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

필자는 지난 3월 중순부터 한 달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전국 10개 권역(서울, 경기, 인천, 강원, 대구?경북, 광주?전남?전북, 충북, 충남, 대전?세종, 제주)을 다니면서 사회적경제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금융 설명회를 실시했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신용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주택보증공사도 참여해 상품을 소개하고 개별 상담을 진행했다. 매 번 30~100명의 기업가들과 소통했었는데 그들의 표정과 질문 속에서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졌다.

최근 발표된 사회적금융협의회 자료(금융위원회, 19.4.10.)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중심으로 1937억 원이 사회적경제기업에 공급됐다. 하지만 지역에서 만난 기업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눈치다. 타 기관에서 상담받고 필자를 찾아온 기업 관계자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소개한 상품들을 이용할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올해는 3230억 원으로 자금공급이 확된다고 하니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희망을 이야기했지만, 다소 무색했다. 지역의 영세한 기업은 금융을 이용하기 여전히 어렵다.

기존 금융기관들이 사회적경제기업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아직 적절한 평가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 기업에 대한 평가사례도 부족하다. 정량적인 평가보다는 정성적인 평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조건에서는 기업과 접점에 있는 담당자의 이해와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설명회에 참여한 여러 기관 지역 담당자들의 이해와 의지 수준이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몇몇 금융기관에 문의한 바로는 지역별로 담당자의 관심도가 다르기 때문에 실적 편차가 크다고 한다. 물론 이런 이유가 지역의 기업들이 금융으로부터 소외되는 모든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해당 금융기관의 지역 담당자들이 현장과 신뢰관계를 구축하면서 사회적경제기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이들 기업에 신용을 공급한다는 것이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관리하기 위한 품이 많이 든다는 인식(또는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기대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전북에서 진행한 2019년 상반기 사회적금융 설명회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하는 기금은 이런 조건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서울시, 경기도, 화성시 등이 기금을 조성하고 있으며, 향후 여러 지자체에서도 사회적경제기금을 조성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 기금은 지역 내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회적경제조직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

지역민을 대변하는 의회가 기금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 공감할 수 있다면 손실이 발생해도 감내할 수 있다. 이 기금은 지역의 사회적경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조직이 운영해야 목적한 바대로 지역의 사회적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아쉽게도 일부 지자체는 지역에 신뢰할만한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이 없다고 기존 금융기관에 기금을 위탁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존 금융기관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금은 운용하는 기관의 철학, 이해, 의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현장과 소통하면서 사회적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에 맡겨야 한다.

지역이 지역에 기반한 사회적금융 중개개관을 설립하고자 하는 이유다. 지역의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지역의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역량이 우수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는 오랜 시간 현장 조직들이 논의를 진행해 왔는데 최근 사회가치연대기금 출범과 함께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사회가치연대기금은 자본, 인재, 시스템을 갖추도록 지원함으로써 지역이 금융의 높은 장벽을 넘기를 바란다. 새로 설립될 중개기관이 당장에 지속가능한 운영구조를 마련하기 힘들지라도 지역의 사회적경제가 성장하면서 더불어 성장할 수 있다. 기존 사회적금융기관이 협업하면서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해 줄 수 있다면 조기에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려되는 점도 있다. 지역별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이 필요하다는 정책의 당위성에는 동의하나 절차와 기간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가령, 자본, 시스템에 대한 물적 지원이 이루어지기 전에 사업을 올바로 이끌어나갈 주체가 바로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정책의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또는 일단 기회를 잡고 보자는 기회주의적인 사고로 지역 내 숙의과정이 간과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역의 사회적경제가 활성화 돼야 우리 사회에 사회적경제가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다.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금융 생태계도 지역 특색에 맞게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관들이 모여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강원도는 도청, 지역 신협, 신용보증재단,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당사자 협의체, 사회적금융 전문기관 등이 사회적금융TF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협업하기로 했다. 기관 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업의 자금조달을 활성화하고 사회적금융 상품을 개발하고자 하며, 장기적으로는 사회적경제기금을 조성하고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을 육성하고자 한다. 이런 시도들에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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