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큰 문제다. 일반 기업에 비해 영세한 사회적경제기업들에게 판로문제는 더 큰 난관이다. 이러한 문제를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뭉쳐서 해결한 사례가 있다. 바로 대구와 경북의 종합유통채널인 '종합상사' 모델이다. 개별기업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공기관 등을 공동의 힘으로 대응해가는 것. 실제 이 두 모델은 소기의 성과를 내며 고공행진 중이다. 이에 판로를 고민하는 지역들도 공동 유통법인을 만들거나 만들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고, 정부와 공공기관들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 부는 유통법인 설립 붐, 현황과 전망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유기농 쌀가공식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인 (농)유기농비건은 수출을 통해 매출 증대를 고민하면서 지난해 7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수출컨설팅을 받았다. 그 결과 2017년 4,620달러에서 지난해 10월 88,848달러로 수출 규모가 크게 확대되었고, 미동부 현지마켓에 신규 입점할 수 있었다.

유기농비건처럼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해 공공기관이 자체 유통망을 활용하거나,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판로지원에 나서고 있다. 코레일 유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우편산업진흥원,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공공기관들 중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로 더 눈길을 끈다. 

#농식품 분야 사회적경제 돕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aT는 사회적가치 실현의 일환으로 최근 농식품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에 적극 나섰다. aT는 △전사 사회적가치 기반 구축 △농식품 일자리 창출 △국민 먹거리 안전 △농식품 공유가치 창출 등 4가지 사회적가치 실현 창출 방향 속에서 사회적경제 육성을 위한 협업 플랫폼 마련에 힘쓰고 있다.

그 일환으로 작년 하반기에는 농식품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MOU를 체결하고 △농식품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판로개척 및 홍보마케팅 지원 △농식품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대상 수출 컨설팅 지원 △농식품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사업모델 발굴 및 지원 △우수사례 공동 발굴로 농식품 분야 사회적기업 등에 확산·전파 △기타 협력사업 등을 약속했다.

세부적으로는 사회적경제기업 육성을 위한 농식품 제도 개편에 힘쓴다. 개선 전에는 지원사업 선정기준에 수출실적, 매출액 등 사회적 약자 기업에 불리한 요소가 중심 평가라 사회적기업들의 참여가 어려웠다. 이러한 점을 반영해 사회적기업에 가점을 부여하고 자부담금 인하 및 면제 등을 개선해 사회적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aT로부터 수출컨설팅을 받고 미동부 현지마켓에 신규 입점에 성공한 사회적기업 '(농)유기농비건'/사진출처=2018 농공상 우수사례집

해외 수출에서는 경험이 많지 않은 사회적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도 한다.

수출컨설팅 지원을 지난해 5회 방문 지원에서 올해 10회까지 늘리고 200만원 내에서 홍보물 제작지원도 한다. 독자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이 가능한 수출기업도 육성·지원한다. 농식품 업체의 홍보마케팅 지원을 위해 사진, 동영상 등 콘텐츠 제작지원을 위해 마련한 스마트 스튜디오(aT 지하 1층 위치)도 5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부터는 현장 출장 및 드론 촬영, 상세 페이지 제작 등으로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로컬푸드 직매장 지원사업과 더불어 사회적기업 대상 로컬푸드 확산 모델 공모전도 4월경 진행한다.

박일상 aT 수출기업육성부 부장은 "해외 수출 등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언제든지 aT의 문을 두드려달라"고 강조했다.  

#전국 200여개 역사에서 매장 운영…사회적기업에 가산점 부여 ‘코레일 유통’

코레일 유통은 스토리웨이 편의점, 카페 스토리웨이, 고향뜨락 등 전국 200여개의 역사에서 다양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춘카페, 미혼모 자활매장도 오픈했다. 입점을 원하는 기업에게는 팝업 스토어, 일반매장까지 다양한 형태로 매장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이정훈 코레일 유통 파트장은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이 계절별, 고객별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해당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한다면서 “다만 오프라인 매장 특성 상 유형의 제품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유통의 가장 큰 특징은 진입장벽이 낮고 사회적기업에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사회적기업에는 1.5점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이 파트장은 “경쟁입찰으로 100점 만점 중 100점을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은 1.5점의 가산점을 부여해 총 101.5점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아 기업 규모, 거래 실적과 관계없이 누구나 입점 가능하며, 매출이 기대보다 적어도 사전 협의를 통해 정해진 기간 동안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입찰은 코레일 유통 홈페이지→매장 운영자 모집 배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제안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공공기관 온라인 홈페이지 (상)우체국쇼핑 (하)코레일유통.

# ‘온?오프라인, 홈쇼핑, 모바일’ 다양한 채널로 판로 지원 ‘우편산업진흥원’

우체국 쇼핑은 우편물을 취급하는 우체국의 인프라를 활용해 온라인 판매를 지원한다. 입점 시 온?오프라인, 홈쇼핑, 모바일 등 채널이 다양해 소비자 접근성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우체국 통합 콜센터를 통해 주문 접수, 상품 정보, 반품?환불?교환?상담까지 이어진다.

우체국 쇼핑은 판매 확대를 위해 제품에 경쟁력을 입히고, 적절한 타겟을 찾아 광고?홍보를 지원한다.

라동성 우편산업진흥원 팀장은 “전자상거래에 취약한 판매자를 지원하기 위해 우체국 전자상거래 지원센터를 운영한다”면서 “이를 통해 전자상거래를 희망하는 생산자들의 최대 애로사항인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상품 촬영, 웹 디자인, 상품 등록 등을 무료로 진행해 상품 경쟁력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우체국 쇼핑은 해당 쇼핑몰을 이용하는 약 350만명의 회원에게 모바일 푸쉬 알람, 이메일 등을 통한 광고도 무료로 진행한다.

우체국 쇼핑몰 내 사회적기업 전용 브랜드관을 개설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고, 우체국 B2B 매장에 사회적기업제품 코너를 따로 만들어 ‘우체국 B2B’ 매장을 운영한다. 우체국 B2B는 법적의무 구매로 소비가 확대되고, 쉽고 빠르게 소비자에 노출될 수 있다.

아울러 지역거점 사회적경제기업지원센터와 업무협약으로 지속적 협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 팀장은 “지난해까지 전국 42개 지자체?공공기관과 협업했고, 최근에는 충청북도와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협약을 진행하는 등 사회적경제기업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공공구매 촉진 위해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확대 및 정책지원 필요

공공기관이 사회적경제기업의 유통 및 판로개척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제품?서비스의 다양성 부족, 제도적 문제 등으로 지원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사회적경제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타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품질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품목도 한정적이어서 선택의 폭이 좁아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사후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이 소규모로 운영되다 보니 대기업에 비해 A/S의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공공기관이 판로지원을 할 때 겪는 애로사항이다.

공공구매 촉진을 위한 정책적 개선과제도 제기됐다. 공공기관에서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구매할 때 상한이 없다보니 공공기관은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구매하고 난 뒤 감시관으로부터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왜 이렇게 많이 샀냐"는 문제제기를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공공기관에서 사회적경제기업제품을 구매할 때 별도로 상한액을 두는 등의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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