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촬영차 서울 지하철역 2호선 신촌역 근방의 암흑 체험 카페 ‘눈탱이감탱이’를 방문했다. 사회적기업 ‘암흑’에서 운영하는 카페 ‘눈탱이감탱이’는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기관으로 정식 인증을 받은 곳이다. 이 날 오후에도 고등학생들의 체험 교육이 예정돼 있다.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후 직장과 학교 등의 단체 워크숍 교육 수요뿐만 아니라 블라인드 소개팅 등의 이색 데이트 체험 코스를 경험하고자 방문하는 손님의 방문도 크게 늘었어요."
‘눈탱이감탱이’의 대표이자 1급 시각장애인인 성정규씨의 말이다.
암흑 체험을 하는 내내 당황했다. 그야말로 생전 처음 겪는 일이다. 눈은 뜨고 있는데 보이는 것은 없으니 거센 파도를 가르는 배를 탄 듯 머리가 어지러워 눈을 감고 있어야만 했고, 식사를 할 때는 오로지 손끝의 감각으로 사물을 구분해야만 했다. 테이블 모서리, 쟁반, 그릇과 식기 순으로 더듬어 가며 위치를 기억해야 했으며, 보이지 않으니 예민해진 청각 탓에 음식물을 씹는 소리가 온 방 안에 울리는 듯했다.
약 두 시간 남짓의 체험이 끝난 후 바깥을 나왔을 때 들었던 생각은 ‘후련하다’였다. 체험의 시간은 보이지 않음의 답답함도 있지만, 평소 사용이 적은 다른 감각기관들이 겪는 새로운 느낌들의 자극도 신선했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 내 안전이 보장된 제한된 공간에서 '체험'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에 이르자 무서워졌다.
‘보이지 않음이 일상화가 된다’? 어느 날 만약, 불행한 사고로 인해 갑자기 시각 장애가 생긴다면 당장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흔하게 보는 인도의 불법 주정차 차량과 이를 막고자 설치한 장애물들은 내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자주 가는 패스트푸드 식당과 카페의 키오스크 주문 방식은 시도 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며, 물리적 버튼이 없는 터치 방식으로 작동하는 전자기기들은 아무리 만져본들 제대로 작동시킬 수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 정도는 ‘voice over’라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음성 안내 기술을 통해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제한적일 것이다.
비로소 “장애가 어떻게 불편한지 직접 느껴보고 이를 통해 장애를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면 좋겠다”라는 성 대표 말의 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간 모르고 지나쳤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이동권 보장을 주장하며 벌인 장애인단체의 출근길 기습 시위에 마비된 광화문역을 나서며 불평했던 일이 떠오르며 부끄러워졌다. 제도적으로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면 장애인이라고 해서 소외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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