사업만 모집 등록을 허용하고, 그 외의 나머지 사업에 대하여는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 구조이다. 기부금품 모집 등록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록 신청이 거부된 제주강정마을회 사례도 있다.
모집 등록을 하였다 하더라도 상당한 행정업무를 감수해야 한다. 기부금품법은 모집기간을 1년 이내로 제한하고, 기부금품의 모집?관리 등에 충당할 비용도 기부금품의 규모에 따라 15% 이내로 제한한다. 또한 모집자는 기부금품 사용이 끝나거나 사용기한이 완료되면 60일 이내에 등록청에 기부금품 사용완료보고를 하고, 이 때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내역보고서, 회계감사보고서 또는 지출증빙서류, 모집 및 사용내역 홈페이지 공개 증명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모집자 스스로 기부금품의 모집 등록 대상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이를 대비하여 사전에 일률적으로 등록 신청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기부금품 모집 자체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에 수반하는 행정절차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국회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개정안은 “등록하지 않고 기부금품을 모집하였으나 등록대상 금액 이상을 모집한 자 또는 모집목표액을 초과하여 모집한 자”에 대하여 14일 이내에 등록청에 모집 등록을 하도록 허용하는 등 현행 기부금품법의 규제 정도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부행위가 원칙적으로 기부자의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이고, 기부금 모집행위로 인한 위법행위들에 대하여는 형법 등 다른 법률로 규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개정안의 주된 방향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 기부금품법이 개정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모집 등록 등 정해진 절차를 지키는 것이 안전하다. 기부금품법의 모호한 규정으로 인한 불측의 피해를 방지하고 기부문화의 활성화를 위하여 기부금품법의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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