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 팔자, 팔아야 산다”

박철훈 경상북도종합상사 상임이사가 말하는 종합상사 첫 시작이다. 2015년 설립된 ‘경상북도사회적기업종합상사협동조합(이하 경북종합상사)’는 경북지역 내 86개 사회적기업들이 출자해 만들었다. 영세성, 영업환경 수익성 저하, 전문성 부족 등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기업 자립기반 확보 및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스스로 돕는 사회적기업 공동체’를 모토로 활동하고 있다. 86개 기업으로 시작한 경북종합상사 출자 조합원 수는 현재 115개로 늘었다. 매출도 2016년 43억 원으로 시작해 2017년 93억, 지난해 110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200억 원을 목표로 한다.

눈에 띄는 성장세로 전국이 경북종합상사 판로확보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월례회의 ‘현장의 소리’에 경상종합상사 박철훈 상임이사를 초청해 현장이야기를 들었다. 박 상임이사는 이 자리에서 “경북종합상사를 통해 지역 내에서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분담할 수 있었다”며 “지역 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or benefit’ 4섹터 필요성에 경북종합상사 탄생

“버터에서 미사일까지!”

박 상임이사는 한국 기업성장을 이끈 ‘종합상사’ 개념을 사회적기업에 적용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에 따르면 완벽하지 않은 시장(1섹터), 시장을 보완하는 정부(2섹터) 동반 실패, NGO/NPO단체(3섹터) 활동성을 넘어서는 4섹터 연구가 진행 중이고, 사회적경제가 이에 해당한다. 4섹터인 사회적경제에서는 이전 섹터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영역들을 보완하려는 시도가 이뤄진다.

4섹터는 '가치혼협형'을 특징으로 한다. 사업모델은 시장의 종합상사지만, 공익성을 추구하는 경북종합상사가 가치혼합형 사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매출이 1억에서 5000만 원으로 줄었을 때 액수만 보면 이익(profit)이 아니지만, 5000만 원에 공익성을 더했을 때 가치가 1억 원이라면 이윤(Benefit)으로 보는 방식이다. 아울러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특정 시선에 대해서는 기존 경제학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발전할 때 도덕성, 윤리성이 강조되는 시기가 있고 이때 사회적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며, 사회적경제는 대한민국 경제가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박 상임이사는 지역 내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분담할 수 있었던 점을 경북종합상사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경북종합상사가 중간지원조직이 하는 일을 대신하면서 기존 지원조직은 제도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고, 종합상사는 유통, 판로개척에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종합상사가 생겨난 후 지역 내 중간조직들이 적극적으로 종합상사를 지원해주는 분위기도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경북종합상사 운영체계  / 이미지출처 : 경북종합상사

 

우체국, 대기업 협업...지역 안에서 꾸준히 사업모델 만들어야

박 상임이사가 활동하는 경북지역은 2010년 당시 사회적기업이 23개에 불과했다. 작년에는 123곳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 경기에 이어 전국 3위 규모다. 사회적기업이 이렇게 대폭 증가한 이유는 뭘까? 박 상임이사는 ‘사회적경제가 지역에서 성과를 낼만한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식이 지역 내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역 특성상 사회적경제가 힘든 점도 있지만, 지역 내 가능성도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지원사업을 통한 사업 외에도 지역 내에서 꾸준히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상생하기 위한 방법으로 식품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음식종자를 개발하는 기업과 함께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등 대기업 밸류체인 안에서 진행 중인 활동을 소개했다.

우체국과 함께하는 사업모델도 예로 들었다. 우체국은 체신 기능이 우수해 지역기업들이 신뢰하지만 비싼 택배 비용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우체국 입장에서는 여신업무를 제공하지 않는 약점이 있었다. 이에 경북종합상사는 지역 기업들이 우체국에 돈을 맡기고, 우체국 택배를 이용할 때 할인을 받는 협업사례를 만들었다.

추가로 PSP(Post Social Production)라는 초과생산 방식도 도입했다. 상품을 1% 추가 생산하고 우체국 인프라를 활용해 필요한 곳에 배송한다. 박 상임이사는 “경북지역의 경우 집배원이 복지 사각지대를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우체국 협업을 현장에서 만들어 낸 사회적 가치사슬 우수 사례로 꼽았다.

박철훈 상임이사는 경북우체국 사례처럼 지역 내에서 꾸준히 협업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 : 박철훈 경북종합상사 상임이사

 

신산업과 청년, 교환근무까지...경북지역 기술과 혁신

“한 지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화와 역사가 중요하지만, 미래로 가는 경쟁력은 기술과 혁신에서 찾을 수 있다.”

박 상임이사는 동아시아지방정부회의에 참석해 들었던 말을 인용했다. 혁신을 위해서는 지역에 산업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지역에서 ‘협동조합’이라고 했을 때 여전히 농협, 수협만 떠올리는 현실을 꼬집으며, 지역 내 관심도를 높이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북종합상사는 경북형 소셜벤쳐밸리 조성을 준비 중이다.

지역 사회적경제에서 활동하는 청년들 이야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청년실업을 해소하는데 사회적경제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 내용을 인용하며, 초창기 사회적경제는 돌봄, 시설관리 등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마케팅, IT, 4차 산업 등으로 분야가 확대되어 청년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북지역의 청년 네트워킹과 활동을 위해 조성한 ‘청년괴짜방’을 소개하며 향후 16곳까지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북과 대구지역이 가지고 있는 상호 유대감과 상생협력도 언급했다.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는 각 지자체 사회적경제 업무 담당 과장을 맞바꿔 근무시키기도 했다. 경상북도 사회적경제 과장은 대구에서, 대구광역시 사회적경제 과장은 경상북도에서 일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현장 목소리를 더 잘 듣게 되었다며, 지역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를 지역 장점으로 꼽았다.

강연 중 박 상임이사는 사회적기업 성장을 피보나치 수열에 비유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기업들이 하나씩 생겨나 성장하는 양상이 1,1,2,3,5,8 같은 피보나치 수열을 따른다며, 피보나치 황금비처럼 경북지역 사회적경제도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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