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를 오마주로 한 이 작품은 세월호 안에 갇혀있는 304인들의 심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무섭고 두렵고 구출해달라는 그 간절한 심정을 말이다. 숫자 13의 의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처럼, 전부를 함의하는 것이 이 작품과 오묘히 닮아있다. 이 작품에는 송수화기가 없다. 무섭고 검은색 칠흙 같은 어두움에 있지만 밖의 세상과 연결되지 않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신음과 한숨에 휩싸인 채 무한궤도를 반복하며, “가만히 있으라” 끊임없이 대기 중인 상태를 전화기에 그 의미를 담았다. 아이들이 선실에서 대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하단의 수조는 아이들이 떠나 영영 돌아오지 않는 바다를 상징한다.
이 나침반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4월 16일을 반복해서 가리킨다. 세월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북극성은 고정된 별로 방향을 나타낸다. 마치 나침반처럼 길을 잃은 사람에게 참사를 벗어나 안전한 사회를 꿈꾸길 희망하며 만들게 되었다.
이 작품에는 무한소수가 나타난다. 숫자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다가가고 싶은 숫자는 더하나, 닿지 못하는 슬픈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
유유히 평화롭게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의 환상을 통해 세월호를 추도하고 싶었다. 작품 속에 아기고래도 등장한다. 장난도 치고 까불기도 하는 아이들의 특성을 반영했다.
빈센트 고흐 의자가 이 작품에 등장한다. 어쩐지 애처롭고 쓸쓸하다. 보듬어주고 싶다. 가족 품에 안기지 못한 영혼들이 이제는 의자에서 안식을 취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작품에는 북극성, 북두칠성, 카시오페아가 등장한다. 작품을 통해서 어둠 속으로 침몰된 세계를 지켜주고 싶었다.
"안전한 사회, 평화와 행복이 함께 하는 사회, 서로가 서로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사회를 희망한다."
세세하게 작품을 설명한 김 화백은 "세월호 희생을 통한 교훈이 삶의 크나큰 버팀목으로 자리잡았다"고 토로했다.
관객들의 반응 역시 다르지 않았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김 화백은 "(관객들 모두) 세월호로 희생된 304명의 희생을 잊지말자고 다짐에 다짐을 더하는 모습이었다"며 "작품 설명을 통해 소름 끼친다, 전율이 흐른다는 이야기를 건네주시는 관객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월호 희생자를 구조하려다 눈을 감은 잠수사를 비롯한 구조대원 11명의 희생이 있었다"며 "이 분들의 죽음 역시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죽음 역시 시민들이 기억해해야한다는 것이다.
김 화백은 "먼 나라로 떠난 이들의 영정사진을 모셔놓고 평화롭고도 온전하게 수학여행을 갈 수 있도록 애도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세월호 희생자 5주기를 추모한 김학철 작가 초대전은 다가오는 4월 21일까지 전시된다. 장소는 경기도 고양시 주엽동 한양문고 내 위치한 갤러리 한이다. 전시관 개방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이번 행사는 세월호 참사 5주기 고양시민 기억의 날 준비위원회 주최,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시민모임 주관으로 이루어졌다.
그날의 기억에 대한 슬픔을 뛰어 넘어,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기억과 동참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5주기 고양시민 기억의 날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특별수사단 설치를 위한 청와대 청원에 시민들이 함께 동참해주길 바란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고양 평화소리 합창단이 불렀던 노래의 가사처럼, 그 어떤 시련 속에서도 끝내 사랑은 멈추지 않고 유유히 흘러가는 세상을 소망하는 이들의 염원이 함께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