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 강소 사회적경제] ③국내 재순환·나눔문화 새 역사 쓴 ‘아름다운가게’
[점프! 강소 사회적경제] ③국내 재순환·나눔문화 새 역사 쓴 ‘아름다운가게’
  • 이로운넷=라현윤 기자
  • 승인 2019.05.17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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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안국점 개원 후 17년 만에 전국 112개 지점 467명 기업으로 성장
정낙섭 사무지원처장 “제2, 제3의 아름다운가게 만들어져야...사람에 대한 투자 중요”
사회적경제 분야에도 대(大)기업이 있다. 전통적인 대기업처럼 매출이나 규모가 큰 기업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규모가 작더라도 사회변화에 기여하며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어가는 기업을 말한다. 또 10년 이상 꾸준히 위기를 넘기며 성장하고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기업이다. 어느 때보다 사회적경제 분야의 양적 성장이 커지는 요즘, 그 대기업들이 밟아온 10년 이상의 경험과 고민, 그리고 위기를 헤쳐 온 힘의 원천이 질적 도약을 앞둔 사회적경제 영역에 작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규모는 작지만 큰 가치를 만들어가는 강소 사회적기업가들을 본지가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이유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어요. 초기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시장이 영국의 옥스팜 모델을 벤치마킹해 국내에 재사용 가게를 만든다 했을 때 모두가 반대했거든요.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을 때도 모두들 망할 거라고 했으니까요.” 

참여연대가 주최하는 다섯 평 남짓의 알뜰시장 자원봉사자로 첫 인연을 맺은 후 아름다운가게 설립부터 지금까지 가게와 함께 성장해온 정낙섭 아름다운가게 사무지원처장의 기억이다

2002년 10월 17일 아름다운가게 1호점인 안국점 개점
2002년 10월 17일 아름다운가게 1호점 개점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2002년 10월, 국내 첫 재사용가게인 아름다운가게 1호점이 문을 열었다. 가게 앞의 안국역 지하계단까지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다. ‘남이 사용하던 물건을 사람들이 과연 살까’ 반신반의했던 아름다운가게 직원들도 진풍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당시만 해도 남의 물건을 재사용한다는 게 보편화되지 않던 시기였다. 기업, 개인들에게 기부 받은 한달치 물품이 일주일 만에 동이 났다. 대표도 직원도 모두 매일같이 야근을 해야 했던 시절이다. 그렇게 아름다운가게 1호점은 대박이 났다. 

2019년 현재 112개 지점 467명이 일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활용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한 아름다운가게의 출발은 그렇게 예측불허 상황에서 시작됐다. 

# 모두가 망한다고 했던 비즈니스모델, 17년 후 전국 112개 지점으로 확대 

아름다운가게는 물건의 재사용과 순환을 통해 우리 사회의 생태적-친환경적 변화를 추구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국내 최초의 재사용가게 문을 열었다. 2002년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112개로 그 수가 확대되었다. 사업 수익도 2018년 말 기준 31,864백만원에 이른다. 단일 사회적기업으로는 적지 않은 규모다. 국내 최대 규모의 벼룩시장인 뚝섬 아름다운 나눔장터도 아름다운가게가 2004년부터 지속해오고 있는 장수사업이다. 장터 참여를 통한 자발적인 시민 기부금은 우리 주변의 소외이웃을 지원하고 환경 보호에 사용되고 있다.  

아름다운 나눔장터
2004년부터 지속해오고 있는 뚝섬 아름다운 나눔장터.

하지만 아름다운가게가 우리 사회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은 이런 수치적인 부분만으로는 모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재사용', '재활용'을 떠올리면 아름다운가게가 먼저 생각날 정도로 물건 재사용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바꾸고, 나눔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아이의 물품이 다시 좋은 곳에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름다운가게 기증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런 물품 기부제도가 없었으면, 사업체 운영 중 남게 되는 재고를 그냥 버리게 되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아름다운가게에 고마운 마음이 있어요. 본인에게는 필요 없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품으로 다시 쓰일 수 있다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재순환 비전 하에 사업 다각화 시도...공익상품 유통 지원으로 소상공인 지원   

아름다운가게는 재사용가게 운영을 넘어 지역의 재순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단을 그간 운영해왔다. 에코파티메아리는 아름다운가게가 탄생시킨 대한민국 최초의 업사이클브랜드다. 전국의 아름다운가게 매장에서 쓰임을 다해 폐기용으로 분류된 물건들을 가져와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새활용플라자 2층에 위치한 에코파티메아리 매장에 가면 다양한 새활용 제품들과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에코파티메아리는 아름다운가게가 탄생시킨 대한민국 최초의 업사이클브랜드다. 사진은 새활용플라자 2층에 위치한 에코파티메아리 매장에 전시된 새활용 제품들.

