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아쇼카한국 대표를 만나 아쇼카의 주요 성과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Everyone a Changemaker(모두가 체인지메이커다).” 

‘혁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 비영리단체 아쇼카는 “모두가 체인지메이커가 되면 우리 사회가 변화한다”고 말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다. 1980년 설립돼 지난 40년간 전 세계 92개국 약 3600명의 사회혁신가를 발굴하고 지원해온 아쇼카는 인터넷이 발전해 지구 반대편 시민들과도 연결 가능한 지금이 “모든 사람이 가진 혁신의 DNA를 발현할 수 있는 시대”라고 강조한다.

2013년 국내에 공식적으로 첫 발을 내디딘 아쇼카한국은 그동안 총 13명의 펠로우 선정을 통해 교육, 환경, 인권, 건강보건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변화를 이끌었다. 설립 때부터 아쇼카한국을 이끌어온 이혜영 대표를 만나 사회혁신을 위해 추진하고 계획하는 일들에 대해 들어봤다. 

이 대표에 따르면 아쇼카의 주요 활동 방향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사회혁신의 동력 발굴’이다. 사회를 변화시킬 엔진을 찾아내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갖춘 개인을 찾는 일이다. 두 번째는 ‘협업의 가속화’로 발굴된 사회혁신가들 사이의 다리를 놓아 네트워크를 만들고 협업을 촉진시킨다. 세 번째는 ‘인사이트 공유’로 새로운 방식의 협업 사례를 모델링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도록 확산하는 일이다.

-한국에서 아쇼카 펠로우 선정은 비교적 늦은 편이다. 그동안 성과는?

아쇼카펠로우는 전 세계 92개국에서 약 3600명이 활동 중이다. 매년 150~200명의 펠로우가 새로 선정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1~3명씩 꾸준히 이름을 올린다./자료제공=Ashoka Global

▶아쇼카 설립자인 미국의 빌 드레이튼이 1978년 사회혁신가를 찾기 시작해 인도에서 첫 펠로우를 선정한 이후 전 세계 92개국에서 3600명 정도 발굴됐다. 초기에는 인도, 아프리카, 남미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빈곤, 질병 등 근본적 문제를 규모 있게 해결할 혁신가를 찾는 것에 방점을 뒀다. 20세기를 넘어서며 세계사회의 문제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사회혁신가를 선정했다.

한국에서는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좋은 토대가 만들어졌고, 2010년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될 때 빌 드레이튼이 방한하면서 2012년 설립이 본격화했다. 2013년 첫 펠로우를 시작으로 매년 1~3명씩 현재 총 13명이 됐다. 70%는 추천, 30%는 자체 발굴로 선정했다. 펠로우로 선정되면 3년간 생활비를 지원하는데 평균 1억 5000만원 정도이며, 나라마다 지원 금액은 다르다. 아쇼카한국의 연간 예산은 현재 10~20억원 정도로 현대해상, 현대백화점,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주로 기업이나 기업가의 후원으로 구성된다.

한국의 아쇼카펠로우 13명의 명단(소속, 선정 연도, 해결문제)은 다음과 같다. △김종기(푸른나무청예단, 2013, 학교폭력 해결) △박유현(DQ Institute, 2013, 디지털시민 육성) △서명숙(제주올레, 2013, 지속가능한 지역개발) △명성진(세상을품은아이들, 2014, 범죄청소년 자립) △정혜신(치유공간 이웃, 2014, 정신건강 돌봄) △송인수(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15, 사교육 부작용 해결) △조명숙(여명학교, 2015, 탈북청소년 교육) △송하나(Liberty in North Korea, 2016, 북한 인권 개선) △이준호(프라미솝, 2016, 장애인 재활시스템 구축) △정찬필(미래교실네트워크, 2016, 대안교육 모델 제시) △이수인(ENUMA, 2017, 세계 교육격차 해소) △조진경(십대여성인권센터, 2018, 성착취 청소년 보호) △이대건(책마을해리, 2018, 지역소멸 해결)

-오랜 기간 사회혁신가를 발굴했는데, 아쇼카의 주요 전략은 어떻게 변화했나?

▶빌 드레이튼이 ‘Social Entrepreneur(소셜 앙터프러너, 사회혁신가)’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했는데, 1980년대만 해도 사회혁신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었다. 그러나 현재는 사회혁신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사회혁신가를 발굴해야 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됐다. 사회혁신의 가치 확산 측면에서 아쇼카는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혁신을 위한 동력 발굴뿐만 아니라 ‘협업과 공유’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다다랐다. 아무리 훌륭한 해결책도 중간에 막히는데, 사회혁신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특히 최근 10~15년 사이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체인지메이커로 연결되고, 각자 가진 사회혁신의 DNA를 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아쇼카 펠로우들의 가치 있는 아이디어와 메시지를 매개로, 개개인의 잠재력을 터트리고 생각과 행동을 바꿔가는 것이다.

