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입고, 쓰고, 먹을까?’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하고 선택해볼 것을 제안하는 서울환경영화제가 ‘에코 스피릿(Eco Spirit)’을 담은 24개국 59편의 작품으로 한국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환경보호가 더 이상 미래세대를 위한 몇 사람 만의 운동이 아닌, 현 세대 인류 전체에게 닥친 과제라는 절박한 목소리를 담았다.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가 오는 5월 개막을 앞두고 23일 오전 11시 서울 서소문로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플라스틱, 먹거리, 생명 등 이슈가 주요하게 떠오른 가운데, 환경 다룬 영화를 소개하고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관객들과 공유한다는 목표다.

제16회 환경영화제 포스터는 쓰레미 더미를 모티브로 플라스틱의 습격으로 '사람의 몸마저 플라스틱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지난 2004년 처음 시작된 서울환경영화제는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고, 미래를 위한 대안과 실천을 논의해왔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지구 환경 용량이 현재 1.5배 초과한 상태인데, 이대로 가면 2030년이 됐을 때 2배를 넘어설 것”이라며 “우리는 환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물질적 욕망을 줄이고, 문화적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문화적 접근의 가장 좋은 매체를 ‘영화’로 꼽으며, 2년 전 환경영화제를 통해 상영한 ‘플라스틱 차이나’를 예로 들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들의 눈을 통해 세계의 소비문화를 꼬집는 작품으로, 중국 정부는 이후 쓰레기 정책을 바꾸었고 그 결과 한국은 중국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출하지 못해 대란이 일어났다. 환경 문제가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는 증거다.

‘에코 스피릿’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영화제는 ‘무엇을 입고 쓰고 먹을지’를 녹여낸 작품을 스크린을 통해 소개한다. ‘월든’ ‘리투아니아 여행의 추억’ ‘도그 스타맨’ 등 세계 곳곳의 아름다움을 포착해낸 미국 감독 요나스 메카스를 기리는 추모전과 ‘카모메 식당’ ‘안경’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등 비울수록 풍요로워지는 삶에 대해 말한 일본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의 특별전을 마련했다.

올해 특별히 중요하게 떠오른 플라스틱 문제는 ‘2019 에코 포커스: 플라스틱 제국의 종말’ 섹션을 통해 집중 조명한다. 플라스틱 책임을 외면하는 기업들을 비판하는 ‘달콤한 플라스틱 제국’, 플라스틱 사슬의 맨 끝에서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는 존재들을 다룬 ‘알바트로스’ ‘블루’ 등이 준비됐다.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 '아쿠아렐라' 스틸 이미지. 물의 다양한 모습을 아름답게 포착해낸 다큐멘터리다.

개막작으로는 러시아 출신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감독의 ‘아쿠아렐라’를 선정했다. ‘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은 일반 속도보다 4배가량 느리게 촬영한 물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러시아 바이칼 호수에서 출발해 미국 마이애미, 플로리다, 베네수엘라의 앙헬 폭포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다.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압도적이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서사와 영상과 사운드 자체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자연스럽게 전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영화 상영에서 그치지 않고 토크콘서트, 마스터클래스, 포럼 등 부대행사를 통해 작품을 통해 일깨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확장한다. 영화제 기간 업사이클링 카드지갑 만들기, 커피 캡슐 미니 화분 만들기, 플라스틱 없는 장터, 비건 음식 맛보기 등 체험 행사를 연다. 영화제 측은 “현수막, 배너, 카탈로그 등 홍보물을 최소한으로 제작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는 등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축제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홍보대사인 ‘에코프렌즈’ 위촉식도 진행됐다, 평소 자연친화적 삶을 고민하고 실천해온 배우 이천희-전혜진 부부,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의 정다운 대표, 동물과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문화매거진 ‘오보이’의 김현성 편집장, 지속가능한 가구 디자인을 선보인 문승지 디자이너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명세 영화감독 겸 집행위원장은 “편리성, 편안함, 빠른 속도를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이 지구, 환경, 우리 아ㅣ이들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나가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는 5월 23~29일 7일간 종로 서울극장에서 개최되며, 일반 상영작 기준 6000원에 관람 가능하다. 

23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열 조직위원장, 김현성 오보이 편집장, 배우 이천희, 전혜진,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 이명세 집행위원장(왼쪽부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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