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창업 팀이 군산 지역의 특색과 필요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발표하는 모습.

“짬뽕 먹고 단팥빵 사가는 것 말고, 군산에서 할 일이 없을까요?”

전라북도 서쪽에 위치한 군산에는 유독 중국집과 빵집이 많다. 군산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TV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가게들에 방문했다가 초원사진관, 군산세관, 철길마을, 선유도 등 유명 관광지 몇 군데를 들르고 일정을 끝낸다. 전주나 광주 등 주변의 큰 지역에 갈 때 잠깐 들리는 ‘경유지’ 역할은 해도 ‘목적지’가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군산이 젊은이들이 주목하는 지역으로 떠올랐다.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뉴트로(New-tro)’가 최근 트렌드가 되고, 근대?산업화 시대의 모습이 잘 보존된 군산이 요즘 말로 ‘힙한(유행하는?멋진)’ 곳으로 주목받으면서다. 특히 지난 3월 본격 시작된 도시재생 프로젝트 ‘로컬라이즈 군산(Local:Rise Gunsan)’은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언더독스, 수도권→지역 프로젝트…현대?GM 떠난 군산에서 

사회적기업 '언더독스'와 전북지역 에너지 공급 기업 'SK E&S'가 의기투합해 군산 지역에 창업 공간을 만들고 소셜벤처를 육성한다.

‘로컬라이즈 군산’은 창업가를 교육?육성하는 사회적기업 ‘언더독스’에서 기존 수도권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지방에서 처음 시작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이름처럼 ‘지역을 일으키는’ 다양한 소셜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구(舊) 도심인 영화동 일대를 군산을 문화·관광의 중심지로 발돋움시키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내세웠다.

이슬기 언더독스 디렉터는 “창업 교육이 주로 서울에 편중돼왔고 지역에서의 교육은 지속성을 가져가지 못한 한계가 있었는데, 언더독스가 이번 기회에 군산을 기반으로 첫 시도를 해보게 됐다”며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창업 교육을 하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기회다”라고 말했다.

군산은 몇 년 전부터 지속돼온 제조업 침체로 지역 경제가 급격히 위축된 도시다.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지난해 GM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인구 유출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고 관광객도 오래 머무르지 않으면서 지역 전체가 활기를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역사?문화?유산 풍부, 지역 특색 뚜렷…“옛날 감성 그대로 남아”

프로젝트에 참여할 창업 팀을 모집하기 위해 서울, 군산 등에서 사업설명회 등을 열어 24개 팀을 선발했다.

한편에서는 군산이라는 지역의 ‘재발견’도 함께 이뤄졌다. 군산은 전라도 지역의 경제와 금융을 이끈 대표적 항구 도시로, 일제강점기와 근대화의 흔적이 도심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바다?강?호수?섬 등 자연 경관이 잘 어우러져 관광 유산이 풍부하고, 지역 특색도 뚜렷한 덕분이다. 

이 디렉터는 “기본적으로 군산이 가지고 있는 문화?역사적 자본이 풍부해 가능성이 컸고, 청년들의 손이 닿았을 때 기존과 다른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 지역이라고 봤다”며 “상대적으로 느리게 발전해 비어있지만 동시에 매력적 자원이 많은 영화동 일대를 ‘로컬라이즈 군산’을 통해 새로운 느낌으로 채워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프로젝트는 올해 1월 지역 주민간담회, 서울 사업설명회와 2월 군산대학교 사전 캠프 등을 거쳐 약 3:1 경쟁률 속에 최종 참가 24개 팀 70여 명을 선발했다. 1년 미만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팅’ 분야 11개 팀, 2~3년차 이상 스타트업을 위한 ‘엑셀러레이팅’ 분야 13개 팀을 선정해 올해 3~6월 12주에 걸쳐 창업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인큐 팀에는 최대 1000만원, 엑셀 팀에는 최대 5000만원을 지급해 총 6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구도심에 거점 공간 마련…“지역 소셜벤처 키워 사회문제 해결”

군산 구도심인 영화동에 위치한 건물을 리모델링해 거점 공간으로 구축했다. 1층은 카페와 편집숍, 2층은 코워킹 공간, 3층은 공유 주방 등으로 구성됐다.

창업 지원금을 지원하는 여타 프로그램과 달리 ‘로컬라이즈 군산’은 창업가를 위한 업무 공간과 숙박 시설을 함께 지원한다. 창업가들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펼치고 다른 팀과 협업할 수 있도록 지난 3월 영화동에 3개층 규모의 거점 공간을 마련했다. 카페, 편집숍을 비롯해 협업 공간, 미팅룸, 공유주방, 사무실, 쉼터 등이 조성됐다. 일반 시민과 관광객에게도 개방해 누구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창업 교육은 언더독스에서 전담하지만, 프로젝트 전체의 판은 전북 지역에서 도시가스 사업을 진행하는 SK E&S에서 깔았다. SK가 그룹 차원에서 강조하는 ‘사회적가치’ 추구를 지역에서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SK E&S는 SK의 공익법인 ‘행복나래’를 비롯해 여러 관계사가 보유한 역량을 활용해 로컬라이즈 군산의 가치를 확장할 계획이다.

김기영 SK E&S 소셜밸류 본부장은 “산업도시였던 군산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 중심지로 탈바꿈시킬 것”이라며 “기존 기부 중심의 단발성 사회공헌이 아닌. 지역 기반으로 소셜벤처를 육성하고 일자리도 창출해 군산이 안은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언더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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