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소비 활동을 통해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기존 국제무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된 ‘공정무역(Fair Trade)’이 느리지만 조금씩 세상을 바꾸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86.8%로, 한국은 90% 가까이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일부를 공정무역 방식으로 바꾼다면, 보다 나은 공동체와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 가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현 시점 국내의 공정무역의 현황과 특징,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조명해본다.
리서치기업 ‘마이크로엠브레인’이 '공정무역 인식'을 주제로 설문조사 한 결과 '정확한 뜻을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6.1%에 그쳤다./디자인=윤미소

“공정무역 내용이 좋아서 적극 동참하고 싶은데, 제품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리서치기업 ‘마이크로엠브레인’이 국내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015년 조사한 ‘공정무역 관련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0%가 나타낸 반응이다. 해당 조사에서 공정무역에 대해 ‘들어봤거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3.3%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이 중 공정무역의 뜻과 의미를 정확하게 아는 응답자는 26.1%에 머물렀다.

마이크로엠브레인 측은 응답자의 답변을 인용하며 “향후 공정무역 활성화를 위해 공정무역 취지에 대한 소비자 교육 및 홍보(50.1%)와 공정무역 제품의 유통?판매 채널 확대(44.9%), 유통 단계 개선 통한 가격 인하(37.8%) 등을 실행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마을운동으로 진화 중인 한국의 공정무역은 시민들의 일상에 보다 밀접히 다가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민관에서는 5월 세계 공정무역의 날 페스티벌, 10월 공정무역 캠페인 주간 ‘포트나잇’ 등 굵직한 행사를 열어 시민들에게 공정무역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에서 열린 ‘포트나잇’에서 도내 10개 도시, 200여개의 커뮤니티에서 공정무역 교실, 캠페인, 컨퍼런스 등을 열어 도민들의 인식을 끌어올렸다.

2018년 10월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포트나잇' 개막식 행사에서 청소년들이 공정무역을 알리는 캠페인송을 부르는 모습./사진=경기도

전문가들은 현 단계 국내 공정무역 활성화 및 인식 확산을 위해 필요한 과제로 ▲지역 및 커뮤니티 주체의 형성 ▲정부조달 등 공공구매 분야에서 판로 확대 ▲온라인, 학교 등으로 홍보 기반 확대 등 크게 3가지를 꼽았다. 

공공무역 확산을 위해서는 이를 지지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민간에서 주도적으로 공정무역 관련한 여러 활동을 하면, 관에서 예산 지원이나 조례 제정 등 형태로 협조할 수 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교회, 학교 등 지역 내 커뮤니티 주체들도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하며 힘을 보태기도 한다. 

이강백 한국공정무역협의회 상임이사는 “협의회나 마을위원회 등 일부 공정무역 단체에서 주최하는 몇 행사나 캠페인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최근 여러 지역에서 태동하는 민관 거버넌스 모델이 확산되고 있는데, 지역별로 민간단체들이 모여 협의체를 만들고 지방정부와 대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주체들 간의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관이 협력해 공정무역도시 인증 단계로 나아가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정무역 기반이 다져진다.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가 제시한 공정무역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 의회의 지지 △지역 매장에서 제품 구입 용이 △지역 커뮤니티에서 사용 △미디어 홍보 △공정무역위원회 구성 등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한국공정무역협의회는 젊은 세대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네이버 해피빈, 예약 등을 통해 행사를 홍보했다./사진=네이버 화면 갈무리

아울러 ‘사회적가치 실현’을 주요 과제로 내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공정무역 제품으로 구입하는 방식의 ‘공공조달 제도화’도 요구된다.

황선영 한국공정무역협의회 사무국장은 “유럽의 경우 공평, 반차별, 투명성 등을 공공조달의 규칙으로 하는데, 공정무역이 지키는 원칙들이라 공공구매의 길이 열려 있다”며 “한국에서도 공공조달 기반이 마련되면, 공정무역이 좀 더 활성화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또한 공정무역 교육과 홍보 방식의 다변화도 과제로 꼽혔다. 황 사무국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주요 홍보 채널이 옮겨가면서 인터넷, 모바일 등에서 공정무역을 홍보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최근 학교 정식 교육과정에서도 공정무역이 포함돼 교육되는 만큼, 젊은 세대부터 교육이 차곡차곡 이뤄지면 공정무역의 확산의 계기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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