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 60세 정년을 맞는 인구가 처음으로 80만 명을 넘어서면서 ‘베이비붐 세대(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의 은퇴가 본격화했다. 평균 수명이 높아지고 출산율은 낮아지면서 전체 인구의 1/4, 생산가능인구의 1/3을 차지하는 5060세대의 경제활동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는 중이다. 이에 따라 은퇴 시니어들의 창업·재취업을 돕는 기관들의 역할이 강조된다. 사회적기업 '상상우리'도 매년 중장년 창업·재취업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지난 한 해에만 중장년 800여 명이 참여해 제2의 인생을 준비했다. 상상우리를 통해 인생 2막을 연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이로운넷>이 전한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한번은 일하고 싶었어요”

이길우 밸리스 경영지원팀장.

이길우 밸리스(Ballys) 경영지원팀장은 밸리스에 입사하기 전 시멘트 전문 생산업체 (주)삼표시멘트(구 동양시멘트)에서 25년간 근무했다. 경영관리, 생산기획, 영업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고, 그중에서도 기획 관련 일을 주로 맡아서 하다가 2017년 12월 퇴직했다. 퇴직 후 재취업을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예전부터 막연하게만 계획했던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 하겠다’는 생각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막상 사회적경제 분야로 들어가려고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인터넷에서 ‘상상우리 굿잡 5060’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바로 지원했죠.”

5주 동안 진행되는 ‘상상우리 굿잡 5060’에서 사회적경제 이해와 문서작성법 등의 교육을 집중 받았다. 대부분의 퇴직자들은 퇴직 전 직접 문서를 작성하기보다 완성된 문서를 검토하는 경우가 많아 문서 작성에서부터 애를 먹는다.

“저는 퇴직 전까지 문서작성을 해서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일부 프로그램은 사용하지 않다보니 어렵더라고요.”

25년 회사생활에 비하면 짧은 교육기간이지만 그동안 이길우 팀장의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저 스스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지만 기회가 없을 뿐’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인 교육생들을 보면서 겸손해졌어요. 그리고 일을 하고 싶다고 무조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잘 준비해서 도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기업에 경험?노하우 담아낸 현실적 목표 제시

밸리스는 생태계 교란어종 ‘배스’를 이용해 반려동물 영양제를 제조?유통하는 기업이다(본지 2018년 6월 28일 보도 http://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2599). 현재 온라인(www.ballys.kr) 쇼핑몰과 서울 잠실, 인천에 오프라인(반려동물 생활연구소 ‘밸리스랩’) 매장을 열고 반려동물 영양제 등을 판매한다. 특히 올해 초 문을 연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밸리스에서 생산한 제품은 물론, 타 업체에서 생산하는 사료 등의 반려동물 제품도 판매한다.

입사 전 밸리스에 대해 전혀 몰랐던 이 팀장은 상상우리 소개로 이곳의 문을 두드렸다.

“처음 밸리스의 소셜미션에 대해 듣고 ‘나도 도전해 볼만 하다’고 판단했어요.”

밸리스의 소셜미션은 ‘세상에 버려지기 위해 태어난 것은 없다’이다. 2018년 10월 16일 밸리스에 합류했다. 전 직원 8명. 아직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아 하나의 업무만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제품 생산?판매 이후 분석법 정리 등 경영 체계를 잡는 업무를 주로 진행한다. 은퇴 이전의 경험은 현재 그의 자산이다.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최대한 조언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물론 선택은 대표의 몫이다.

“등산에 비유하면 스타트업들은 산 초입을 올라오는 중이지만, 저는 중턱 이상까지 올라온 경험이 있잖아요. 맞는 길인지 확실치는 않아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올라오는 것이 좋다는 건 얘기해 줄 수 있죠. 그 길을 선택할지는 대표님의 몫이고요.”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기존 직원들 사이에 새로운 직원이 들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대부분의 직원들은 20대인데, 이길우 팀장은 올해 52세로 직원들의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다. “직원들이 나를 어려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죠. 일을 시키거나 부탁할 때 힘들어 하고요. 그러다 보니 의도하지 않았지만, 소통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어요.”

반려동물 생활연구소 ‘밸리스랩' 잠실 본점 매장. / 사진제공=밸리스랩

나이차를 극복하고 직원들과 친해지고 싶었만 방법이 없었다. 그가 주로 근무하는 공장은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위치해 회식자리를 갖는 것도 어려웠다. 직원들과 친해진 계기는 잠실에 오프라인 매장 ‘반려동물 생활연구소 밸리스랩’ 오픈을 준비하면서다.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하면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때 많이 친해졌어요. 역시 같이 고생을 해야 하나 봅니다.”

 

“내가 다시 일할 수 있을까?”

그가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내가 다시 일할 수 있을지, 그럴만한 준비가 돼 있는지’였다.

“생각해보면 취업을 위해 교육은 듣지만, 실제로는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것 같아요. 취업의 조건만 따지고 있었지 일을 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이 팀장은 재취업을 앞둔 중장년 인재들이 ‘정말 일을 하고 싶은지’, ‘일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해 일을 결정하고, 선택한 뒤에는 현장에서 적어도 5~6개월을 경험하고 이후 문제를 결정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존 직원들과 소통에 대한 걱정 때문에 섣불리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중장년들에게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신이 역할이 직원인지, 경영자인지, 고문인지에 따라 맡은 역할을 수행하면 됩니다. 저 역시 처음 밸리스에 입사할 때 내가 아는 것을 기업에 접목할 수 있도록 조언자 역할을 하겠다고 제안하고, 이를 수행했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역할이 늘어나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이길우 팀장은 '직원' 위치에서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이길우 팀장

“밸리스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 팀장은 "앞으로 밸리스가 순조롭게 성장해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를 이루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는 진심을 전했다. 그리고 나중에 문제가 해결됐을 때 ‘나도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처음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기로 결심하고 밸리스 소셜미션에 대해 들었을 때 꼭 해결돼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제가 힘들어도 여기있는 이유입니다. '세상에 버려지기 위해 태어난 것은 없다'는 가치. 밸리스가 순조롭게 성장해 추구하는 이 이념과 가치를 이루길 바랍니다."

이 팀장의 인생 2막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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