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은 업사이클링이에요. 볼품없고 오래된 것에 새로움을 더해 가치를 만들 수 있죠.” 

“군산은 레어템(희귀한 아이템)이에요. 빈티지하고 키치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물 같은 곳입니다.”

“군산은 놀이터에요. 화려한 놀이동산이 아니라 옛 추억이 살아있는 동네 놀이터요. 시간이 지나도 항상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 같아요.”

군산에 자리 잡은 청년들이 만든 잡지 ‘희열군산’에서 나온 말들이다. 일제강점기와 근대화시대, 산업화시대까지 한국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군산에 최근 청년들이 모이고 있다. 군산만이 가진 독특한 색깔과 매력이 새로움과 가치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움직인 덕분이다.

‘청년과 창업’ 연결고리로 지역의 변화 이끄는 프로젝트

사회적기업 언더독스가 도시재생 프로젝트 '로컬라이즈 군산'을 통해 지역의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시도 중이다. 영화동에 세운 거점 공간의 루프탑 모습.

창업가를 육성하는 사회적기업 언더독스가 올해 초부터 도시재생 프로젝트 ‘로컬라이즈 군산’을 시작하면서 활기가 더해졌다. 프로젝트는 미국의 브루클린, 독일의 베를린, 스웨덴의 말뫼처럼 한국의 군산에도 ‘청년과 창업’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지역의 변화와 혁신을 이끈다는 목표로 첫 발을 뗐다. 

다양한 섬들이 산처럼 모였다는 뜻의 군산(群山) 지명대로, 청년 창업가들을 모아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지난 1~2월 사업설명회 및 공모 등을 통해 프로젝트에 참여할 24개 팀을 선발했다. 신규 아이템을 선보인 ‘인큐베이팅’ 11개 팀과 기존 사업 모델을 현지에 적용하는 ‘엑셀러레이팅’ 과정 13개 팀에서 총 70여 명이 선정됐다. 언더독스는 3~6월 12주간 창업 교육을 진행해 창업팀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자원 연계를 이끄는 중이다.

정부?지자체 중심이 아닌 민간 주도의 도시재생은 국내에서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 이슬기 언더독스 디렉터는 “그동안 몇 개인이 지역에 들어가 도시재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며 “‘로컬라이즈 군산’은 언더독스 같은 중간 지원기관이 각각의 로컬 크리에이터를 돕는 큰 규모의 로컬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창업가들을 교육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낡은 공간 리모델링, 특색 있는 여행 기획, 지역 특산품 개발”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창업 24개팀 명단. 주요 사업 내용은 교육, 컨설팅 과정을 통해 일부 바뀌기도 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24개 팀은 ‘도시재생’을 주요 목표로 크게 △문화콘텐츠형 △관광연계형 △지역 커뮤니티형 △친환경형 등으로 나뉘었다. 군산에 대한 지역 이해도가 높고, 비즈니스의 차별성이 있으면서 지역에 줄 수 있는 영향력과 팀 역량 등을 고려해 선발했다. 낡은 공간을 리모델링해 문화?상업 공간을 구축하고, 지역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기획하고, 지역 특산품을 개발하는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창업 팀들은 “여행자들이 군산에 더 오래 머물고, 더 자주 방문하고 싶게 하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산업 도시에서 문화·관광 중심지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군산만의 특색을 담은 상품?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여행객을 위한 ‘소셜 다이닝’ 콘텐츠를 기획한 인큐베이팅 팀 ‘와이랩’의 차민규 대표는 “제주?부산 같은 지역과 달리 군산에 2~3번씩 오지 않는 이유는 관광지가 부족하고, 군산만의 브랜딩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역 상점에서 산 재료로 함께 음식을 만들어 여행객과 나눠 먹고 소통하면서 군산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행히 군산에는 역사?문화유산이 많아 발굴?개발할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한 편이다. 엑셀러레이팅 팀 ‘리디브’는 군산의 독특한 장소에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김선웅 리디브 대표는 “일본 특유의 느낌이나 복고 감성이 가득한 건물?골목?상점 등이 모인 동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스튜디오처럼 보였다”며 “요즘 사진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 새로운 유형의 관광이 될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군산 안팎 사람들, 협업 통해 ‘지역 활기 되찾기’ 목표로 협업

'로컬라이즈 군산'의 인큐베이팅 11개팀, 엑셀러레이팅 13개 팀은 3~6월 창업 교육을 받고, 컨설팅과 자원연계 등을 거쳐 10월 성과공유회를 열 계획이다.

‘로컬라이즈 군산’은 참여자들에게 창업 교육 외에 숙박?코워킹 스페이스를 함께 지원하는 특징이 있다. 나이?경력 제한이 없어 원주민과 타 지역에 온 참여자들 비율도 반반 정도다. 이 디렉터는 “대학생, 청년 창업가 등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인생 2모작을 꿈꾸는 40~50대 중년층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며 “군산 안팎의 사람들이 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생활?업무 공간이 같고, 공동생활을 하다 보니 팀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협업도 일어난다. 다른 아이디어로 다르게 시작한 사업이 서로 엮이고 겹쳐지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인큐베이팅 팀 ‘화접도’는 슬로우 라이프 실천 방식을 군산 특색에 맞는 콘텐츠로 기획하는 기업이다. 비즈니스에 필요한 사진?영상?디자인 작업을 다른 팀과 협력해 진행하고, 지역 내 협동조합과 연계해 콘텐츠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희정 화접도 대표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뜻이 맞는 다른 팀과 협력하고, 지역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창업팀은 언더독스의 교육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다른 팀과의 협업을 통해 서로의 경험과 능력을 공유하기도 한다.

지난 3월 시작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은 6월 중 마무리된다. 상품을 만드는 팀은 시제품을 제작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홍보해 소비자의 반응을 테스트해 볼 예정이다. 성과를 바탕으로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고, 전문가들의 컨설팅과 자원연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정착하도록 지원한다. 10월에는 창업팀의 성과를 모아 페스티벌도 연다.

언더독스는 올해 프로젝트 진행을 통해 사업 지속 여부, 다른 지역에서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이 디렉터는 “로컬라이즈 군산을 통해 많은 청년들이 모여 ‘예전보다 활기차졌다’ ‘동네가 시끌시끌해졌다’ ‘사람들이 즐거워 보인다’ 같은 말이 나오기를 바란다”면서 “도시가 생기를 되찾아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언더독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