사무지원처장은 “재사용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판매되지 않는 물품들이 있다”“‘어떻게 쓰임을 확장할까’라는 고민에서 탄생한 모델이 에코파티메아리다”고 설명했다. 에코파티메아리가 지난해 사용한 원재료는 총 3100kg로, 소파 가죽, 가죽 재킷, 자투리 어닝(차광막), 데님, 양복바지, 셔츠 등 그 출처도 다양하다. 이 소재들로 지난 10여 년간 인형, 필통, 가방, 카드지갑, 파우치 등 100여 종의 제품을 재탄생시켰다. 이렇게 업사이클링한 제품을 판매해서 생긴 수익금은 아름다운가게로 다시 흘러들어가 소외된 이웃을 돕는데 쓰인다. 소비자들의 구매가 곧 나눔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공정무역 커피의 대명사인 아름다운커피도 아름다운가게 사업단에서 출발해 독립에 성공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판매하는 공익상품들. 공익상품 판매는 국내외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시작했다. 

아름다운가게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공간을 십분 활용한 공익사업도 진행했다. 가게 일부 공간에서 아름다운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열악한 상황에 놓인 국내 생산자들이 많았다. 그들을 돕기 위해 2010년부터 시작한 사업이 바로 공익상품 유통사업이다.

“우리에겐 아름다운가게라는 의미 있는 공간이 있으니, 사회적경제기업이나 친환경단체, 장애인재활단체, 공정무역기업 등 상품은 있지만 유통할 곳이 없어 애를 먹는 소상공인들의 위탁판매를 돕자고 나선 거죠. 초기에 세웠던 '열악한 생산자들에게 재고를 떠넘기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지금까지 진행해오고 있어요.”

유통에 대한 외부 요청이 많아지면서부터 입점 절차가 까다로워 졌지만, 입점 후에는 상품이 더 많이 팔릴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섰다. 공익상품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포장 패키지를 지원하고, 홈쇼핑 마케팅 지원 등이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현재 전국 매장에서 판로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기업, 공정무역기업 등 83개 업체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공익상품 온라인 쇼핑몰 '뷰티풀마켓'도 운영 중이다.

아름다운가게의 공익상품사업을 통해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한 기업들도 있다. 요리교육 전문기업이었던 사회적기업 ㈜쿠키아는 두부과자 제조업체로 업종 전환 후 판로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7년 아름다운가게와 함께하면서 2016년 3억5000이던 매출이 이듬해 8억5000으로 오르고, 지난해는 16억대 매출 달성에 성공했다. 이재하 쿠키아 실장은 “어려운 시기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사업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쿠키아는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사업의 기반을 다졌다./사진=쿠키아

'매출이 거의 없던 생산자 제품이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매출이 올랐다'는 반가운 소식은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활력을 준다. 지난해에는 아름다운가게의 지속성을 위해 코코넛오일 등 PB상품 제작에도 나섰다.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소규모 농가, 협동조합 등의 영농교육과 판로확대를 돕는 사회적기업 ‘자바라(JABARA)’와 손을 잡고 공정무역 상품인 코코넛오일과 코코넛 칩을 출시했다. 이후 인도네시아의 소규모 농가들이 생산하는 코코넛칩, 카카오닙스, 캐슈넛 등도 올해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아름다운가게가 이같은 공익상품을 통해 판로를 지원하는 단체는 2018년 기준 83개고, 그동안 약 3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제2, 제3의 아름다운가게 만들자”...사회혁신가 양성에도 힘써  

아름다운가게는 재사용 가게 운영, 벼룩시장 개최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다시 취약계층을 돕는데 사용한다. △희망나누기 사업을 통한 사회경제적 취약 가정의 자립 기반 조성 △홀몸어르신 지원을 위한 나눔보따리 사업 진행 △보육원 퇴소 청소년 지원 △베트남 소수민족 교육 지원 등 국내외를 넘나들며 다양한 나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6년 동안 주변의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나눈 금액은 총 441억 원에 이른다. 

아름다운가게는 지난 16년 동안 다양한 사업으로 얻은 수익금을 주변의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나누어왔다. 

이 외에도 아름다운가게가 특히 주력하는 나눔사업이 있다. 바로 사회혁신리더의 성장을 지원하는 ‘뷰티풀펠로우’다. 

“미래를 바라봤을 때 제2, 제3의 아름다운가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죠.”

‘뷰티풀펠로우’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하려는 사회혁신리더의 성장을 지원하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긍정적 임팩트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킬 수 있도록 돕는 사회혁신리더 지원사업이다. 2011년 시작해 지금까지 28명의 사회혁신리더들에게 11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공신닷컴 강성태,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유호근, 인디씨에프 박정화, 한국갭이어 안시준, 째깍악어 김희정, 피스모모 문아영, 동구밭 노순호 등 국내 대표적인 사회혁신가들이 뷰티풀펠로우 출신이다. 

