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가 자주 찾는 인터넷서점에서 상큼 발랄한 제목의 책 한권을 발견했습니다.
. 부제가 ‘캠퍼스 비밀 삽질 프로젝트’였습니다.
대학생 7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온라인회원만 386명에 이르는 도시농부들 모임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멤버 중 한 사람인 황윤지 씨(한국외대 4년)이 책으로 묶어 썼지요.
도시에서 나고 자란 20대 대학생들이 학교 안에 텃밭을 만들어 씨를 뿌리고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설마! 했답니다.

이 ‘신기하고 기특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저자인 황 윤지씨을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생머리를 질끈 뒤로 묶고 청바지를 입은 여학생을 상상하고 갔었는데 윤지씨는 배추벌레만 봐도 소리를 지를 것같이 보이는 인상이라 잠시 놀랐답니다. ‘역시 여성을 외모로 분류하고 짐작하는 것은 편견이구나’ 혼자 반성하면서 텃밭을 같이 둘러 보았습니다.

농약을 쓰지 않고 벌레는 이렇게 손으로 잡아주면 되요.^^
작은 밭이고 흙은 거칠어 보였지만 콩에는 코투리가 달리고 고구마 줄기는 제법 힘차게 뻗어있었습니다.올 해 김장에 쓸 배추, 무도 쑥쑥 자라고 있었습니다. 작물도 키우는 사람들을 닮아서 그런지 풋풋하고 신선해 보였답니다.

7명의 친구들이 모여 ‘재미 삼아’ 시작한 대학 텃밭은 1년이 지난 지금 이화여대 텃밭, 서울대 텃밭, 대전 한밭대 텃밭등 여러 대학으로 퍼졌대요.

방과후 교양강좌로 시작한 레알텃밭학교는 대학생뿐 아니라 유치원교사 등 직장인과 귀농지망자까지 모이면서 대학텃밭 모임은 교정을 넘어 도시 생활 속으로 도시농업을 전파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윤지씨는 몸으로 체험하며 텃밭 가꾸기를 배운 과정을 들려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그저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고 시작했던 농사를 통해 발견하고 깨닫게 된 것을 이야기할 때였습니다.

거창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농사를 통해 환경 문제, 건강한 먹거리 문제에 눈을 뜨게 되고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지게 되었다니 백문이 불여일견이 아니라 백문이 불여일’삽질’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

아래는 윤지씨가 도시농업 초심자들을 위해 나누어준 노하우입니다.

가까운 곳에 텃밭을 둔다.

아파트 거주자는 베란다, 주택 거주자는 앞마당, 대학생은 캠퍼스 등 실제로 오래 머무는 공간에 둬야 작물을 자주 들여다볼 수 있다.
땅이 없다면 상자나 비료포대에 흙을 담아 텃밭을 만든다. 상자텃밭에선 상추 등 뿌리가 얕은 작물이, 포대텃밭에선 감자 등 뿌리가 깊은 작물이 자란다. 생선 등 식품을 포장할 때 쓰는 스티로폼 상자는 보온력이 좋아 작물을 잘 키운다.

토종 종자를 뿌린다. 대부분의 종묘사에서 파는 몬산토의 불임 종자 ‘F1′은 채종 즉 씨앗을 받을 수 없다. 채종을 할 수 있는 종자를 키우면 다음해에 다시 씨앗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토종 종자는 귀농운동본부 등 각 기관이 운영하는 도시농부학교에서 구할 수 있다.

거름을 만들어 뿌린다. 농약, 제초제나 화학비료 없이 작물을 키우면 땅도 살고 작물도 살린다. 도시에서 구하기 쉬운 유기비료는 오줌 발효액이다. 오줌을 페트병에 받아 밀폐시키면 영롱한 갈색 빛깔의 액체비료가 된다.

작은 텃밭이라 해도 3년 주기로 작물의 종류를 바꿔준다. 같은 작물을 매년 심으면 지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땅콩은 지력을 높여주는 작물이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를 만나 지식과 경험을 교환한다. 교육은 레알텃밭학교, 도시농부학교, 생태귀농학교 같은 곳에서 진행한다. 이 중 레알텃밭학교는 무료다. 자세한 안내는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온라인카페(http://cafe.naver.com/waithongbo)에서 볼 수 있다.?도시농업, 텃밭 가꾸기는 책으로 배울 수도 있다. 초보자에게는, 주말농장이나 귀농희망자에게는를 추천한다.


윤지 씨를 통해?20대 도시농부들의 씩씩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히려 어른들이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강원도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무엇인가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서는 뭐 하나 아는 것도 없고 해 본 것도 없는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지요.

비닐봉지에 싸인 채소를 카트에 담고, 계산하고,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제가 먹거리를 준비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습니다.?이건 돈으로 먹을 것을 교환하는 행위, 주어진 것을 소비하는 행위일 뿐이지요.
고운 손으로 벌레를 잡고 친구들과 함께 오줌을 모아 액체비료를 만드는 윤지 씨와 ‘씨앗들’에게는 먹거리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어요.

다음에 이로운몰에서 식품을 배송 받을 때 스티로폼 상자에 담겨오면 윤지 씨가 알려준 대로 상자텃밭용 흙을 구해 상추나 파를 간단히 키워볼까 해요.?이로운몰에서 판매하는 흙살림 새싹 재배 키트도 저 같은 초심자한테는 만만해 보이는군요.
‘시작이 반!’
유기농 먹거리를 우리 밥상에 올리는 일, 우리 쉬운 것부터 시작해봐요.


취업준비학교가 된 캠퍼스에 움트는 푸른 새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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