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실조로 어린 환자가 사망한 후 토아즈 섬의 병원은 비워져 있다./ 사진제공=NYT

뉴욕타임즈(NYT)는 베네수엘라의 국경도시 마라카이보(Maracaibo)에서 벌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당면한 참상을 보도했다. 

18일(현지시간) NYT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짐바브웨의 무가베 정권 붕괴와 소련의 몰락한 때, 1990년대 쿠바의 처참한 모습을 앞지른 비참한 지경"이다. IMF수석 경제전문가를 역임한 로고프 (Kenneth Rogoff) 하버드대 교수는 이와 관련 "내전을 치르지 않고 이런 규모의 인간 비극을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한 때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전임자인  차베스 대통령의 무능한 통치, 부패, 잘못된 정책으로 인플레가 치솟았고 기업들이 줄 도산했다. 거기에다 최근 몇 달 동안 트럼프 정부가 강력한 제재를 가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매체는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가 경제가 붕괴되면서 무장 폭력조직이 도시 전체를 장악하고 공공서비스는 붕괴되고 대부분의 베네수엘라인들의 구매력은 밀가루 월 2kg으로 줄어들었다. 정기적인 정전에 타격을 받은 시장의 정육점 주인들은 고기 판매를 중단하고 일몰까지 휴지나 다름없는 주식을 팔기 위해 몰려들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남은 음식과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을 찾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파산한 소매상들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추락한 지폐를 예치하기 위해 은행을 들락거리는 현지 실상을 매체는 전했다.

그 위기는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의 야당 지도자인 가이도에게 권력을 이양하도록 강요하려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더욱 악화됐다고 NYT는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가 최근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를 제재한 사건은 이 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석유 판매를 어렵게 만들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채권 거래 금지 조치와 함께, 베네수엘라가 음식과 약을 포함한 어떤 상품도 수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NYT는 분석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우리는 2018년 베네수엘라에게 최소 200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서 맹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는 봉쇄이상의 박해다"라고 지지자들에게 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자료에 따르면 한때 남미에서 가장 많던 석유 생산량은 2003년 미국의 침공 이후 이라크보다 더 급격히 감소했다고 한다. 국민들이 국외로 탈출하면서 지난 2년 동안 인구의 10분의 1을 잃었고, 심지어 남미에서 최대의 난민 위기를 촉발시켰다.

NYT는 IMF의 분석을 빌어 "올해 천만 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이션은 1990년대 콩고 민주공화국 이후 가장 긴 폭등기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연구소의 라나우(Sergi Lanau)는 "이는 본질적으로 소비의 총체적 붕괴"라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2013년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62%나 줄어들 것으로 이 연구소는 추산했다. NYT는 구소련 공화국이 1990년대 중반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의 경제 감소율은 약 30%라고 비교했다.

현재, 베네수엘라 정부는 부족한 자원을 수도 카라카스(Caracas)에 집중시키고 있어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줄리아(Zulia)주 수도인 마라카이보시(인구 200만 명)의 상황은 심각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 지역의 곤살레스(Miguel González) 주민협의회 대표는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해법을 얘기하고 있지만 지금 굶주림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으며, 주민들은 약탈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역사회의 식단은 대부분 야생과일, 튀긴 옥수수, 밀가루 반죽과 뼈의 육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NYT는 주 수도에서 벗어나면 상황은 더 나쁘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한때 약 1만2천 명의 주민들이 어촌에 퍼져있던 관광지였던 토아스(Toas) 섬은 대부분 황폐화됐다. 전기와 수도는 하루에 몇 시간만 사용할 수 있다. 본토와 정기 운항서비스를 제공하던 배가 지난달 고장났고, 국영 석유회사의 기름 바지선이 부족한 식량과 생필품을 실어 나른다. "이 나룻배가 이 섬의 가난한 주민들에게 위태로운 생명줄"이라고 매체는 보도했다.

초인플레이션으로 섬의 전체 예산이 한 달에 400달러(주민 1명당 3센트)로 줄었고 병원은 약도 없고 환자도 없다. 섬에서 유일의 산업인 4개 채석장은 지난해 강도들이 송전망에 연결된 전선을 모두 훔친 이후 놀고 있다. 줄리아주의 반대편에 목축하는 도시인 마키크(Machiques)에서는 그 나라에 공급했던 육류와 유제품 생산이 격감되었고  소를 훔치는 무장 폭력배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 지역 상점 주인들은 전선을 수리하고 통신 타워를 계속 가동하면서 공공 근로자들을 먹여 살리고, 예비 발전기를 위한 디젤을 조달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마키크 상공회의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정육점 주인 페로타(Juan Carlos Perrota)는 "우리가 사실상 국가의 기능을 떠맡았다. 문을 걸어 잠글 수는 없는 노릇이고 상황이 호전되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출처:

https://www.nytimes.com/2019/05/17/world/americas/venezuela-economy.html?searchResultPositi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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