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스윌 엄선덕 대표는 "발달장애인이 주체성을 가지고 비장애인과 일상을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 : 최범준 인턴기자

“지적장애 엄마와 지적장애 아들, 할머니가 함께 사는 집이 있습니다. 할머니 관절이 좋지 않아서 어렵게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갑자기 엄마가 아팠습니다. 몸에서 근종이 발견됐습니다. 할머니 수술 일정을 미루고 급히 엄마 수술을 해야 했죠. 아들은 엄마가 잘못될까 엉엉 울고...이 외에도 힘든 가정이 많습니다. 보통은 장애인을 돌보기 위해 부모가 일자리를 그만 둡니다. 가족 해체까지 겪기도 합니다.”

발달장애인 자립을 돕는 사회적협동조합 파파스윌 엄선덕 대표가 말하는 가정 내 장애인 돌봄 현실이다. 장애인 돌봄은 당사자 뿐 아니라 한 가정이 문제를 겪는다. 장애인 문제를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장애인 사회활동은 과거보다 활발해졌다. 엄 대표는 "예전에는 장애인들이 시설이나 집에 주로 머물렀다면, 지금은 등록을 통한 지원과 생활보조 활동이 늘어나서 외부활동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50명 중 3명이 장애인’인 사회, 장애인 문제는 우리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파파스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일상을 꿈꾸며 생겨났다.

발달장애인 자조모임→협동조합...김포시 1호 사회적협동조합 타이틀 걸게 된 사연

파파스윌은 김포시 1호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시작은 장애인부모회였다. 부모회는 2015년 4월 김포복지재단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조모임 활동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꾸준한 발달장애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2016년 11월 사회적협동조합 파파스윌이 탄생했다. 현재 장애당사자, 조력자, 후원자 등 7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엄 대표는 "조합원 필요와 이익을 스스로 충족할 수 있고, 모두가 주인이 된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에 눈길이 갔다"고 돌아봤다. 발달장애인 자립에 관심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과 발달장애인이 복지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과 함께 연대하며 ‘주체’로 활동할 수 있다고 협동조합 형태의 장점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파파스윌이 운영하고 있는 자조모임은 발달장애인의 주체성을 잘 보여준다. 파파스윌은 자조모임을 만들 때 장애 당사자 모두에게 발언권을 줬다. 장애에 따라 직접 말하는 게 어려우면 몸짓과 필사로 자기를 표현하게 했다. 이마저도 힘들면 선택지를 주고 고르게 했다. 그렇게 첫 번째 자조모임 ‘장조림’이 탄생했다. 당사자들이 스스로 정한 이름 ‘장조림’은 ‘발달장애인 자조모임’을 줄인 말이다.

자조모임과 함께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한 일자리가 필요했다.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에게는 일자리가 가장 큰 복지다. 어렵게 취직해도 유지가 힘든 경우가 많았다. 기능 문제가 아니라 의사표현, 대인관계 등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파스윌은 직업훈련과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는 카페 ‘민들레와 달팽이’, 도자기, 천연비누 등을 만드는 작업공방 ‘빼무락’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발달장애인 각자가 가진 적성과 역량을 발굴하고 키워준다. 현재 발달장애인 20여 명이 파파스윌을 통해 지역 내 카페, 파주 공업단지 등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파파스윌 공방 '빼무락'에서 만든 공예품. 도자기 비누 수건 등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빼무락은 
 '손으로 무엇을 만들거나 고친다'는 뜻을 지닌 남도사투리에서 따왔다. / 사진 : 최범준 인턴기자 

"비장애인이 장애를 학습하게"...장애인 문제, 독립영역 아닌 일상에서 해결해야

 

“장애인들을 마을에서 함께 살게 하자.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비장애인이 장애를 학습하도록 하자.”

장애인 인식개선 노력을 아무리 해도 직접 만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게 엄 대표의 지론이다. 파파스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활동, 발달장애인이 주체로서 지역에 참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파파스윌을 ‘열린 공간’, ‘열린 구조’라 부르는 이유이다.

장애인 자조모임에는 ‘조력자’라고 부르는 비장애인이 함께한다. ‘조력자’양성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비장애인은 주말 장터 자원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원할 경우 공방 제작에 직접참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업사이클링’을 화두로 지역문화 확산을 준비하고 있다. 생산성 측면에서 ‘쓸모없다’고 여겨진 아이들이 쓸모없다고 버려진 재료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지역에 나누는 과정이다. 그는 “발달장애인도 마을을 새롭게 하는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역 내 사회적경제 조직과 연대활동도 하고 있다. 청년 사회적기업과 공개방송을 함께했고, 인형극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과 학교폭력, 성폭력 예방 교육을 했다. 협업 활동을 통해 ‘장애인들도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였다.

이러한 운영은 주민들이 파파스윌을 더 편하게 찾는 계기가 됐다. “자폐 장애인을 돌보던 주민센터 직원이 파파스윌을 찾아 왔습니다. 집에 고립되어 혼자 생활하는 장애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때 함께 왔던 자폐장애인은 현재 파파스윌 활동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파파스윌이 운영하는 직업훈련 카페 '민들레와 달팽이' 이곳에서는 발달장애인 자조모임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 바리스타 등 직업훈련을 하고 있다. / 사진 : 최범준 인턴기자

지역이 끌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돌봄 체계 필요

파파스윌처럼 자조모임에서 시작해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넘어야할 산도 많다.

“장애인 문제 해결을 위해 뜻을 가지고 행동하는 부모들은 많지만 금전·제도 지원 없이는 문제를 제대로 풀기가 어렵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활동한 지난 3년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하는 엄 대표는 자조모임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제정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장애당사자 자조모임을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해 두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국가책임제’라는 큰 틀 안에서 지역과 정부가 상호보완하는 돌봄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지난 3월,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활성화와 사회적경제기업 전환 지원을 강화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파파스윌은 자조모임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정부지원만 기다리며 손 놓고 있으면 안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파파스윌 활동을 시작했던 이유기도 합니다.” 엄 대표는 발달장애인 모임 활성화를 위해 “지역이 장애 당사자에게 필요한 점을 스스로 개발하며 자조모임을 활성화하고, 틈틈이 생기는 부족한 점들은 정부지원으로 보완하는 돌봄체계를 갖춰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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