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큰 문제다. 일반 기업에 비해 영세한 사회적경제기업들에게 판로문제는 더 큰 난관이다. 이러한 문제를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뭉쳐서 해결한 사례가 있다. 바로 대구와 경북의 종합유통채널인 '종합상사' 모델이다. 개별기업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공기관 등을 공동의 힘으로 대응해가는 것. 실제 이 두 모델은 소기의 성과를 내며 고공행진 중이다. 이에 판로를 고민하는 지역들도 공동 유통법인을 만들거나 만들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고, 정부와 공공기관들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 부는 유통법인 설립 붐, 현황과 전망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사회적경제 제품의 판로를 고민하는 사회적경제기업들에게 ‘경상북도 사회적기업종합상사 협동조합’(이하 경북종합상사)와 ‘대구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이하 대구무한상사)은 한번쯤 방문해야 할 곳이 되었다. 2015년 전국 최초로 설립된 경북종합상사는 지난해 11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뒤어 만들어진 대구무한상사도 공격적인 영업전략으로 설립 1년 만에 12억원을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가 전국에 알려지면서 종합상사 모델을 지역으로 적용하려는 관계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임영락 대구무한상사 대표는 “전국에서 많은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방문해서 설립 과정이나 운영 등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사회적경제기업들에게 판로문제는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중소기업진흥원공단이 지난해 200여 곳의 사회적경제기업들에게 필요한 정부 정책을 묻는 질문에 45%가 공공조달, 우선구매 등 판로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의 한 중간지원기관 관계자는 “지역은 제품 폭도 넓지 않고 시장도 한정되다 보니 판로가 가장 어려운 과제”라며 “경북과 대구 사례를 보면서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 공동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에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고 밝혔다. 

◇ 대구·경북 모델삼아 “종합상사 만들자”...14개 지역 당사자조직들 직접 나서  

본지가 16개 공공구매 중간지원기관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기존에 공동 유통법인을 만들어 이미 운영되고 있는 곳은 대구와 경북 2곳을 포함해 7개 지역이다. 그 외 지역들도 모두 이러한 형태의 유통법인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내 종합상사 설립이 가시화 되는 곳들도 있고, 나머지 지역들도 올해 논의를 거쳐 내년 경에는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유통법인은 지역 사회적경제지원센터나 지자체 등이 함께 손을 거들고는 있지만 주로 사회적기업협의회, 협동조합연합회, 마을기업연합회 등 민간의 당사자조직들이 주도하고 있다.    

대구, 경북을 제외하고 공동의 유통법인을 설립한 곳은 충남, 부산, 경기, 대전/세종, 강원이다. 

충남은 지난해 8월 충남 사회적경제유통센터 '충남따숨상사협동조합'을 만들었다./사진제공=충남도

충남은 지난해 8월, 사회적경제 4개 분야 46개 기업과 개인조합원 27명이 1억 2000만원의 자본금을 모아 충남 사회적경제유통센터 '충남따숨상사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올해 초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고 공공기관과 사회적경제기업 간의 1대1 매칭을 주로 지원하고 있다. 

2013년부터 '강원곳간' 브랜드를 만들고 숍인숍매장과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해온 강원도는 지난해 6월 '강원곳간협동조합'으로 운영주체를 전환하고 본격적인 유통상사 역할을 하고 있다. 강원곳간협동조합은 올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조직변경 후  단기적으로는 조합원 확대, 장기적으로는 지역을 넘어서 수도권으로 판로를 기업들의 상품경쟁력을 고도화 시키는 노력들을 펼치고자 한다. 

부산과 경기도, 대전/세종지역은 올해 법인을 설립했다. 부산은 50여개 기업들의 참여로 ‘사단법인 부산광역시사회적경제유통센터’를 창립했다. 4개 분야 당사자조직협의회 회장들과 지역 유통 관련 기업들이 이사로 참여했다. 현재 센터는 지자체로부터 일부 운영비 지원을 받고 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이동한 부산사회적경제네트워크 본부장은 “공공기관들 대상의 공공구매를 우선으로 하고,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온라인사업을 우선으로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경기도사회적기업협의회,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세상, 따복공동체종합지원센터 3개기관이 협력해 최근 '사회적협동조합 경기도사회적경제기업종합상사' 인가를 받고 지난 10일에는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지자체와도 긴밀한 협조 하에 공공시장 등 판로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3월 22일 대전세종사회적경제기업의 공공기관 우선구매 유통조직 대세물산 협동조합의 창립총회가 개최됐다. /사진제공=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

대전/세종지역도 지난 3월 22일 대전-세종 공공구매 전문 유통조직인 ‘대세물산 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사회적경제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남대학교 3개 기관이 동참해 만든 결과물이다. 지난 5일에는 14개 기업, 24개 품목 등록하고 ‘대전-세종 SELF 공공구매 플랫폼’을 열고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다른 지역도 올해 또는 내년 설립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충북은 지난해 ‘호혜시장위원회’를 설치하고 연내 유통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광주전남도 각각 올해 추진단을 구성하고 내년 설립을 목표로 종합상사 형태의 유통법인을 고민한다. 제주도는 지난 1월, 제주사회적기업협의회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하고 올해 내 (가)수늘음상단 설립을 목표로 추진단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종합상사만이 답일까?...지역에 맞는 판로 지원 방식도 고민해야  

전국적으로 종합상사 설립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유통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은석 울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울산의 경우 상담회, 1:1 매칭 등 공공기관과 업체를 바로 연결시켜 주는 방식이 효과가 있었고, 유통법인으로 거래가 어려운 품목 기업들도 다수 있다"며 "지역 주체들의 역량 등을 고려했을 때 설립 후 운영도 쉽지 않기에 모든 지역에서 만들기 보다는 권역별로 하나씩 두는 것도 방법일 듯 하다"고 제안했다.  

조용재 제주사회적기업협의회 팀장은 “대구나 경북의 경우 공공구매 인프라가 넓고 지자체와 협력도 긴밀하다”며 “제주의 경우 공공기관이 거의 없고 높은 물류비, 지역 기업들의 협소한 사업 분야 등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처럼 시장여건이 취약한 경우 법인을 만들어도 자생력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조 팀장은 "제주도와 같이 산업환경 자체가 어렵고 특수한 지역의 경우 지원의 우선권을 준다거나 초기 기반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통법인 설립에 앞서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기르는 것도 과제다. 대전세종 사회적경제연구원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는 “지역 내 다수의 사회적경제기업에서는 공공기관에 대량 납품을 할 수 있는 여건이나 규모가 되지 않아 거래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설립 전후로 상품에 대한 지속적인 컨설팅과 사업개발비 지원 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인을 설립해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유통법인이 지역에 설립되면 민간 시장 내 충돌에 대한 우려가 있기에 이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 

이동한 부산사회적경제네트워크 본부장은 “기존에 이미 만들어진 유통망의 영역을 침해하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협력해 시너지가 나는 구조를 고민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범 경기도사회적기업협의회 대표도 "지역에서 이미 유통사업을 하는 기업들과  전문기업들이 있는데 그런 기업들과 상생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충분히 협의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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