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기농대회(1)]유기농은 과정이다
[세계유기농대회(2)]전 IFOAM 의장 '군나 룬드그렌' 기조연설문
[세계유기농대회(3)]행사참가자들의 이야기

유기농은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이 과연 이런 것인가?
시장에서 비싼 가격을 받고 ?'팔릴만한' 상품을 만들어서 ?수익을 내는 것이 유기농의 목표인가?
유기농이 기계화되고 대규모화 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인가?
유기농 상품은 '반드시' 시장경제 내에서 유통되어야 하는가?


전 IFOAM 의장인 군나 룬드그렌(Gunnar Rundgren)이 ?기조연설을 통해 던진 질문입니다. 이?날 오후에 열린 학술토론에서도 이 질문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유기농은 좋은 것이고 좋은 것이 성공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것일까요?
유기농 분야가 앞으로 논의하게 될 중요한 의제라 ?생각이 되어?군나 룬드그렌이 발표한 기조연설 전문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군나 룬드그렌(Gunnar Rundgren)
-스웨덴의 유기농인증 기관인 KRAV 창립?-1998~ 2005 ?IFOAM의 세계이사 및 의장직 수행-1996~2009 Grolink CEO-[Garden Earth] 등 저술활동

사람, 지구 그리고 번영! 발전 개념으로 유기농업을 바라보기
(People, Planet and Prosperity-organic agriculture as a development concept)


우리는 고유가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에너지 소모가 심한 농업 시스템과 화석연료의 사용은 기후변화를 초래합니다. 물 자원은 감소하였고 전 세계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생활에 필요한 자원을 얻기 위해 필요한 토지 영역)’은 전 지구의 땅을 다 합해도 모자랄 지경이고 매일 더 넓은 땅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농업에서 인간의 노동력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자연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부유한 국가의 국민들은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에 보다 10배나 많은 자연자원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가장 부유한 2%의 성인이 지구 전체가 가진 부의 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10억의 세계 인구가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가난한 계층의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일반적인 발전 모델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UN 시스템 하에서 2012년 리오 +20 컨퍼런스에서 제시된 녹색 경제의 개념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 개념은 전반적으로 1992년 리오 컨퍼런스에서 논의되었던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을 재포장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정치적 슬로건이란 처음에는 신선하게 들리던 것들도 10년이 지나면 진부해집니다. 녹색 경제와 지속가능한 발전 모두의 본질적인 교리는 사회 발전과 환경 보호가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와 결합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가능할 뿐만 아니라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이 믿음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제시되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Global Compact 또는 ‘사람, 지구 그리고 수익’이라는 구호로 제시되는 벤처 사업 아이디어로 말입니다. 잠시만 멈추고 ‘사람, 지구 그리고 수익’이라는 구호에 대해 생각해 보죠. 이 말은 수익에 사람, 지구와 같은 가치를 두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터무니 없는 것입니다. 녹색 경제의 맥락에서 수익은 문제의 일부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일부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태양 에너지, 재활용, 바이오 가스 뿐만 아니라 정보 테크놀로지, 나노 기술과 GMO등은 성장경제의 길을 계속 걸어가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투자가 핵심이죠. 유기농업은 녹색 경제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입니다. 유기농업은 환경 친화적인 농작 방식을 지켜면서도 땅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얻고, 농부들이 수입이 증가하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괜찮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재활용도 재활용을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것이며 태양 에너지도 원자력이나 화석연료보다는 훨씬 나은 것입니다. 유기농은 기존의 농법보다는 좋은 것입니다. 의심할 바 없이 자연을 덜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녹색경제 캠페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는 UN 기관들 특히 UNEP(유엔 환경계획)와 UNCTAD(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에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EU와 전 세계 많은 나라의 정부들이 환경과 기후 변화, 농촌 발전과 식품 안정성을 위한 유기농의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은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기꺼이, 자발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유기농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농업의 해독작용을 돕고 동물들을 자유롭게 해주도록 소비자들을 설득해 왔습니다.

유기농업은 녹색 경제를 대표하는 것이며 우리가 자랑스러워해야 할 엄청난 성공입니다. 우리는 초조할 수도 있고 우리가 실패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미 먼 길, 정말로 먼 길을 걸어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그러나 유기농이 다른 농업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압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잊고 있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비유기농 농업과 마찬가지로 노동력을 줄여주는 기술, 전문화를 도입하고 비용 부담을 지역과 환경에 전가하고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아의 유기농 소는 비 유기농소보다 기계로 우유를 짜는 비율이 더 높습니다. 유기농업은 고도로 기계화되고 있으며 상당한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기농업은 비 유기농업과 똑 같은 사업모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유기농업은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는 유기농 운동의 커다란 성과입니다. 거대한 다국적 기업이 유기농 회사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이 것이 우리가 항상 원하던 바로 그 것입니까? 우리가 원하는 것이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 수익을 내는 것,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었다면 투자자를 끌어 모아 유기농에 투자를 하면서 배당금을 요구하는 것이 훨씬 실속이 있는 일이겠지요.

