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묵국수와 김장 추억>

1.
“아무래도 여기선 김장이 어렵겠지?”
장모님이 불쑥 이렇게 말씀하신다. 

매년 처가 마당에 처남, 처제 부부가 모여 함께 김장을 했는데 얼마 전 마당 없는 빌라로 장모님이 이사를 하셨다. 내가 보기에도 좁은 빌라에서 100포기 김장을 하기엔 무리다. 

“예, 이제 각자 집에서 해야겠죠. 저도 예전처럼 김장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텃밭에서 열무, 얼갈이 심어서 그때그때 김치 만들면 되거든요.” 

“그래, 그게 낫겠어. 나도 두 통만 있으면 1년 충분히 먹어.”
“예, 장모님 김장은 제가 해서 드릴게요.”

2.
결혼 후 25년 매년 장모님 지시를 받아가며 김장을 했다. 배추를 어떻게 자르고 절이고 헹구는지, 양념에는 뭐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비록 지시대로 따르기만 하는 역할에 불과하지만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 않는가. 

15년 전 부엌일을 전담하고 8년 전 텃밭을 시작하고 나서는 직접 이런 저런 김치도 담갔으니, 김장이라고 대수이겠나 싶기도 하다. 가평 텃밭에서 배추를 재배하고 그곳에서 절이고 하면 20포기쯤은 일도 아니리라. 

그런데 막상 이런 생각을 하니, 우습게도 저 옛날 시어머니한테 살림을 인수받는 며느리라도 된 기분이다. 네네, 장모님, 올해부터 김장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3.
<도토리묵국수>
날씨가 더워진다. 도토리묵으로 만든 국수는 따뜻한 육수도 좋지만 여름에는 차게 해서 먹으면 더 시원하고 맛있다. 귀찮으면 시판용 도토리묵에 시판용 육수로 해도 된다. 

4.
<재료> 2인분
도토리묵 400g, 계란 하나, 신김치 약간, 김 조각 약간, 육수

5.
<조리법> 도토리묵 만들기
1. 도토리가루 100g(반컵)에 물 600g(3컵)을 넣고 저은 다음, 약불에 올리고 계속 저으며 끓인다.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참기름 1스푼과 소금 반 스푼을 넣고 젓다가 구멍이 퐁퐁 생기면 2분 정도 더 젓고 불을 끈다. 
2. 유리로 된 사각 반찬그릇에 넣은 뒤 냉장고에 넣고 식힌다. 
3. 도토리 묵이 굳으면 10cmX1cm 크기로 잘라놓는다. 
4. 시판용 도토리묵으로 준비해도 좋다. 

6.
<조리법> 육수만들기
1. 물 1리터에 멸치 10마리, 다시마 손바닥 크기, 마른 송이버섯, 양파 1개 등을 넣고 30분 정도 끓인다. 
3. 국물만 따른 뒤 국간장 3T, 식초 3T, 마늘 1T, 매실청(또는 설탕 2T)를 넣고 저은 뒤 역시 냉장고에서 식힌다. 
4. 시판용 육수로 해도 좋다. 

7.
<조리법> 도토리묵 국수 만들기
1. 계란 하나를 참기름 1/2R와 소금으로 살짝 간한 뒤 후라이팬에 얇게 펴서 익혀 지단을 만든다. 
2. 묵은지는 설탕 1T(또는 매실청), 참기름 약간, 참깨를 섞어 버무려 둔다. 
3. 김을 가늘게 잘라 고명으로 준비한다. 
4. 도토리묵에 고명을 얹고 육수를 부어주면 끝.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