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탕과 점쟁이가 맺어준 인연>

1.
아내와는 일곱 살 차이다. 대학원 선후배로 만나 가끔 데이트를 했지만 사실 당장 월세 마련할 돈도 없는 빈털터리라 나로서는 결혼은 언감생심이었다. 
해놓은 것 없이 나이만 많지, 집은 뼈저리게 가난하지, 직업은 변변찮지……사실 내 딸이라도 나한테 보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처가에서 혼담이 오가면서 아내도 할 수 없이 부모님께 내 존재를 알려야 했다. 
결과는 뻔했다. 장모님은 절대 안 된다며 등지고 돌아 눕고, 나는 그 얘기를 전해 듣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야 했다. 
할 말도 없었다. 능력도 하나 없는 놈이 감히 결혼을 꿈꾸다니. 

2.
극적인 계기는 점쟁이였다. 냉전 사나흘쯤 후, 장모님이 벌떡 일어나시더니 갑자기 이것저것 혼수를 준비하시더란다. 
나중에 전해들은 얘기로는, 장모님이 혹시나 하고 평소 자주 다니던 점쟁이한테 사주를 넣었더니, “그 사람 절대 놓치지 말라”고 했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난 선배한테 보증을 부탁해 약간의 돈을 보태고 아내가 그간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두 투자해 작은 전셋집을 마련하고 결혼도 했다. 
그 후로 25년, 우리는 여전히 별 탈 없이 살고 있다. 점쟁이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3.
<홍합탕>
홍합은 값싸고 맛있는 식재료다. 다른 조개에 비해 국물이 시원하고 만들기도 간단해 나도 자주 애용한다. 

4.
<재료>
홍합 1kg, 청양고추 2~3개, 마늘 1T, 소금 1T, 대파 1개

<만들기>
1. 홍합의 오물은 뾰족한 부분으로 긁으면 떨어진다. 수염(족사)은 손으로 잡아당겨 제거한다. 
2. 홍합, 마늘, 청양고추를 냄비에 넣고 잠길 정도로 찬물을 붓고 중불에 끓인다. 
3. 끓는 도중 거품은 수저로 떠낸다. 
4. 홍합이 입을 벌리면 다진 대파와 후추,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 다음 후루룩 한 번 더 끓여주고 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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