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마을관리협동조합 탄생시킨 ‘인천 만부마을’을 가다
국내 1호 마을관리협동조합 탄생시킨 ‘인천 만부마을’을 가다
  • 이로운넷=라현윤 기자
  • 승인 2019.05.02 0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 만부마을, 시범사업지 4곳 중 첫 마을관리협동조합 인가 성공
“주민 참여 의지가 성공의 핵심...다양한 지역 주체들과 협력도 중요”

지난 10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마을관리협동조합 육성 및 공공지원 지침(가이드라인) 사업설명회’ 현장에는 발 딛을 틈이 없었다. 이날 준비한 자료집 500부가 모두 소진 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마을관리협동조합 운영구조 및 공공지원./이미지출처=국토교통부
마을관리협동조합 운영구조 및 공공지원./이미지출처=국토교통부

마을관리협동조합은 도시재생 추진지역에서 지속적인 마을관리를 위해 주민을 조합원으로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에서 설립 인가를 받는다. 이주원 전 국토교통부 장관정책보좌관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업기간 동안 물리적 환경개선을 실현하는 것만큼이나, 도시재생사업의 효과가 지속성을 갖도록 유지·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시재생사업지의 마을 주민,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조직을 통해 지역 주민이 직접 마을을 유지·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마을관리협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토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중점 국정과제인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200여 곳 이상의 주민주도로 도시재생지역을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지난해 8월 ‘마을관리협동조합’의 육성·지원방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도시재생은?

도시재생사업은 저층주거지의 노후주택을 정비하고, 공용주차장 등 생활인프라 공급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주택이나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짓는 재개발·재건축과는 차별적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주민과 지역 주도로 마을을 바꾸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공동체 회복 등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중점 국정과제인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200여 곳 이상의 도시재생사업(’14년 13곳, ’16년 33곳, ’17년 68곳, ’18년 99곳)을 추진 중이며, 소규모 재생, 주민참여프로젝트 팀 등 도시재생사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국가지원도 추진 중이다.

◇ ‘만부마을 마을관리협동조합’ 첫 인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 위치한 만부마을은 1972년부터 도시개발 과정에서 철거민들의 이주로 만들어진 곳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아파트 단지와 주택개발이 시작되어 밀집 주거지역을 형성됐다. 이후로도 노후 주택 밀집, 협소한 도로, 고령화, 문화시설 부족 등 여러 문제가 생기면서 2017년부터는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100억원(국비 50억원·지방비 50억원)이 투입돼 공영주차장 등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생활 기반시설(이하 인프라) 개선과 공동이용시설 조성,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이 추진 중이다.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 위치한 만부마을은 1972년부터 도시개발 과정에서 철거민들의 이주로 만들어진 곳으로, 2017년부터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중이다.<br>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 위치한 만부마을은 1972년부터 도시개발 과정에서 철거민들의 이주로 만들어진 곳으로, 2017년부터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 과정에서 도시재생사업지의 유지·관리 역할을 할 마을관리협동조합 육성에 인천 남동구청과 만부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섰다. 지난해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TF가 구성·운영되고, 시범사업 등을 펼친 결과 올해 4월 1일 전국 4개 시범사업지 중에서는 처음으로 마을관리협동조합 인가를 받았다.

​만부마을이 첫 인가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① 준비된 주체 ‘주민협의체’의 높은 역할

일찍이 형성되어 있던 주민공동체의 역할이 컸다. 임용빈 인천 남동구 도시재생팀장은 "만부마을은 철거민 이주정착지로 근본적으로 열악한 주거환경과 물리·사회적 쇠퇴가 심각한 지역"이었다며 "다행히 만부마을은 기존에 주민협의체가 구성되어 다양한 공동체활동을 벌이며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참여의지가 높았다”고 말했다.

​2014년 만들어진 만부마을 주민협의체는 △마을길 가꾸기 △마을축제 △마을대학 △마을환경 개선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스스로 마을 관리·재생활동을 이어왔다. 도시재생사업이 본격화되면서는 주민협의체가 중심이 되어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를 별도로 구성했다.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는 만부마을을 15개 작은 구역으로 나눠 구역장을 뽑고, 15명의 구역장들이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협동조합으로 인가 전까지 △마을밥상 무료나눔 △신협과 연계해 어르신 따뜻한 겨울나기 지원 △천연염색 교육/체험 등을 진행하며 주민 소통·교육 등의 중심 역할을 했다.

