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이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현실을 반영한 조례 재정비가 필요하다.”
이준형 서울시 기획경제위원회 시의원은 지난 4월 24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개최한 ‘2019년 제1차 협동조합 제도개선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와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가 2013년 제정된 ‘서울시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조례’의 현황과 향후 개선점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서울시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조례(이하 서울시 협동조합 조례)’가 제정된 지 6년이 흐르면서 협동조합과 관련된 내외부 환경도 변화되어 왔지만 조례가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서울시에서 제정한 협동조합 조례의 경우 타 지방정부의 조례?기본계획에 많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며 "하지만 조례를 제정할 때와 현재의 상황이 달라진 만큼 이 점을 감안해 조례 항목을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는 총 3564개의 협동조합이 운영 중이다. 종류별로는 일반협동조합이 3,205개, 사회적협동조합이 359개, 일반협동조합연합회가 25개,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가 5개다.
실태조사 규정 기준 모호…서울시 협동조합 실태조사 전형 형성 안 돼
이날 토론회에서는 실태조사 규정의 모호한 기준을 지금보다 더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시 협동조합활성화지원조례 제5조를 살펴보면 ‘매 3년마다 협동조합기본계획을 수립한다’고 규정하고 ‘실태조사는 수립 시행을 위해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기본계획 수립 시행을 위함 △협동조합 정책 개선 방안 모색 등 실태조사의 목적만 강조돼 있을 뿐 실태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주기나 시기에 대한 언급은 없는 실정이다.
실태조사가 이처럼 모호하게 표현돼 있다 보니, 조례 제정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울시 협동조합 실태조사의 전형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1차 기본계획은 실태조사 없이 진행됐고, 2차 기본계획은 전수조사?통계적 샘플조사가 진행되지 못한 채 단순 의견수렴 조사에 그쳤다.
김 소장은 “6조 1항을 ‘시장은 기본계획 수립 및 정책개선 방안 모색의 근거자료로 삼기 위해 협동조합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개정하고, 중복성이 강한 3항은 삭제해 실태조사와 기본계획을 매 3년마다 정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명확한 상담지원센터 명칭?역할 부여해 조례?행정사무 분리 필요
상담지원센터의 명칭이 애매하고 역할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협동조합조례가 제정된 2013년은 기본법 협동조합이 신고되기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서울시협동조합 제1차 기본계획이 발표된 시기와 거의 같았다. 당시에는 협동조합의 설립과 관련된 내용과 홍보가 매우 중요했다. 이에 따라 협동조합 설립과 관련된 업무 내용이 상담지원센터 주요기능으로 명시됐다. 그러나 6년 사이 협동조합 수가 늘었고, 4~5년의 업력을 지닌 협동조합도 많아졌다. 상담지원센터는 조례개정없이 ‘지원센터’로 개칭하고, 센터의 업무도 협동조합에 대해 포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관련 조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조례와 행정사무가 분리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또 중간지원조직인 지원센터 특성에 맞게 소액 다수 사업화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를 분배할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센터 자체 정산만 가능하게 돼 있다. 이로인해 사업화 지원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업무의 과중함이 발생하고 있다. 김 소장은 “센터의 명칭이 상담지원센터에서 지원센터로 변경돼야 한다”며 “센터의 기능도 설립 중심에서 각 협동조합의 생존 주기에 걸맞는 지원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혼선 없는 조례 개정으로 효율성 높여야
서울시 협동조합 조례가 시행되고 이와 맥을 같이하는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19대 국회부터 각 정당에서 발의돼 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부문별 조례와 통합적 성격의 (기본)조례 간 관계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 협동조합은 성격, 처한 환경 등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조례의 문구를 각기 다른 협동조합의 성격에 맞추는 것보다 하나의 통합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조례를 분리하지 않아도 각 협동조합 스스로 성격에 맞게 조례를 흡수해 적용한다. 이은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은 "문구 하나하나의 문제보다는 관련 법 제도가 큰 울타리로 어떻게 만날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모호한 법률을 더 명확히 하는 방안도 고민돼야 한다. 협동조합은 설립부터 해산?청산까지 자치구청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지만, 법률 해석이 모호해 자치구와 담당자마다 해석이 다르다. 실제 기획재정부나 협동조합지원센터의 자문을 통해 실무관행이 정립되긴 하지만 이론적 근거가 빈약하고 전문가마다 견해가 달라 현장에서 잦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순문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사업 담당 부서들의 통일적인 업무추진과 혼란을 막기 위해 서울시, 자치구 담당부서, 중간지원기관 등을 포함하는 행정협의회를 구성하고 이에 관한 내용을 조례에 추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민관 협력 통해 개정 추진할 것”
서울시는 협동조합 조례 개정사항을 민-관 대화와 협력을 통해 민간이 수용가능한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의 문제가 반드시 제도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형 의원은 “서울시 예산 지원 부분에 일자리 등 사회적경제 분야가 많이 들어와 있고,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임기가 끝난 뒤 서울시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해 고민하고 예산편성을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협동조합 지원에 대한 필요성은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협동조합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나 시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면서 “협동조합에 대해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조례를 정비해 협동조합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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