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종로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보자는 고민으로 오는 29~30일 양일간에 걸쳐 ‘종로소셜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컨퍼런스를 계기로 다양하고 복잡한 지역 문제에 대한 공론의 장을 열고, 그 속에서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고민하는 종로구 사회적경제의 현재와 내일을 집중조명해 본다.  

한양 600년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곳. 종로에는 궁궐과 한옥마을, 대학로 등 문화예술분야를 상징하는 다양한 문화자원이 있다. 이 같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음악, 연극, 미술, 공예 등 각 분야의 전문 예술가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경제기업들도 각자 보유하고 있는 문화자원으로 지역재생에 앞장서고 있다.

“문화예술 선진지역 종로, 문화소외계층도 있습니다”

“종로구에 사는 분들 중 문화예술 활동에 소외된 분들 많아요. 제가 거주하는 창신동은 대학로가 바로 옆에 있지만 평생 연극 한편을 본적이 없다고 말씀 하는 분들도 있어요. 문화혜택이 골고루 전파되지 않는다는 거죠.”

창신동에서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는 종로가 대한민국의 문화 1번지로 꼽히고 있지만, 정작 문화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지역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종로’하면 문화가 발달된 도시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것은 일부 지역 이야기로 정작 종로에 거주하는 주민을 위한 활동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아트브릿지가 위치한 창신동은 문화소외지역이지만, 사람들은 소위 부촌으로 꼽히는 북촌, 부암동, 평창동 등에만 집중한다. 문화혜택 양극화가 생기는 것이다. 종로구 내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단체의 지역 활동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종로구 문화예술기업의 시선이 지역이 아닌 전국, 해외시장에 주로 머물렀다. 신현길 대표를 비롯한 종로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은 기업의 시선을 지역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했고, 최근에는 종로에 위치한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같이 해 보자'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지역과 연대해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사업을 유치 및 요청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 대표는 "그 시작이 종로소셜컨퍼런스, 창신문화밥상과 같은 지역행사”라고 말했다.

2018 종로문예투어리즘 성과보고회.

종로 사회적경제기업, 지역 내 문화예술활동에 앞장

최근에는 여러 사회적경제기업에서 지역과 같이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에는 ‘종로구 문예투어리즘’이 진행됐다. △모차르트마술피리 △부암뮤직소사이어티 △공연자협동조합 신 △팀플레이예술기획 △서울패션공예협동조합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좋은우리술협동조합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총 8개의 사회적경제기업이 참여했다. 각 기업에서는 갖고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발굴해 에에비앤비 ‘트립’에 선보였다.

올해 5월 29일~6월 1일에는 종로 소셜컨퍼런스와 창신문화밥상이 함께 진행된다. 두 행사는 본래 각각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힘을 합쳐 지역민들에게 문화예술행사와 사회적경제에 대해 알리고, 종로구의 문제를 짚어보기 위한 목적으로 함께 진행된다. 특히 행사가 열리는 창신, 숭인 지역은 도시재생지역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문화예술 사회적경제의 역할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사례① 아트브릿지

창신동에 둥지를 튼 아트브릿지는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적 행복창조’라는 소셜미션을 갖고 공연사업과 지역문화사업을 진행하는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이다.

'소년 이순신, 무장을 꿈꾸다' 공연 사진./ 사진제공=아트브릿지

주로 아동·청소년에게 한국의 역사와 아시아 문화를 주제로 한 체험형 연극을 선보인다. 관객들은 공연을 통해 조선시대로 돌아가 과거시험을 보고, 이순신의 친구가 되어 왜군을 무찌르기도 한다. 올해에는 고조 서거 100주년이자,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한 작품 ‘대한제국의 꿈’을 선보였다.

창신동에 ‘뭐든지 예술학교’를 만들어 어린이와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꼭대기장터’, ‘창신문화밥상’ 등 지역주민들이 모여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도 진행한다.

