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군' 스틸 이미지. 1980년 5월 광주 도심에서 포착된 남자의 모습.

1980년 5월 이후, 광주 시민들의 인생은 통째로 바뀌었다. 5.18 민주화운동 39주년을 맞은 올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그날의 진실을 되묻는 영화 한 편이 개봉을 앞뒀다. 다큐멘터리 ‘김군’은 민주화운동 당시 모두가 ‘김군’이었던 이름 없는 시민군들을 처음으로 조명하는 작품이다.

‘김군’은 군사평론가이자 극우논객 지만원이 사진으로 남은 시민군 일부를 지목하며 “북한 지령을 받고 내려온 특수군”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5.18 북한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은 일부 시민군을 ‘제1광수’로 지목한 이후 ‘제2광수’ ‘제3광수’ 등 수백 명의 무고한 시민들을 북한군으로 몰아세운다.

작품은 지씨가 ‘제1광수’로 지목한 인물을 찾는 긴 여정을 통해 왜곡된 진실을 들추어낸다. 1983년생인 강상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낡은 프레임이 아닌 젊은 시선으로 5.18을 바라본다. 강 감독이 영화를 만든 계기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주옥 씨를 2014년 만나면서다. 

영화 '김군' 스틸 이미지. 극우논객 지만원은 ‘5.18 북한개입설’을 주장하며 일부 시민을 ‘제1광수’로 지목한다.

5.18 당시 임신한 몸으로 시민군이 탄 트럭에 주먹밥을 실어 날랐던 주씨는 2015년 5월 개관한 5.18기록관에서 ‘아는 청년’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발견한다. 그런데 같은 달 사진 속 인물과 북한 사람이 동일인이라는 주장이 극우사이트 ‘일베’를 통해 처음 제기됐고, 한 달 뒤 지씨가 그 인물을 ‘제1광수’라고 지목한다. 

사진 한 장을 두고 상반된 주장이 펼쳐지자 강 감독은 인물의 행방을 찾아 나섰고, 그 과정을 미스터리 추적극 형태로 풀어냈다. 영화 제목이 ‘김군’인 이유에 대해 강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성이 ‘김’이기도 하다”며 “구체적인 개인에 대한 지칭이기도 하지만,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누구도 될 수 있는 명칭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극 중 김군 사진은 5.18 당시 중앙일보 사진기자로 현장을 목격한 이창성 씨가 찍었다. 그는 “강 감독이 진실된 기록을 역사에 남기고 싶다고 약속해 필요한 자료를 내줬다”며 “‘김군’은 5.18을 그대로 담은 기록으로, 빼거나 보탠 게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열린 영화 '김군' 시사회 현장. 강상우 감독, 5.18 당시 김군 제보자 주옥 씨, 이창성 전 중앙일보 사진기자(왼쪽부터)의 모습.

‘김군’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19회 인디다큐페스티벌(2019) 등에 초청되며 주목받았다. 특히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비극으로 뭉쳐진 원경의 이미지가 아니라 살육의 현장에 존재했던 수많은 김군들의 개별 클로즈업을 통해 영화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호령하는 새로운 시각과 다른 방식을 제시했다”는 평과 함께 대상을 받았다. 

강 감독은 “5.18은 박제된 민주화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제작하면서 바뀌었다”며 “시민군의 목소리를 빌려 젊은 세대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군, 주옥, 양동남, 지만원 등 출연. 5월 23일 개봉.

사진제공. 영화사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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