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유독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진정성’입니다. 한 기업의 임원이 한 CSV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저희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이번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발표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당연히 중요하고 또 반가운 말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와 닿지는 않습니다.

미국 비평가였던 라이오넬 트릴링(Lionel Trilling)은 진정성(authenticity)을 성실성(sincerity)과 대조합니다. 진정성은 성실성과 달리 노력이나 의지에 의한 언행일지 수준이 아니라 좀 더 전인격적인 완성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래서 애를 쓴다고 성취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더불어 캐나다의 철학자인 앤드류 포터(Andrew Potter)는 ‘진정성이라는 거짓말(The Authenticity Hoax)’에서 진짜에 집착하고 있는 세대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합니다. 진정성에 대한 순진한 낭만주의로의 도피를 경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라는 말에서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확실히 이해되고 그 메시지에 100% 동의하지만, 정말 일본이 사과를 하더라도 저 위에서 이야기하는 진정성을 담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 고민스럽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임팩트 비즈니스는 더 진정성 있기 위해서 과도한 진정성의 환상을 스스로 걷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 임팩트 비즈니스라는 영역은 시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혹시라도 진정성이 시장 속의 기업에게 내재된다면 우리의 칭찬과 존경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진정성을 요구한다면 오히려 그런 척만 하는 기업들이 난무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 임팩트 비즈니스는 당연히 우리 개인의 마음 속에 있는 진정성을 기반으로 합니다. 사회 구성원들 각각의 마음 어느 곳에 자리잡고 있는 그 진정성이 사회를 바꾸어 가리라는 기대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임팩트 비즈니스 종사자들 중에 충분히 진정성을 담아내는 분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임팩트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모든 조직은 이 진지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임팩트 비즈니스 영역에서 진정성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저는 이 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진지함(seriousness)이라는 개념을 하나 더하고 싶습니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요구가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이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니 진지하게 다루자는 자세입니다. 임팩트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모든 조직은 이 진지함이 필요합니다. 조직단위로 진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우리가 비난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지만, 진지함까지 부족한 조직은 서서히 도태되는 생태계의 자정 작용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조직에 속한 개인들에게는 여전히 진정성을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역시 우리 사회에 속한 인간이니 말입니다.

진지한 조직이 가진 여러 특징이 있겠지만, 제가 주로 살피는 관점 한두가지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한 특징은 그 사회적 가치가 지속적으로 제고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경로와 갈림길에서의 선택으로 진정성을 향해 나아가는 진지함을 증명할 것입니다. 다른 한가지는 사회적 가치를 비즈니스에서 떼어내면 비즈니스도 타격을 받도록 구성되었는가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 기부금 지출을 내일부터 중단한다고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마리몬드가 내일부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을 그만둔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실망한 고객들은 떠납니다. 좋은 임팩트 비즈니스는 점점 더 그렇게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의 연결관계가 긴밀해집니다. 

개념을 설파하거나 말꼬투리를 잡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우리가 힘을 모을 수 있는 확신을 얻고자 생각을 정비하려는 시도일 뿐입니다. 저는 지금 매우 진지합니다. 그리고 제 삶과 사업에 진정성을 담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렇게 진정성 있는 개인들과 진지한 조직들의 노력이 우리의 미래를 좀 더 건강하게 변화시켜 나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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