-‘모두가 체인지메이커’라는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특히 ‘교육’ 분야에 집중했는데?

아쇼카한국은 '미래를 여는 시간'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동안 주요 사례 10개를 모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으며, 서울을 시작으로 지역 곳곳에서 상영회를 열 계획이다.?

▶전 세계 펠로우 3600명 중 약 20% 정도가 ‘교육’ 분야에서 일하는 만큼, 사회혁신에서 교육의 변화는 핵심적이다. 사회혁신가들을 살펴보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보고 배우고 자라온 삶 자체에서 아이디어가 생겨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쇼카에서 말하는 교육은 국영수를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것이 아닌, 나와 세상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떤 경험을 통해 삶을 살아가느냐에 관한 것이다.

아쇼카한국에서는 2016년부터 ‘미래를 여는 시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의 질적 변화를 이끌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초등부터 대학, 공교육부터 사교육에 이르기까지 여러 생태계를 주목해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 중이다. 최근 지난 3년간 ‘미래를 여는 시간’을 통해 발굴된 교육 혁신 사례를 ‘텐’이라는 제목의 10부작 미니 다큐로 제작했다. 지난 18일 서울 명동에서 시사회를 열었고, 앞으로 지역 상영회나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평범한 시민도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실천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모든 사람에게 체인지메이커의 씨앗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고,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가 심각한데 그린피스 같은 큰 NGO가 나서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해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가 어른들에게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며 ‘등교 거부 운동’을 시작했고,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며 주목을 받아 2019년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평범한 다수의 사람이 동참하지 않으면 거대한 문제는 정부의 힘만으로는 어림도 없고, 아무리 헌신해 일하는 수천 명의 사회혁신가들이 나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천하에 어려운 장사가 없게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쇼카가 그 말을 인용하면 “천하에 어려운 체인지메이킹이 없도록 하라”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참여하고 싶은데, 실행 방법을 모르거나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술이 발달해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에서 사람들은 가치 있는 일에 기꺼이 동참하고, 더 큰 흐름에 일부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아쇼카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떤 방식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아쇼카는 글로벌 조직이라서 한국에서 펠로우가 나오면 해외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펠로우를 찾아서 연결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만큼 세계사회가 보편적인 사회문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펠로우 간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사회혁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영화 ‘로마’는 멕시코 중산층 백인 가족을 위해 일하는 원주민 가정부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아쇼카 펠로우인 아이젠 푸가 제작 과정에서 알폰소 감독에게 영감을 줬다고 한다. 아이젠은 미국에서 가장 소외된 가정부나 재택간병인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미국 최대의 가사노동자 운동을 이끌고 있는데, ‘로마’의 문제의식과 동일하다. 이처럼 우리가 열광하는 문화콘텐츠 안에도 사회혁신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통념’을 깨면,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82년생 김지영’이 100만부 이상 판매되며 큰 이슈가 됐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출산, 육아 등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결책을 제시한 펠로우가 있는데, 이들을 연결하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얼마 전 주목받은 ‘가버나움’은 난민 이슈를 다뤘는데,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이 어떤 식으로 사회문제에 동참할까를 고민했다. 아쇼카와 연결됐다면 기부나 후원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방식을 궁리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각 분야에서 이미 잘하는 전문가들이 많고, 아쇼카는 이들과 협업해 사회적가치를 한발 더 확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사회혁신 이끌어온 선발 단체로 아쇼카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많다. 현 단계 고민은? 

▶스위스 단체 ‘NGO어드바이저’에서 매년 전 세계 영향력 있는 NGO를 선정하는데, 아쇼카가 몇 년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옥스팜, BRAC 등 다른 NGO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움직이지만, 저비용 대비 큰 임팩트를 내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존에 우리가 잘하는 방식만 고집한다면, 주요한 역할에서 밀려나고 현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할 수 없다. 때문에 새로운 길을 계속 개척해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과 약간의 강박이 공존하는 것 같다.

특히 아쇼카한국은 설립 이후 기부금 규모나 영향력 측면에서 비교적 빠르게 성장했는데, 지난해 말 이례적으로 한 글로벌 컨설팅기업에서 자문을 받았다. 지난 5~6년간 해온 업무를 점검하고 재정비해 조직을 보다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조직원 구성 측면에서도 최근 글로벌 채용 과정을 거쳐 정직원을 선발하는 등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3가지 방향 역시 이번 컨설팅을 통해 도출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아쇼카한국 2.0을 향해 나아가겠다.

사진제공. 아쇼카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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