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회적경제 화두 중 하나는 사회적경제조직이 원활하게 돈이 순환되는 사회적금융 생태계의 조성이다. 정부 등 사회적금융 정책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다양한 금융자원이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흐를거라는 보도가 쏟아지지만 정작 꼭 필요한 사회적경제 현장에는 돈이 흐르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사회적경제조직 스스로가 연대를 통해 기금을 만들고 서로 돕는 상부상조 금융인 ‘자조기금’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 

현재 국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자조기금이 조성된 곳은 사회혁신금융과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 공제사업단(이하 공제사업단)이 있다. 최근 서울에서도 ‘서울시민공제 추진위원회’를 만들며 발기인 모집에 나섰다. 

이 중에서도 공제사업단은 전국을 망라하는 사회적경제조직들 스스로가 기금을 만들어 돕는 상부상조 금융으로 주목받았다. 2014년 공제사업 개시 5년째인 현재 183개 기업이 참여하고 62억원 기금을 운용하는 규모로 확장되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지금까지 68억원(290건)을 대출했지만 결손률이 0%라는 사실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조기금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다. 하정은 공제사업단 단장은 "결손을 감당할 수 있는 기금이 되고자 공제안정화 기금 조성 등으로 노력 중"이다며 "기금이 가지는 공동책임의 무게의 결과로써 0%결손이 유지는 되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공제사업단은 최근 별도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내 사업단에서 별도 재단법인으로 독립해 본격적인 기금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 단장은 “최근 업종별, 지역별로 자조기금을 조성하고자 하는 곳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노하우가 없다보니 시작조차 어려운 상황이다”며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회적금융에 특화된 중간지원기관으로 자조금융 생태계 내 큰 우산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회적기업기업들의 공제기금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적경제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미다. 

올 상반기 내 재단법인 설립을 준비 중인 하 단장을 만나보았다. 

하정은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의 공제사업단 단장./사진=백상훈 작가

- 공제사업단은 사회적기업 내 대표적인 자조기금 역할을 했다. 그간의 성과는.  

▶ 공제사업단은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협동 및 자조정신을 바탕으로 기업 경영과 생활의 튼튼한 안전망을 마련하고 지속가능성과 자립 기반 조성을 위해 기금사업, 성장지원사업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등을 진행해왔다. 

특히 기금사업은 2014년 한국수출입은행이 기부한 1억 원을 종자돈으로 조심스럽게 대출사업을 시도해 2015년 11월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이 만들어졌다. 사회적경제조직 스스로가 기금을 만들어 돕는 상부상조 금융 성격이다 보니 규모가 처음부터 크지는 않았다. 2014년 9월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가입을 시작으로 2015년 100개를 돌파하고, 올해 3월 말 기준, 공제기금 규모는 62억 원(기업 납입부금, 한국수출입은행 지원,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등 합계)이다. 183개의 공제회원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70억원(305건)을 대출했고, 결손률은 0%다. 

- 결손률 0%라니, 쉽지 않은 결과다.   

▶ 0% 결손이 자랑스러운건 아니다. 다만, 결손을 감당할 수 있는 기금이 되고자 공제안정화 기금 조성 등으로 노력 하고 있다. 기금이 가지는 공동책임의 무게의 결과로써 0%결손이 유지는 되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 공제사업단의 자조기금의 차별성이라면. 

▶ 우리 기금의 가장 큰 특징은 부금의 규모가 소액이라 부담 없이 가입이 가능하고, 긴급경영 자금이 필요할 때 담보 없이도 손쉽게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적경제 종사자 개인 소액대출도 최대 1000만원까지 운영하고 있다. 사회경제조직의 복지기금 성격으로,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도 평가가 긍정적이다. 

- 초기에는 어려움도 컸을 것 같다.  

▶ 솔직히 우려보다는 확신이 컸다. 공제기금은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라 10년 이상 사회적기업에 대한 대출사업의 결과에서 탄생했다. 사회적경제조직이 가진 책임성에 대한 확신, 기금의 필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시작된거라 오히려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지 자조기금에 대한 외부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인 듯 하다. ‘과연 제대로 될까?’. ‘종자돈을 회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신뢰할 수 있는 기업들을 제대로 선별해 낼 수 있을까?’ 등이다.

또한 적극적으로 자조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개진하기에 자조기금에 대한 자금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도 어려움이다.  

공제사업단 기금 현황/디자인=윤미소

- 협의회 내 사업단에서 재단으로 독립을 준비 중이다. 이유는. 

▶ 공제사업단은 사회적기업기업들의 공제기금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적경제로 외연을 넓혀 공제기금대상 기관을 확대할 때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도 사회적기업 외에 협동조합, 마을기업, 소셜벤처 등이 기금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조직변화를 통해 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금융 생태계가 확장되는 중요한 시기다. 공제사업단이 쌓아온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확장된 역할을 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지역의 자조기금 조성을 지원하는 등 지역기금을 현실화하는 역할이다.  

- 얘기를 들어보니 사회적금융 중간지원기관 같다. 

▶ 그렇다. 시즌2로 가는 길목인 셈인데, 사회적금융에 특화된 중간지원기관을 고민하고 있다. 업종별, 지역별로 자조기금을 조성하고 싶어 하는 곳은 많지만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상황이다. 그런 곳을 지원하는 우산 역할을 하고 싶다. 

- 재단 설립에 대한 준비, 어느 단계에 와있나? 

▶ 내부적으로 재단 설립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올 상반기 내 마무리하고자 준비 중이다. 
이사회 구성은 당사자조직(한기협 등), 중간지원기관(여성, 소셜벤처, 노동자 등), 경영 및 투자전문기관 등으로 고민 중이고, 사무국 역할을 할 청년자립지원센터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들어갈 계획이다. 일하는 주체인 사무국이 이사회에 들어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구조를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 재단 설립 시 목표는.  

▶ 3가지 방향으로 금융사업을 계획 중이다. 첫째, 국내 자조기금을 더 다양화, 규모화 해 성장을 시키는 것이다. 둘째,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주체들의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성격의 규모 있는 소셜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자금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사업기획까지 함께 지원하는 개념이다. 셋째, SIB(Social Impact Bond, 사회성과연계채권) 시범사업 등 새로운 상품 개발 및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금융사업 외에도 사업기획, 성장지원체계 등 비금융지원도 함께 결합시켜 사업의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2019년 진행된 사회적경제  종사자 고용안정을 위한 소액대출사업 성과공유회/사진=공제사업단  

- 자조기금 운영조직으로서 제언을 한다면. 

▶ 국내에서 자조기금이 활성화 되려면 우선 공동 운영이 활발해져야 한다. 특히 당사자기금은 공동책임 하에 운영되기에 리스크도 함께 나눠가질 수 있을 정도로 책임감이 따른다. 거버넌스가 정말 중요한 이유다.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공동 운영을 하다보면 책임문제가 따르는데, 이때 법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된다면 훨씬 많은 기업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또한 민간에서 당사자들이 이렇게 많은 자금을 십시일반 조성한 만큼, 정부가 활성화 차원에서 일정 금액을 매칭 해준다면 훨씬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규모화를 위해 매칭 지원 등을 정부가 고려했으면 한다. 재단 전환 후 기금이 안정화되면 앞으로 그런 정책 제언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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