2014년 만들어진 만부마을 주민협의체가 마을관리협동조합 설립에 주축이 되었다.
2014년 만들어진 만부마을 주민협의체가 마을관리협동조합 설립에 주축이 되었다.

② 지역 이해관계자들 간의 신뢰와 협력

마을관리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원활한 협력도 큰 주춧돌이 되었다.

인천 만부마을에서는 지난해 사업 준비가 시작되면서 TF가 먼저 구성되었다. 만부마을 주민협의체, 남동구 도시재생지원센터, 인천남동구청,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지역신협, 도시공사, 지역 사회적경제 중간지원기관인 홍익경제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박설인 홍익경제연구소 사무국장은 “3개월 간 매주 진행된 준비회의에 구성원 전원이 참석할 정도로 열의가 높았다”며 “각자 자기 역할을 공유하고 조금씩 양보하며 협력하며 왔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했다. 지난해 남동구청은 주민역량 강화 등 사업 준비 과정에 필요한 비용으로 1200만원을, 올해도 같은 금액으로 지원계획을 세우는 등 적극적인 예산 지원과 행정적으로 나서는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만부마을은 지역 실정에 맞게 체계를 고민했다. /이미지출처=만부마을 마을관리협동조합
만부마을은 지역 실정에 맞게 체계를 고민했다. /이미지출처=만부마을 마을관리협동조합

③ 지역 실정에 맞는 구조 고민

마을관리협동조합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려면 무엇보다 운영지원전문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토부의 가이드라인에는 지역의 새마을금고, 신협 등을 운영지원전문기관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만부마을의 경우 TF를 구성하며 도시재생, 사회적경제에 이해가 높은 사회적경제 중간지원기관(홍익경제연구수)을 결합시켰다. 또한 지역신협이 주민 소통, 협동조합 지원에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사업 초기에는 홍익경제연구소가, 사업이 안착된 후에는 신협이 전문기관의 역할을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박 사무국장은 “인천의 경우 현장센터나, 지자체, 자금 관리를 담당하는 지역신협까지,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 단체들이 주민 소통, 협동조합 설립 컨설팅 등 운영지원까지 맡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초기에는 주민 소통의 경험이 많고, 지역 상황에 밝은 사회적경제 전문지원기관들이 결합하는게 효과가 있었다”며 지역 실정에 맞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주민들 대상으로 무료 마을밥상 나눔을 진행했다./ 사진출처=만부마을 마을관리협동조합
지난해 주민들 대상으로 무료 마을밥상 나눔을 진행했다./ 사진출처=만부마을 마을관리협동조합

④ 지역 기업들과의 상생 모델 고민

마을관리협동조합이 도생재생지의 건물 관리·집수리사업 등을 담당하게 될 경우 지역 유사 업종의 기업들과 충돌이 있을 수 있다. 인천 만부마을의 경우도 집수리사업을 하는 지역 자활기업과의 역할 중복문제가 있었지만, 자활기업이 마을관리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해 협력하는 상생모델을 구현했다. 집수리사업에서 전문성을 요하는 역할은 자활기업이, 보조적 업무는 기술훈련을 받은 지역주민들이 결합하는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다. 현재 지역자활에서는 주민들 대상의 집수리학교 등도 계획 중이다.

인터뷰-양순식 만부마을 마을관리협동조합 조합장

“참여 주민들의 의지 중요...멀리 보고 오래 가야”

 

준비 과정은 어떠했나.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해야 하는데 경영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누군가는 해주겠지 하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주민들과 같이 마을밥상 무료나눔, 신협과 연계해 어르신 따뜻한 겨울나기 지원, 천연염색 교육/체험 등 여러 시도들을 했다.

인가 받기까지 힘들었던 점은.

-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들이 마음을 맞춰야 하니 그게 쉽지는 않다. 거의 자원봉사로 새벽부터 밤까지 동분서주 뛰어다녔지만 그런 건 안 힘들다. 오히려 이 일을 하면서 “저 사람 저렇게 일하고 뭔가 받을 거야”라는 오해의 시선들이 힘들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이나 주민들 분위기는 좋다.

4개 시범사업 중 첫 인가를 받았다. 첫 모델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 기존에 주민협의체를 중심으로 공동체 활동이 있었고 주체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 큰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지자체나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센터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움을 주신 것도 큰 힘이 되었다.

마을관리협동조합을 고민 중인 곳들을 위해 한마디 한다면.