많은 저소득 국가들이 식품 수출국에서 식품 수입국으로 바뀌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농촌인구가 인구 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도시로 이주하는 것이고 하나는 생산을 집약화하여 땅에서 더 많은 농산물을 수확하는 것입니다. 집약화의 전통적인 전략은 관개, 계단식 농법, 가축의 이용, 수경재배의 접목 등입니다. 인구의 증가를 따라 잡기 위한 농업의 집약화는 더 많은 노동력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많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실업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형태의 노동 집약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경쟁적인 글로벌 마켓과 값싼(화석) 에너지가 이러한 현상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손쉬운 운송과 저장(화석연료 경제에 의해 주도되는)을 통해 전 세계적에서 곡물, 콩류, 유지를 채휘하기 위해 재배되는 작물은 모두 비슷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다. 이 가격은 기계화로 대규모 농작을 하고 있는 생산자들에 의해 결정되고 있습니다. 노동 생산성의 극적인 증가는 농업 분야에서는 외부 에너지 자원의 사용 증가, 트렉터를 몰고, 양수를 하거나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과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한 배럴의 100달러의 석유가 건강한 14명의 노동자들이 일년 동안 일한 것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그 기계들을 에너지로 움직이는 노예들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개발도상국가의 소규모 농부들의 에너지 소비량은 프랑스나 미국의 기계화된 대규모 농장에 비하면 미미할 것입니다. 대규모 농장들은 수백 배럴 이상의 석유를 소비할 것이며 에너지 소모가 많은 기계들을 동원하여 아프리카의 농부들에 비해 수천 배의 수확을 거둘 것입니다. 식품 가격과 노동 임금이 일년에 10달러 정도의 유지비가 들어가는 기계 생산을 기준으로 산정될 것입니다. 저임금으로 인한 상대적인 유리함으로 유지되는 메커니즘은 노동이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고 단지 살아가는 것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임금을 낮추어야 하는 압력을 받는다면 유지될 수 없는 것입니다. 부유한 국가의 농부들이 받는 보조금은 상처를 악화시킬 뿐이지요.

이는 농촌과 도시의 시장에서 자체 소비되는 작물조차도 수입에 의존하는 것을 초래하였습니다. 노동 집약적인 작물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겠죠. 값싼 노동력이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투자가 이루어져서 관개 시설이 정비되었고 보호를 받고 있는 여건에서의 주요 수출 작물은 수익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는 소비되는 작물이 아니라 수출 작물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농업에서 어떤 미래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선진국인 경우에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도 미래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최빈국의 농부들에게는 발전 기회가 얼마나 제한적일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들은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의 제일 아래 쪽에 있습니다. 어쩌면 사다리 자체가 아예 주어지지 않았는지도 모르지요.

Markus Arbenz (IFOAM 이사)는 저에게 변화를 가져 오기 위해 ‘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해 볼 것을요청하였습니다. “현실적인”이란 말은 대중적인 의견이나 기득권 그룹에서 ‘팔릴 만한’것을 의미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현실주의가 전 지구를 곤경에 빠지게 한 것입니다. 나는 지금이 바로 우리가 ‘비합리적’이며 ‘비현실적’이 될 때라고 믿습니다. 유기농이 흥미로운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발전을 위한 주요한 도구가 되기 위해 표준적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유기농 운동의 주류에서 유기농 표준의 역할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유기농 표준이 유기농이 무엇인지를 정의한다고 믿으며 따라서 표준이라는 것에 가능한 모든 것과 가능하지 않은 모든 것을 부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표준은 유기농이 보다 나은 위치를 가지는데 도움이 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경쟁적인 마켓과 수익-추구를 도입한 우세한 경제 패러다임 내에서만 작동되는 것입니다. 프레임 내에서는 기술을 변경하는 것이 아주 쉽습니다. 예를 들면 비유기농 비료 대신 유기농 비료를 사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제초제 대신 기계를 활용한 잡초 제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나 경쟁 시장의 조건 이상의 일을 규정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유기농 종사자를 파산하게 만들 뿐입니다. 왜냐하면 경쟁적 시장과 유기적 원칙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점점 더 엄격해지는 표준에 대한 제안은 역효과를 초래합니다. 세계를 변화시키지도 못하고 유기농업을 발전시키지도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를 오해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유기농 표준과 프리미엄 유기농 시장이 필요한 곳이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는 운영 차원에서 유기농 표준을 개선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소비자들이 좋은 상품을 자발적으로 높은 가격에 구매해 주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더 커다란 과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만 합니다. 우리는 농업 부문 전반을 규정하는 운영 조건의 문제에도 나서야 합니다. 정부 정책이나 농업부문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운영 조건은 시장과 값싼 에너지의 사용입니다.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기술과 농법을 사용하는 농부들에게 동물과 환경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훨씬 더 좋은 방법과 기술을 왜 사용하지 않느냐고 물어본다면 가격과 경쟁 혹은 ‘시장의 요구’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 올 것입니다. 저는 유기농 분야가 이제는 운영 조건에 대해서도 행동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농작물 시장뿐만 아니라 ?노동 시장, 토지 시장, 천연 자원으로의 접근성 그리고 지식 시장 또는 지적 재산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농업 활동이 50% 이상의 토지에서 이루어지며 생물량(biomass)의 거의 2/3정도가 농지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잊고는 합니다. 이로 인해, 농업은 농산물과 섬유를 생산하는 방법일 뿐 만 아니라 지구를 위한 관리 시스템이기도 한 것입니다. 저는 ‘시장’이 지구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게임을 바꾸어야만 합니다. 지속가능한 발전 혹은 녹색 경제라는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이 게임을 바꿀 것입니다. 시장에서의 거래를 위해 농작물을 생산하고 자원을 사용하는 경제가 아니라 ?재생 경제(regenerative economy)로 천연자원을 재활용하고, 지역 공동체를 재건하는 패러다임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사람, 지구 그리고 수익’이라는 구호를 외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 지구 그리고 번영’을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것은 IFOAM이 정의한 유기농의 4가지 원칙, 즉 건강의 원칙,생태의 원칙,공정의 원칙,배려의 원칙에 따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재생 경제 내에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기조연설문 원문보기(People, Planet and Prosperity-organic agriculture as a development conc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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