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소비 활동을 통해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기존 국제무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된 ‘공정무역(Fair Trade)’이 느리지만 조금씩 세상을 바꾸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86.8%로, 한국은 90% 가까이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일부를 공정무역 방식으로 바꾼다면, 보다 나은 공동체와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 가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현 시점 국내의 공정무역의 현황과 특징,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조명해본다. |
햇살 가득한 5월의 주말, 서울 성수동 서울숲 근처에서 한바탕 축제가 벌어졌다. 5월 11일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행사다. 비가 왔던 지난해 축제와 달리 화창한 날씨 덕분에 참여자들의 얼굴도 환하게 빛났다.
11일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이 열렸다. 올해 행사 주제는 ‘비 페어, 비 커넥티드(BE FAIR, BE CONNECTED)’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고, 오늘과 내일을 잇는다는 공정무역의 정신을 담았다.
‘공정무역’은 저개발국 생산자와 노동자가 만든 물건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해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아동노동을 금지하며 환경을 보호하는 무역을 말한다. 세계공정무역기구(WFTO)는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을 ‘세계 공정무역의 날’로 지정하고,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개최한다.
이날 오전 11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한국 페스티벌의 막이 올랐다. 김경민 한국공정무역협의회 이사장은 “공정무역 제품은 물건마다 생산국의 이야기와 생산자의 서사가 담겨 있다”며 “공정무역 제품을 사는 소비자는 세계 시민이라는 자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축사를 했다.
개막 행사에서 서울 성동구와 신용보증기금은 공정무역 제품 소비와 확산을 약속하는 자치구와 기업임을 공식 선언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공정무역 커피 한 잔 사먹는 일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각을 조금만 바꾸고 개념 소비에 동참하면 생산자들의 삶이 바뀐다”며 “이번 선언을 시작으로 성동구는 공정무역 도시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무역 자치구가 되기 위해서는 △공정무역 조례 제정 △인구 2만 5000명당 1개소의 공정무역 상품 판매처 확보 △공정무역 제품 사용 △공정무역 교육 및 캠페인 △공정무역 위원회 구성 등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가 지정한 5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행사장에는 아름다운커피,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등 공정무역 주요 단체 12곳이 참여해 △수공예품?커피?초콜릿?과일 등 공정무역 상품을 만날 수 있는 ‘공정무역 장터’ △공정무역 먹거리를 활용한 ‘요리워크숍’ △공정무역 원두를 활용한 ‘퍼블릭 커핑’ △공정무역 직물을 활용한 ‘수공예 워크숍’ △생산자들과 함께하는 ‘공정무역 포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공정무역 망고, 파인애플, 계피, 캐슈넛 등 먹거리를 판매하는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의 이강백 대표는 “소비자들이 공정무역에 보다 쉽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제품을 직접 체험해보는 부스를 꾸렸다”며 “아직 공정무역을 모르는 많은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장”이라고 이야기했다.
청소년, 대학생 등이 참여하는 동아리, 단체에서도 다수 참가해 행사를 빛냈다. 김포 하늘빛중학교 공정무역 동아리에서 온 이예원 양(15)은 “평소 공정무역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큰 축제에 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것을 알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둘째 날인 오는 12일에는 혜화동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마르쉐와 함께하는 공정무역 농부시장’이 열린다. ‘마르쉐’는 도시형 장터로 매월 두 번째 일요일에 정기적으로 장이 선다.
이날 공정무역과 서울지역 농부의 협업 결과물을 만날 수 있으며, 다양한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다. 또한 ‘공정무역 특별부스’를 설치해 한국의 공정무역 역사와 생산품을 알리고, 공정무역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 레시피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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