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코끼리 만지듯 한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분만 가지고 전체인 듯 말하는 행태를 뜻한다. 장님에게도 방법은 있다. 코끼리의 모든 부위를 만져보고 조합하면 된다.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30가지 사회 혁신 실험>은 사회 혁신이라는 거대한 코끼리를 거의 모두 만져보고 조합해 엮은 책이다.

저자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윤찬영 현장연구센터장은 책 서두에서 “사회 혁신은 정의하기 어렵다. 담아야할 내용이 많기도 하고, 받아들일 만한 합의를 끌어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고 고백한다. ‘실행이 이끄는 영역’이라 각 사례가 처한 상황과 처지가 달라 개념이나 정의로 아우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들 저마다 사회 혁신을 접하면서도 ‘사회 혁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장님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자는 사회 혁신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로 “구현하기 힘들기 때문이지 개념이 어려워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머릿속에 어떤 풍경만 그려지면 된다”고 조언한다.

책은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주요 사회 혁신 실험 3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사회 혁신을 미래전략 안건으로 상정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유럽과 한국을 꼼꼼히 비교 분석하고 있다.

책에는 죽은 항구 도시를 되살린 네덜란드 '데 퀘벌', 차와 자전거 사람이 함께 거니는 오스트리아 '마리아힐퍼 거리' 같은 도시 변화부터,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정책입안 플랫폼',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집행하는 '참여예산' 등 디지털을 통한 민주주의 실험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책 제목에 있는 ‘줄리엣’은 네덜란드 데 퀘벌 도지재생실험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화폐 이름에서 따왔다. 에너지 화폐는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더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었다. 에너지 단위인 줄(Joule)에서 따왔다.

‘도시 광부’는 서울시 금천구 독산4동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을 지칭한다. 주택가 길거리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수거 활성화에 기여하는 사람들이다. 암 투병을 이겨내며 도시 광부로 활동하는 80대가 보여주는 자부심과 책임감은 사회혁신으로 마을과 시민들이 어떻게 바뀌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어느 집에 문제가 생겼으니 확인해보라’며 시민과 행정을 이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번 도서는 생활 현장 문제의식과 개선 노력을 정리하는 필드 스터디(현장 연구) ‘이웃집 연구자’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저자가 2년간 연구한 내용을 오롯이 담은 이번 책은 독자에게 사회혁신이라는 풍경을 세세히 보여준다. 나아가 사회 혁신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사회가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도 하고 있다.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30가지 사회 혁신 실험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윤찬영 지음, 바틀비 펴냄. 356쪽/ 1만5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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