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치로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하는 사회적경제기업도 지속가능하려면 '가치' 만큼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경쟁력 있는 '좋은 제품'이다. 빛나는 가치 만큼 좋은 제품을 위해 발로 뛰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통합 판로지원 플랫폼 e-store 36.5+와 이로운넷이 함께 연속으로 조명한다. 

세계 3대 장수마을로 유명한 파키스탄 고지대인 히말라야 훈자마을은 과거부터 척박한 땅으로 유명하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혹한으로 척박한 자연환경인데다 인프라도 부족해 겨울에는 전기 공급이 어려웠다.더욱이 공장도 없어 농사 외 경제적 수입을 얻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이곳 주민들의 삶이 바뀌기 시작한 건 건체리 등을 공정무역으로 공급하면서부터다. 5천여 명의 훈자 농부들은 공정무역을 통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게 되면서 생활이 조금씩 개선되어갔다. Sher Ghazi 마운틴 플루츠(Mountain Fruits) 대표는 “우리 마을에서 생산된 건체리와 건살구를 공정무역회사에 전달해 가장 빈곤한 소작농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히말라야 훈자마을 농부들은 공정무역을 통해 생활이 개선되었다.

특히 공정무역업체들이 거래대금과는 별도로 지불하는 '공정무역 프리미엄'은 지역사회를 돕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재투자되어 지역공동체 활성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히말라야 훈자마을 한 주민은 “공정무역을 통해 예전보다 더 나은 임금과 함께 공동체 발전기금도 받는데, 공동체 발전기금은 마을 내 생산자들과 함께 우리가 직접 논의해 어디에 사용할지 정한다”며 “지금까지는 공동체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건강, 교육 등에 활용되었고, 마을의 여성들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데 재투자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히말라야 훈자마을 농부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건체리, 건살구는 국내에서도 건강한 간식으로 소비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공정무역으로 이 제품을 국내에 수입해 판매하는 기업은 ‘어스맨’이다. 어스맨은 파키스탄 소작농들이 공정무역 방식으로 재배한 건과일과 함께 라오스 수공예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공정무역기업이자, 사회적기업이다.    

어스맨의 핵심가치

# 1200개 유통채널로 식품류 공급...판매망 확장 비결은 ‘제품혁신’ 

어스맨의 첫 제품은 라오스에서 생산된 수공예품이지만, 현재 가장 주력하는 제품은 식품류다. 2016년 출시한 ‘히말라야 미네랄 빙하를 먹고 자란 무설탕 건살구·건체리’ 2종은 무설탕·무첨가·무농약 제품으로 건강한 간식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어스맨의 대표 제품인 건살구·건체리는 장수마을로 잘 알려진 히말라야 훈자마을에서 자연농법으로 재배되었다. 인공색소나 방부제 등을 넣는 일반 건과일과 달리 그 어떤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어스맨의 대표 제품인 건살구·건체리·건바나나·건파인애플 4종

올해 초에는 건바바나·건파인애플 2종을 추가로 내놓으며 제품 다양화를 꾀했다. 건살구·건체리를 출시한지 3년 만이다. 최희진 어스맨 대표는 “제품의 완성도에서부터 상품에 담겨있는 스토리까지 우리가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꼼꼼하게 준비하다 보니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데 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어스맨은 국내 공정무역 기업들 중 작은 규모의 조직이다. 그럼에도 상품 출시 3년 만에 제품 판매처가 1200개에 이른다. 이처럼 어스맨이 단기간에 유통망을 넓힐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공정무역이라는 착한소비에만 기대기보다는 제품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삼고 끊임없이 제품혁신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식품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어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어요. 신생 사회적경제기업들의 판로를 지원하는 사업에 적극 참여했어요.” 

지원사업을 통해 연결된 전문 MD들에게 제품에 대한 평가를 듣고 수정하고 또 묻고 수정하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맺어진 관계망의 도움으로 식품사업을 시작한지 2년차에는 백화점과 유기농식품 매장 등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3년차인 지난해에는 공정무역을 모르는 이들도 쉽게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대중적인 유통채널로 진입을 시도했다. 올리브영 61개점에 시범 입점 후 좋은 평가를 받아 작년 7월부터는 전국의 모든 점포(800개)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건살구 등은 히말라야 맑은 공기에서 자란 무설탕·무첨가·무농약 제품들이다.

3년 만에 유통채널이 대폭 늘어났지만 어스맨은 특정 채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가능한 판매처를 고루 가져 위험부담을 줄이고, 더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공정무역 제품을 알리기 위해서다. 
 
