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참사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을 밝히고 이를 어떻게 ‘기억문화’로 정립할지 고민하는 일입니다. 상처와 아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팀 레너, 전 독일 베를린시 문화부 장관

1999년 독일 연방의회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나치 희생자를 기억할 것을 결의하며 국가의 진실한 사죄를 담은 기억공간을 세웠다. 피해자들은 아픈 상처를 드러내 치유하고, 시민들은 미래에 같은 오류가 반복되질 않기를 기원했다. 국가기관, 노동조합,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 각계각층 사람들이 아픈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지 고민했으며, 이를 ‘기억문화’라고 불렀다.

한국에서 독일 베를린의 ‘기억문화’를 배워 잊어서는 안 될 역사적 사건을 되짚어본다. 우리 사회 가장 아픈 참사 중 하나인 세월호 사건을 통해 ‘기억문화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나치 학살 피해자들의 이름을 새긴 황동판./사진=피스북스

평화를 교육하는 단체 ‘피스북스’와 세월호 유가족이 시민, 단체와 함께 꾸린 ‘416연대’는 이달 8일부터 내달 28일까지 ‘기억문화를 만드는 베를린 기억여행, 첫 번째 기억 416’이라는 주제의 크라우드펀딩을 텀블벅을 통해 진행한다고 밝혔다.

펀딩을 통해 모금한 후원금으로 건축가, 도시문화기획자, 영상예술가 등이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베를린으로 기억문화 여행을 떠난다. 주최 측은 “식민시대의 아픔, 전쟁과 분단, 70주년을 지낸 4.3, 아직도 진실을 다투는 5.18과 4.16 등을 겪으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 소소하지만 일상 속에 깃든 기억의 자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기억여행지인 베를린은 과거 나치 정권이 자행한 ‘제노사이드(인종?이념 갈등으로 인한 대량학살)’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도시이자 분단과 통일을 직접 경험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후 여러 예술가들이 모여 나치의 상징 공간을 문화적 장소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독일 베를린 그루네발트 기차역 17번 플랫폼은 나치 시대 학살된 유대인들을 기억하는 공간으로 조성됐다./사진=피스북스

대표적 사례가 1990년 한 예술가가 시작한 ‘걸림돌 프로젝트(Stolpersteine)’다. 거리에 나치 피해자들의 사연을 담은 황동판을 설치해 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멈춰 세우고, 이들을 기억하게 한다. 그루네발트 역의 17번 플랫폼도 기억문화 공간으로 조성됐다. 열차가 운영 중인 역의 한 플랫폼의 운행을 멈추고, 과거 죽음의 길에 올랐던 유대인들을 기억하게끔 했다.

피스북스와 416연대는 펀딩을 통해 베를린으로 기억문화 답사를 떠난다. 답사 기간 중 5월 29일 ‘베를린과 우리의 기억장치’ 세미나, 30일 윤이상 하우스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베를린 기억과 치유 토크&콘서트’ 등을 진행한다. 7월에는 기억문화 답사 보고 및 전시회 ‘내일을 위해 오늘 기억을 남기다’도 개최할 계획이다.

크라우드펀딩은 ‘리워드 형’으로 후원 금액에 따라 참여자에게 원두, 커피 드립백, 머그컵 등을 제공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제주 서귀포시 사계리 해안에 위치한 ‘스테이위드커피’에서도 힘을 보탰다. 스테이위드커피는 평화의 염원을 담은 블렌딩 원두와 드립백을 만들었으며, 피스북스는 그림책 작가 김병하의 그림을 담은 머그컵을 제작했다.

텀블벅(https://tumblbug.com/416memory)에서 진행 중인 크라우드펀딩은 6월 말까지 이어지며, 7월 초순 리워드를 제작해 중순까지 발송을 완료할 예정이다.

텀블벅에서 진행되는 ‘기억문화를 만드는 베를린 기억여행, 첫 번째 기억 416’ 크라우드펀딩에 참여자들에게 커피, 머그잔 등을 제공한다./사진=피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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