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양국간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의 한 주체로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포석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북한 관영통신의 보도를 빌어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태도를 드러내놓고 비판한 내용을 전했으며, CNN을 비롯한 BBC와 가디언지 등의 여러 외신은 드러난 성과가 없음에도 북러 양국 정상이 우호적 관계를 강조한 이유에 대해 러시아의 역할론을 제기했다. 

CNN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홍콩발 기사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지난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배신적 행동(bad faith)을 했으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는 전적으로 미국의 향후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한 것을 보도했다. 아울러 CNN은 "북한은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할 것이며, 미국의 불성실한 태도로 북한은 원상 복귀할 수도 있는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북한 관영 중앙통신(KCNA)의 같은 날짜 보도를 게재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앞선 25일 약 3시간 30분간 첫 만남을 가졌고, 26일 오후 자신의 전용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났다.

CNN은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간의 두 번째 회담은 아무런 성과없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음을 상기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와 교환하기 위한 제재해제 수준에 대해 합의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반면, 북한 관리들은 미국이 회담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상황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3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에는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요구에 굴복할 의사가 없으며 우리는 이런 종류의 협상에 관여할 용의도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BBC는 냉전 동안 소련이 이념적, 전략적 이유로 공산주의 동맹국인 북한과 긴밀한 군사 및 무역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1991년 소련이 붕괴된 후 양국 간 무역 관계는 줄어들고 북한은 주요 동맹국인 중국에 기울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 통치하에서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회복해 2014년 친선 제스처로 북한의 구소련 시절 부채 대부분을 탕감조치 했다고 전했다. 오늘날 러시아가 북한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여전히 북한은 러시아를 우호적인 강국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언급했다.

가디언지는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김위원장의 노력을 지지하며 이번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간 협상을 재개하는 데 있어 러시아의 잠재적 역할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고 "이 회담 내용을 미국 지도부와도 솔직하고 공개적으로 논의 할 것"이라고 말한 내용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 후 어떤 문서나 합의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CNN에 따르면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역사적 전통에 바탕을 둔 상호 목표와 관계를 조정한 양국 국민의 소중한 보물"이라고 평가했다.

분석가들은 이 회담이 북한과 중국, 한국, 미국이 지난 몇 달 동안 외교 회담을 하는 것을 방관한 러시아가 이제 가장 중요한 지역 갈등 중 하나에 다시 개입하기 위한 시도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과의 협상이 실패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러시아와 거래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을 내놨다. 켈리(Robert kelly) 부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이번 방문은 다른 대화상대를 새로운 대화에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CNN은 덧붙였다.

https://edition.cnn.com/2019/04/26/asia/kim-jong-un-vladivostok-intl/index.html

https://www.bbc.com/news/world-asia-48047279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9/apr/25/kim-jong-un-meets-vladimir-putin-for-first-time-at-vladivostok-sum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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