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 관계자들이 4일 원주를 떠나기 전 한국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스스로 배운 '아침이슬'을 들려주는 모습.
 
“어떤 사람이라도 차별이나 배제되지 않는 사회, 누구라도 생생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한국의 여러분과 함께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일본에서 만납시다!”
(아웅 대표 아라카와 시게코, 5월 10일 일본 도쿄에서 대한민국 강원도 원주로 온 편지)
 
 
“지역 내 모든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개성과 존엄을 지키면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협동조직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귀 조직의 방문은, 지역포괄돌봄을 꿈꾸며 한 걸음 한 걸음 실천해 나가는 사례를 보여준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이사장 우순자, 5월 20일 대한민국 강원도 원주에서 일본 도쿄로 보낸 편지)
 
일본 도쿄에 있는 ‘아웅’과 강원도 원주에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간 오간 편지 내용이다. 운동의 방향과 내용을 함께 하는 이들이 국제적 연대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왜 이어지게 된 것일까?
 
아웅은 일본 도쿄에 있는 ‘기업조합’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유사한 법인격이다. ‘Asia Workers Network’의 앞 글자를 딴 'AWN'을 일본어 발음으로 하면 아웅이 된다. 산스크리트어 ‘a-hum'의 일본식 발음이기도 하며, 우주의 시작과 끝을 가리키는 불교용어이기도 하다. 운동적으로는 ‘두 사람이 하나의 일을 할 때 마음이 일치하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3일과 4일 강원도 원주를 방문, 네트워크 현황 등을 살펴본 일본 도쿄 기업조합 '아웅'의 구성원과 관계자들.
일본 기업조합 ‘아웅’, 원주를 방문하다
 
아웅 구성원과 관계자 8명은 지난 5월 3일과 4일 짧은 일정으로 원주를 방문했다. 3일 무위당만인회 김영주 고문으로부터 원주협동조합 운동의 역사에 대해 강의를 듣고,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곽병은)을 견학했다. 4일에는 방문 목적의 핵심인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이사장 우순자)’ 현황 설명을 듣고, 농아인들이 결성한 ‘수화더하기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관혁)’과 자활기업인 ‘협동조합 허브이야기(이사장 오인숙)’를 방문했다.

2002년 아웅 설립을 제안했던 나카무라 미츠오 씨는 “우리가 하는 운동을 어떻게 지역에서 여러 단체와 함께 폭을 넓힐까 고민하던 중에 원주 사례를 배우러 오게 됐다.”고 밝혔다. 차별과 배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려운 이웃의 일자리를 만들어 온 지금까지 운동의 방향을 ‘지역사회 만들기’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여러 가지 고민을 해결해 보고자 원주를 찾은 것이다.
 
이들 원주 방문은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김기섭 박사의 역할이 컸다. 김 박사는 2017년 3월 나고야에서 열린 일본 ‘사회적 사업소 연구·집회’에서 원주 운동의 현황과 역사, 사회적 경제의 어려움과 과제, 해결방안 등을 발표하고, 요청에 따라 같은 해 동경에서도 이 내용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 아웅의 관계자가 참석해 원주 사례를 들은 게 원주를 방문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원주 방문을 확정하고 난 후 이들은 10개월 동안 매월 모여 한국과 원주에 대해 공부를 진행했다. 원주 역사로부터 시작해 한살림 선언까지도 공부했다. ‘아침이슬’을 완벽하게 배워, 4일 헤어짐의 자리에서 원주 사람들에게 불러주기도 했다.
 
자본논리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일자리를 만들다
 
일자리를 잃고 노숙생활을 하게 된 사람들이 모여 2002년 의류 재활용 가게를 열면서 아웅은 시작되었다. ‘하루 세끼 밥 먹을 정도의 임금’을 목표로 재활용 가게를 시작했다. 이후 심부름센터도 운영하고 가전제품 판매 사업도 하고 있다. 지금은 다양한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30여명의 노숙인과 아웅 취지에 동감하는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 일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구성원이 노동과 경영에 평등하게 참여한다. 생명과 생활을 스스로 지키자는 취지에서 ‘기업조합’으로 법인격을 취득하고, 사회보험도 완비했다.

“한 사람, 한사람이 주체가 되는, 서로 돕는, 모두가 대등하게 관계하는, 누구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네트워크와 연계된, 지역에 뿌리내린, 일자리 만들기”가 아웅 이념이다. 지금까지 행정으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능력 차이에 따라 급여를 정하지 않고, 가능하면 일반 취로가 어려운 사람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우리의 이런 이념은, 현재의 자본 논리에 대한 정면 대응이다. 노동자를 일회용 소모품으로 여기면서 이익을 얻으려는 자본 논리에 휩싸여서는 아웅의 의미는 없다”고 말한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지역 만들기를 꿈꾸다
 
이들은 2015년부터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방향을 세웠다. 생활클럽에 네트워크를 처음 제안했고, 이는 협동노동의 네트워크를 쌓아가는 속에서 지금과 같은 자본의 논리, 경쟁의 원리에 대응하자는 취지였다. 2016년에는 지역 사회복지협의회와 공동으로 ‘사람, 물건, 삶, 아가라와 [지역에 있는 강의 이름] 재발견’을 주제로 마을 축제를 개최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안심하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을 향해 가자는 취지였다.
 
이번 한국 방문에 동행한 아라카와 토모요 씨는 “우리가 지향하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고립시키지 않는 지역 만들기를 어떻게 발전시켜 갈 것인가, 이번 방문을 참고하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가와구치 하루카 씨는 “사회적 고립이 없어지지 않으면, 경제적 고립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일본에서도 매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앞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 만들기로 향하고자 한다"며 "나아가 지역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하며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장, 누구나 안심하고 있을 수 있는 일상적인 안식처(소도)를 만드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라도 자기 모습 그대로 있을 수 있는 장소, 그런 지역 만들기, 마을 만들기 선두에 아웅이 우뚝 서는 게 그들의꿈"이라는 것이다.
 
동일한 곳을 지향하는 동지를 만나다
 

5월 20일 아웅으로 보낸 편지에서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우순자 이사장은 “네트워크는 2018년부터 조직 내부에 ‘지역포괄돌봄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 내 모든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개성과 존엄을 지키면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협동 조직들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웅에서 추구하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지역 만들기’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함께 방문한 사이토 아리코 씨는 “국가의 틀을 넘어 같은 희망을 가진 동료가 있다는 것이 매우 든든하다”고 말했다. 가와구치 하루카 씨는 “동지를 만들고, 연대감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번 여행을 통해 배웠다”는 감회를 밝혔다. 나카무라 미츠오 씨는 “방문 멤버 전원이 희망을 확실히 가질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기대 이상의 기쁨”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고니시 치에 씨는 “제가 특히 놀란 것은 네트워크의 유연함, 신용협동조합의 존재, 생명운동의 근본적인 것을 공유하기 위한 교육이었다”며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을, 원주에서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와서 너무나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3일 무위당기념관을 방문, 원주협동조합 운동의 역사를 배운 일본 기업조합 '아웅' 구성원 및 관계자들.

 


이케가미 카나미 씨는 “여러분이 일본에 오셨을 때, 이 마음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웅의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지역 만들기’와 원주 네트워크의 ‘지역포괄돌봄’ 등이 사회적 경제 운동의 깊이 있는 축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는 11월 30일, 아웅에서는 ‘지역 만들기’를 위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고, 원주에서는 지속적인 교류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동지’간 교류가 양쪽에 어떤 영향을 주며, 어떻게 발전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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