아이들에게 역사는 딱딱하고 어렵다. 아트브릿지는 연극을 통해 과거 인물과 시대를 이해하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 역사에 관심이 없었던 아이와 부모는 즐겁게 역사를 공부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신현길 대표는 “예전에 공연을 본 한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가 공연을 보고 집에 와서 오랫동안 먼지가 쌓여있던 역사책의 먼지를 털고 읽기 시작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 적이 있는데, 그럴 때 아트브릿지를 사작한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창신문화밥상' 중 주민 패션쇼 사진./ 사진제공=아트브릿지

지역문화사업으로 창신동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창신동은 좁고 가파른 길 사이 봉제공장과 거주지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대학로와의 직선거리는 불과 100m에 불과하지만, ‘먹고살기 바빠서’ 평생 연극 한 편 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창신동 주민들이 대학로를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처해진 노동 환경 상 쉽지 않다.  

“이들이 갈 수 없다면 대학로의 배우, 예술가들이 창신동으로 오면 되잖아요. 거리도 가깝고요. 그래서 저는 대학로에 있던 사무실을 창신동으로 옮기고, 배우들이 창신동으로 와서 연습하고, 공연하도록 실행한 거죠.”

신 대표는 봉제 업무에 종사하는 창신동 주민들의 업(業)을 살려 생활 예술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던 주민들도 조금씩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 봉제인 전시 제목이 ‘동대문 그여자’였어요. 그런데 올해에는 ‘동대문 그여자들 그남자들’입니다. 참여하는 분들이 늘어난 거죠.”

올해부터는 봉제인 전시 기획단계부터 주민들을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신 대표는 “작년에는 아트브릿지가 기획했다면, 올해부터는 주민들이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직접 기획해서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례② 팀플레이예술기획

팀플레이 공연사진./ 사진제공=팀플레이예술기획

2012년부터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팀플레이예술기획은 공연을 제작하고 기획해 무대에 올리는 공연제작 기획사다. 대학로에만 총 4곳의 극장이 있으며 아동극, 청소년극, 로맨틱코메디, 휴먼드라마, 휴먼코미디, 공포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팀플레이는 작품의 타깃을 명확히 설정해 홍보한다. 조성준 팀플레이 대표는 “수요자의 입장에서 공연을 고를 때 어떤 상태에서 공연을 보고 싶은지 생각한다”며 “주요 타깃층이 공연을 선택할 때의 포털 검색어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물론, SNS,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로 작품을 홍보한다”고 말했다.

학교문화 개선과 건전한 청소년 문화확산을 위한 청소년 감성 뮤지컬 '사춘기 메들리' 공연사진./ 사진제공=팀플레이예술기획

조성준 대표는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공연을 즐기도록 지원해 공연문화가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하지만 생활이 힘든 사람들은 문화비를 지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팀플레이는 일반관람객 유치와 함께 저소득 청소년, 어린이, 장애인, 노인 등 문화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무료초청행사’를 진행한다. 한달기준 약 1천여명의 문화소외계층이 무료초청행사를 통해 팀플레이 공연을 감상한다.

“문화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여유와 관계없이 모두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어요. 팀플레이는 비용 때문에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문화공연을 제공하고 있죠.”

과거 무료초청행사를통해 공연장을 찾은 한 발달장애인은 공연이 끝난 뒤 공연팀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조 대표는 “그때 ‘아, 공연이 이 사람에게 큰 즐거움을 줬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매우 보람됐다”고 회상했다.

문화예술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선물한다. 팀플레이는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소 어렵게 다가갈 수 있는 사회적경제를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문제,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 라고 하면 재미없어 보이잖아요. 팀플레이는 ‘대학로에있는 사회적기업에서 매우 재미있는 물건을 만든다’는 역할을 통해 사회적기업의 이미지를 개선 시키고 싶어요.”

종로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활성화 위해 공공기관 관심 더해져야

종로구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경제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지역 내 사회적경제단체가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더불어 종로구와 서울시 등 공공기관의 관심도 필요하다.

지역 문화예술 소외계층에게 문화와 예술로 위로와 활력을 전할 수 있는 것은 지역의 예술단체(기업)다. 다만, 기업의 경우 지역에만 집중하면 경제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공공에서는 이를 위한 자원 투입도 이뤄져야 한다.

또 문화예술 단체가 많이 위치한 종로의 특성을 살린 특성화된 정책 마련돼야한다. 조 대표는 “종로구에는 오래 거주한 지역민이 많지만 대부분 문화예술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도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공공기관에서 특성화된 정책을 마련하고, 구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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