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소비 활동을 통해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기존 국제무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된 ‘공정무역(Fair Trade)’이 느리지만 조금씩 세상을 바꾸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86.8%로, 한국은 90% 가까이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일부를 공정무역 방식으로 바꾼다면, 보다 나은 공동체와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 가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현 시점 국내의 공정무역의 현황과 특징,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조명해본다. |
‘공정무역, 얼마나 알고 있나요?’
질문에 답하기 전, 아래 ‘체크리스트’를 한번 확인해보자.
지난해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공정무역 제품을 알리기 위해 시내 곳곳에 설치한 자판기 앞에 붙여놓은 문구다. 10가지 문항을 통해 공정무역의 인식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10개 모두 안다’고 응답하지 않았더라도 공정무역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몇 시민단체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들여오면서 시작됐고, 2010년대에는 관련 기업이 늘어나며 점차 알려졌다. 최근에는 서울?인천?경기 등 지역 중심의 마을운동으로 확산 중이며, 세계 공정무역의 날, 포트나잇 등 행사를 통해 보다 친숙하게 다가서고 있다.
공정무역 제품을 공식 인증하고 생산자를 지원하는 비영리 국제기구인 국제공정무역기구(FLO?Fairtrade International)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공정무역 제품의 판매액은 85억 유로(한화 약 11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약 24억 유로(약 3조 원)에 비하면, 10년 만에 3배 이상 덩치를 키운 셈이다.
FLO가 연차보고서에 한국의 공정무역 판매액 집계를 처음 시작한 건 2011년으로, 당시 약 1700만 유로(약 291억 원)의 매출을 냈다. 2017년에는 약 3000만 유로(387억 원)로 늘어나 1.8배가량 가파르게 성장했다. 공정무역의 역사가 오래된 영국(약 20억 유로), 독일(약 13억 유로), 미국(약 10억 유로) 등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이다.
FLO는 2011년 보고서 발간 당시 “새로운 공정무역 시장이 특히 두드러졌다”며 “한국에 FLO 사무소를 세워 마케팅한 지 1년 만에 매출이 1700만 유로에 달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공정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불공정한 무역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50년대 시작돼 7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녔다. 식민지 시대의 부채감이 있던 유럽, 미국 등에서 1960년대 공정무역 조직과 단체를 만들면서 본격화했다. 가난한 농부들이 생산한 커피, 카카오, 설탕 등 농산물을 공정한 값을 주고 사서 의식 있는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
북반구에 위치한 선진국에서 시작된 공정무역 운동은 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등 남반구에 속한 빈곤한 나라에서 전개됐다. 가난한 농부와 노동자들이 친환경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교육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일회적 거래가 아닌 지속가능한 판매로 이어가기 위해 공정무역은 제품 자체의 품질과 가격 등을 무기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에서 공정무역은 다른 국가에서 비해 늦은 2000년대 몇 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2003년 ‘아름다운 가게’에서 아시아 지역 수공예품을 수입해 판매했고, 2004년 두레생협에서 필리핀 마스코바도 설탕을 수입해 조합원들에게 소개했다. 2006년 아름다운커피가 네팔에서 커피를 수입하고 ‘아름다운커피’ 브랜드를 만들면서 커피 중심의 공정무역이 알려졌다.
아름다운커피,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아이쿱생협, 피티쿱,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등 국내 주요 공정무역 단체 12곳이 모여 2012년 한국공정무역협의회(KFTO)를 설립했다. KFTO가 발표한 최근 3년 회원사들의 매출액은 2016년 165억 2500만원, 2017년 188억 6600만원, 2018년 189억 7200만원으로 매해 늘어나고 있다.
황선영 한국공정무역협의회 사무국장은 “한국의 공정무역은 2010년 전후로 본격화해 다른 국가에 비하면 후발 주자이지만, ‘Fair(공정함)’라는 개념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어느 나라보다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며 “공정무역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보다 확대해나가야 하는 과제와 함께 유럽이나 미국 등과 다른 한국만의 공정무역이 펼쳐질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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