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공익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시도되는 아이디어나 진행 방식 또는 계획인 ‘(사회변화) 솔루션 모델(Social Solution Model)’ 중 주목받고 있는 몇 가지 모델의 실제 사례들을 알아본다. 개념과 현황, 필요성 등은 앞 선 칼럼을 참조하길 바란다.

생체모방과학(Biomimetics)은 동식물 등 자연의 형태나 기능, 원리를 모방하여 신기술이나 산업에 응용하는 것을 말한다. 습기에 반발력이 뛰어난 연잎의 구조를 응용한 방수페인트를 개발하거나 옷에 잘 붙는 엉겅퀴풀의 특성을 응용하여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만들어 낸 것이 그 예이다. 유사하게 사회변화를 위해 쓸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완성되어 있지만 특정의 분야나 주제에서만 사용되는 기술, 기능, 기법을 다른 영역에 확장하여 응용하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그냥 ‘가져다 쓰는 방법’이기 때문에 쉽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처음 발상을 전환하기 어렵고, 영역이 다른 만큼 해당 분야에 적합하도록 하는 맞춤 연구나 노력도 필요하다. 

디자인은 주로 패션이나 산업제품, 도시계획 분야에서 활용되어온 ‘기능’이다. 하지만 고객들의 선택을 받고,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해 쓰이던 디자인이 사회문제 해결이나 공익가치를 창출하는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이 흐름은 최근 소셜벤처들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디자인의 사회적 활용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범죄예방디자인(CPTED :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이다. 인간공학적 지식과 디자인 기술을 이용하여 보다 범죄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방식인데 최근 지어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중앙에 아이들의 놀이터를 위치시키는 것도 셉테드의 한 형태이다. 또,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표현으로 불리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제품이나 시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성별이나 나이, 장애, 언어 등의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조금 좁히면 약자들을 위해 필요한 환경 또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을 말하는데 꼭 약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이들이 이용하는데 도움이 되게 하는 디자인은 '공공디자인(public design)'이라고도 부른다. 몇 년 전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이 서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고 활발하게 논의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안에서 디자인이 지역의제들과 시민의 삶을 바꾸는 도구로서 다양하게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제시되었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도 디자인 관련 비즈니스모델로 ‘이슈 디자인’이 있다. 대표적으로 위안부 할머니의 삶을 조명하는 휴먼브랜딩 디자인 제품을 내놓은 '마리몬드'가 있다./사진출처=마리몬든 홈페이지

최근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많이 나오는 디자인 관련 비즈니스모델로는 ‘이슈 디자인’을 들 수 있다. 사회적 이슈를 알리기 위해 디자인 요소나 기법을 이용하는 것인데 일부 디자인회사들이 일회성 캠페인 성격으로만 진행하던 것을 사회적기업인 ‘마리몬드’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과 모습을 재조명하여 휴먼브랜딩 디자인 제품(휴대폰 케이스 등)으로 내어놓은 것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일반에도 알려지고 다양한 추종기업들을 만들어냈다. 이후 특정 사회적 이슈(헌법 알리기, 환경오염 문제 등)를 담은 디자인 굿즈들을 개발 판매하는 디자인 소셜벤처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자인과 게임만이 아니라 기존 영역(영리 등)에서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기능과 솔루션을 사회변화 영역으로 끌어들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디자인만 사회문제 해결에 쓸 수 있는 도구는 아니다. 근래 가장 핫한 도구인 게임을 사회변화에 응용하는 솔루션들도 많아지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Gameification)은 게임 외적인 분야에 게임 또는 게임의 메커니즘, 사고방식 등을 접목시키는 것을 말한다. 사단법인 아쇼카한국에 따르면, 인도의 사회적기업가이자 아쇼카펠로우인 파락(Parag)은 '리얼라이브스(RealLives)'라는 게임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삶을 간접체험하게 해줌으로써 상호간의 공감이 가능하도록 하여 편견과 행동오류를 수정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게임은 상업적으로도 성공하였으며, 인도를 포함한 여러 국가의 공교육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IT기술 기반 커뮤니티 게임방식을 통해서 괴테의 명작 파우스트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게임 ‘파우스트 되기’를 개발한 (주)놀공발전소는 문학 작품을 게임의 메커니즘을 통해 접하는 충격적 경험이 가능하게 했다. 또한 파코루도라는 사회적기업은 팔레스타인 평화를 소재로 한 보드게임을 통해 사회적 증오를 극복하는 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디자인과 게임만이 아니라 기존 영역(영리 등)에서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기능과 솔루션을 사회변화 영역으로 끌어들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고객의 구매활동 예측을 위해 고안된 빅데이터 기술이 왕따 문제 해결에 응용되거나 블록체인 기술이 기부자 관리 기법에 쓰이는 경우도 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법’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좋겠지만 기존의 기법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한 후 그 것을 사회변화에 응용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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