- 정부 지원이 된다는 이유로 무작정 시작하면 오래 가지도 못하고 힘들다. 솔직히 쉬운 길이 아니었기에 힘들고 중간에 마음이 흔들렸던 적도 있다. 끌고 가는 주체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열정과 길게 가보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 기대감 보다는 현실을 알고 접근했으면 한다.

사업을 진행하며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 이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도시재생지원센터에 전문 관리자가 꼭 필요하다. 다만 정부 예산이 한계가 있으니 전문성을 가진 중장년 은퇴자들을 매칭할 것을 제안드린다.

올해 고민하는 사업 방향은.

- 조합 인가를 받을 때 최소 인원인 5명으로 일단 시작했다. 시범사업 기간이 내년까지이니 주민들과 소통하며 조합원 모집도 하고, 5월부터는 마을밥상을 등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셈이라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 제도개선·지속가능한 사업모델 등 과제 많지만, 주민 역량강화에 집중

현재 사회적협동조합의 주소지를 도시재생지원센터 1층으로 두고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지자체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건물을 개별 사회적협동조합에게 무상사용하도록 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만부마을 한 관계자는 “협동조합을 만드는 건 오히려 어렵지 않다. 만들고 난 후 1년이 제일 중요하면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도 협동조합이 넘어야 할 산이다. 현재 협동조합 및 주민협의체 주 구성원은 사업 경험이 별로 없는 50대 여성 주민들이 다수다. 현재 계획으로는 △뉴딜사업으로 조성되는 마을공용부엌과 △문화상점 등을 운영하고, △마을주차장과 공공임대주택 관리 등 마을관리소 역할도 수행하는 것이다. 이밖에 △조합원과 직원에 대한 교육·상담, △조합 간 협력을 위한 사업, 조합의 홍보 및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는 고민이다.

만부마을 마을관리협동조합은 내년 시범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만들 계획이다./사진출처=만부마을 마을관리협동조합
만부마을 마을관리협동조합은 내년 시범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만들 계획이다./사진출처=만부마을 마을관리협동조합

‘만부마을 마을관리협동조합’은 올해 주민공모사업을 시작으로 주민 역량 강화에 우선 집중할 예정이다. 양순식 만부마을 협동조합 조합장은 “5월부터 마을밥상을 시작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며 차근차근 준비해 내년쯤에는 구체적인 사업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국토부, 마을관리협동조합 어떻게 지원하나?

국토부는 마을관리협동조합 활성화와 지자체 지원을 위해 지난 3월 ‘마을관리협동조합 육성 및 공공지원 지침(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자세한 참여 방안 및 지원내용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지원으로는 크게 ①마을조합 육성 지원 ②공공시설 관리 및 공공서비스 사업 위탁 ③마을조합 수익사업 지원 3가지 방향으로 지원한다.

​지자체는 마을조합 육성 지원을 위해서 조합설립 전, 지자체는 도시재생 사업계획에 따라 도시재생사업비(주민·공동체 역량강화사업, 거버넌스 운영사업 등) 등을 활용하여 마을조합 설립을 위한 교육, 주민설명회 및 간담회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조합설립 후로는 2년간 최대 5000만원의 초기사업비를 지원한다. 공공시설 관리 및 공공서비스 사업 위탁으로는 지자체가 도시재생사업지 내 공영주차장 등 기초생활인프라 운영․관리를 마을조합에 위탁(수의계약)하고, 이에 따른 운영․관리 경비 지원하도록 한다. 마을조합 수익사업 지원으로 마을조합이 주택관리, 마을상점 등 저층 주거지 주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추진·제공받을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협조를 통해 사업화를 지원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2018.12.18.)에 따라 도시재생지원기구로 지정되었다. 진흥원은 자율적 결사체, 지역기반, 민주적 운영의 특징을 가진 사회적경제조직과 도시재생과 연계하여 지속가능한 주민중심의 마을관리협동조합을 육성 지원한다. 또한 설립 지원을 희망하는 지자체 및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기초교육을 실시하고,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인가 준비 및 공공지원 요건에 대한 상담 창구 역할을 한다. 협동조합 설립 이후에는 지역 단위로 사회적경제 네트워크와의 연계, 분야별 전문가 자문단 운영 등을 통해 마을관리협동조합의 사업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마을관리협동조합 설립 지원을 희망하는 지자체는 5월 초, 8월 초(연 2회)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통해 신청접수를 하면 된다.

 

이로운넷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사회적경제, 사회적가치 알리기를 실천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