# 생산에서 유통까지 상품에 담긴 스토리에 집중  

어스맨 식품류가 가진 또 다른 특징은 판매하는 상품에 스토리를 담는다는 점이다. 어스맨은 직접 해외 생산자를 만나고, 재배 과정 등을 모니터링 한다. 이런 세세한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신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공정무역 제품이 가진 강점이기도 하다. 어스맨에서는 이러한 강점을 최대한 살려 상품 판매를 한다. 

“어떤 자연 속에서 어떤 사람이 어떻게 키워왔는지...제품 뒷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고자 했어요. 누군가는 제품을 소비하며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을 떠올릴 수 있도록 제품에 스토리를 담는거죠.”

어스맨은 공정무역의 강점을 강조하기 위해 상품에 스토리를 담는 노력을 한다.

실제 어스맨이 판매하는 건과일 시리즈 제품의 포장지 뒷면에는 생산자들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가미해 상품이 가진 윤리성을 강조했다. 스토리에 집중하겠다는 어스맨의 전략이 그대로 묻어난 것. 더 자세한 생산지 이야기가 궁금한 소비자들을 위해서 QR코드도 표시했다. 이를 인식하면 생산지인 파키스탄 훈자왕국에 대한 5분 가량의 소개 및 인터뷰 영상이 나온다. 이를 통해 고객이 자연스럽게 가치 있는 소비를 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청정한 지역의 생산물에 대한 신뢰도 함께 얻을 수 있도록 했다.  

# 전 과정을 손으로 핸드메이드만의 특성 최대한 살려

잘 나가는 식품류에 비해 어스맨의 초기 제품이었던 라오스 수공예품은 어스맨의 ‘아픈 손가락’이다. 식품류만큼 판매률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최 대표의 수공예품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어스맨에서 판매하는 수공예품은 전 과정이 라오스 주민들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진짜 핸드메이드 제품들이다.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 나오는 원단에 비해 라오스 원단은 좀 특별해요. 원단 재배에서부터 전 과정이 핸드메이드로 이뤄지기 때문이죠.” 

어스맨이 판매하는 라오스 수공예 제품은 직접 기른 목화를 따서 베틀로 천을 짜고 천연염료로 염색을 한다.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가 지역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이루어지는 진짜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획일화된 기계 생산 작품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핸드메이드 제품이기에 무조건 비싸면 소비자들이 안사요. 수공예품이기에 기계 제품과는 다른 매력이 있어야 소비자들에게도 관심을 받는 것 같아요.”

목도리, 쿠션커버, 에코백 등 의류 및 생활소품으로 구성된 어스맨의 수공예품에는 핸드메이드 제품만이 가지는 독특한 질감과 텍스쳐가 있어 이곳 제품만 찾는 매니아층들이 있다. 최 대표는 “간혹 여러 번 와서 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어렵게 구매를 결정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렇게 신중히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귀하게 만들어진 만큼 귀하게 쓰여 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라오스 수공예품은 어스맨 온라인샵과 서울시청 지하에 있는 ‘지구마을’을 통해서만 판매한다.

# 공정무역의 가치를 알리는 작지만 강한 기업  

수공예품과 식품류를 파는 공정무역 기업인 어스맨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종합상사를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최 대표는 다른 삶을 꿈꾸며 회사생활 3년 반 만에 퇴사를 결정하고 라오스에서 공정무역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공정무역을 접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에 눈을 뜬 그는 2011년 1인 기업으로 어스맨의 문을 열었다. 

최희진 어스맨 대표는 공정무역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고민한다.

‘어스맨(Earth Man)’이라는 기업명은 흙(Earth)과 사람(Man)의 합성어이자, 지구사람을 의미하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바른 무역의 마음을 담고 있다. 조선후기 봇짐을 지고 전국을 다니며 물건을 전달하던 보부상을 모티브로 삼았다. 옛날의 보부상이 물건뿐만 아니라 마을 사이의 소식을 전달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던 것처럼, 지구마을 사이 다양한 삶의 형태와 물건들을 전달하고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어스맨의 기업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2014년에는 주식회사로 법인을 전환하고, 2016년 식품영역으로 발을 넓히며 기업의 틀을 갖췄다. 지난해 12월에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 받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도 받았다. 올해는 건체리·건살구·건바나나·건파인애플 4종을 묶어 선물세트로 제작하고, 스리랑카 홍차 수입도 준비 중이다. 

어스맨은 좋은 제품과 가치있는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국내 알려갈 계획이다.

향후 어스맨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좋은 제품과 가치 있는 스토리를 발굴해갈 계획이다. 

“어스맨이라는 지붕 위에서 다양한 기업과의 콜라보 제품을 개발해 가치와 콘텐츠의 시너지를 내고, 소비자에게 공정무역을 즐겁게 전달하는 다양한 실험을 해보고 싶어요.”  

어스맨은 오는 11일 진행되는 공정무역의날 행사에서도 국내 공정무역 업체들과 함께한다. 

사진제공. 어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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