뷰티풀펠로우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은 사회혁신가들은 이 사업의 가장 큰 차별성을 '조건 없는 지지’로 꼽았다. 뷰티플펠로우 5기로 선정됐던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는 “사람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해준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있다. 어머니처럼 조건 없이 믿어주고 응원해준다는 자체가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뷰티풀펠로우 8기로 선정된 사회혁신가들.

# 100호점 이후 찾아온 정체기...홀로서기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올해 설립 17년차를 맞는 아름다운가게에도 시련기가 있었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생기고 첫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준비하면서 내부 논란이 있었다. 공익단체에서 비즈니스모델을 강조하는 사회적기업으로 가는 게 맞느냐는 고민이었다. 구성원들도 자신이 활동가인지, 회사원인지 혼란스러워했다. 

“우리 같은 모델이 잘 없기에 더 혼란스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공익재단이든, 사회적기업이든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안되잖아요.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야 다른 이들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된 거죠.”

2009년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1호점이 성공하면서 공간이나 씨앗자금을 후원하는 기업과 개인의 도움으로 100호점까지 빠른 속도로 매장을 늘려갔지만, 2009년 창립멤버와 관련된 정치적 오해로 공간지원을 했던 대기업들이 철수하기 시작했다. 기부를 받으며 좋은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조직원들에게 ‘자립’에 대한 화두가 떠올랐다. 그동안 해왔던 것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고민해야 했다. 사회적 ‘기업’으로서 진짜 홀로서기가 시작된 셈이었다. 
스스로 자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더 탄탄히 만들어가는 노력을 했다.  

또한 중앙본부-지역본부 간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통해 지역본부의 역량을 높여가는데 주력했다. 일반적인 본사-지점 관계가 아니라, 중앙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자율성을 보장하고자 한 것이다.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통합박람회에서 아름다운가게는 사회적기업 육성 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 지속가능한 미래 준비...첫 인증 사회적기업으로서 롤 모델 되고파    

아름다운가게는 설립 이후 16년 간 재사용가게 운영을 통한 자연의 재순환 도모, 공익상품 판로 확대 지원, 뷰티풀펠로우 사업을 통한 사회혁신기업가 발굴ㆍ지원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통합박람회에서는 사회적기업 육성 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곧 설립 20주년을 맞는 아름다운가게는 최근 지속가능한 미래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대외적으로는 단순 지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잘 나눌 것인지 장기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환경문제 해결에 나서는 ‘아름다운숲사업’이 그 시작이 될 예정이다.    

안으로는 사회적기업으로 지속가능성을 위해 내부 구성원에 대한 깊은 고민을 시작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가치와 열정만을 조직원들에게 강요하는 분위기로 조직을 떠나는 공익영역의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정 사무지원처장은 “‘좋은 일 하니 계속 일해’ 이렇게는 더 이상 안된다”며 “한국 사회에서 공익활동가가 자부심을 가지고 오래 활동하도록 처우 개선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설립부터 현재까지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해온 정낙섭 사무처장. 
설립부터 현재까지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해온 정낙섭 사무지원처장. 

최근 정부 지원이 신규 기업으로만 몰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밝혔다. 

“아름다운가게의 경우 규모가 커졌지만 여전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우리 같이 어느정도 시스템이 갖춰진 곳을 정부가 조금만 지원해도 큰 시너지를 내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사회적경제기업의 개수보다 중요한 건 성공모델이 얼마나 있느냐’라고 강조하는 정 사무지원처장은 “국내 첫 인증 사회적기업 중 한 곳으로서 아름다운가게가 후배 기업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낙섭 사무지원처장이 말하는 강소 사회적기업의 포인트>

1. 누가 같이 일하나  
어느 조직이나 사람이 중요하지만, 특히 사회적경제기업은 사람이 정말 중요하다. 왜 그 일을 하려는지, 그리고 누가 같이 일하는지가 결국 지속가능성을 결정한다.  

2. 우리의 사업모델은 적절한가 
‘사업모델은 적절하게 선택했는지’, ‘시장에서 통하는 사업인지’ 등 그런 판단이 늘 필요하다. 좋은 일이라고 하지만 비즈니스는 생물이다. 시장의 트랜드를 계속 읽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3. 자립 기반이 있나   
지원이 있을 때 달콤함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지원은 무한정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도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이다. 스스로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사진제공. 아름다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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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사랑 2019-05-17 07:13:13
벌써 17년이군요
한사람의 추진력과 함께하는이들의 노력
시민들의 재활용ㆍ나눔의 의식전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